수정(水晶)은 화강암 내부 동공(洞空)에 고온고압으로 형성되는 물질로, 값진 보석으로 분류된다. 경주 남산에는 백수정과 연수정이 많고, 인근 언양에는 자수정이 생산되는 등 경주 일대는 신생대 초기의 화강암들이 분포해 수정채취에 적합한 곳이었다. 생산된 수정은 신라의 수정목걸이와 선덕여왕의 화주(火珠:돋보기) 그리고 고려의 수정으로 만든 사리병(舍利甁), 조선에 이르러 안경으로 제작되어 어두운 문인들의 밝은 눈이 되는 등 예전부터 여러 형태로 수정이 활용됐다. 안경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이 언제인지에 대한 의견이 아직도 분분하다. 이유원(李裕元,1814~1888)의 『임하필기(林下筆記)』「안경(眼鏡)」에 의하면 “옛날에는 안경이 없었고, 명(明)나라에 와서야 처음 생겨났다. 이도 본래는 서역(西域)으로부터 온 것이다. … 유기(劉跂)의 『가일기사(暇日記史)』에 ‘항(沆)이 옥사를 결단하는 자리에 수정 십수 종을 들여갔는데,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지를 알지 못하였다. 얼마 뒤에 문서의 어두운 부분에 수정으로 햇빛을 받아 비추었다”며 송나라 때 수정으로 사물을 비추어 볼 줄 알았으나, 안경을 만들 줄은 몰랐다고 설명한다. 임진왜란 경주읍성 탈환에 공을 세운 오봉(五峯) 이호민(李好閔,1553~1634)은 1595년 부제학으로 명나라와의 외교문서를 전담했고, 참찬관을 거쳐 동지중추부사로 사은사가 되어 명나라에 다녀왔으며, 중국의 신문물을 보고 전했다. 그는 “중국사람은 맑고 깨끗한 양뿔을 사용해 두 개의 눈모양을 만들었다. 침침한 것이 눈으로 책을 보는데 장애가 되면 글씨가 자잘한 것이 크게 보이고, 어지럽게 보이는 것도 밝게 보이는 것을 안경이라 불렀다. (『五峯集』卷8,「贊․眼鏡銘」)”며 1606년 착용식 안경에 대해 언급했다.
경주 남산에서 생산된 수정은 최고품질의 안경알로 제작되어 선비들의 어두운 눈을 환하게 해주었고,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아 오히려 중국에서도 명성이 자자하였다고 전한다. 특히 단릉(丹陵) 이윤영(李胤永,1714~1759)은 “안경이 없다면 눈을 밝게 하지 못하고, 책이 없다면 마음을 밝히지 못할 것이다. 사용하면 지혜가 지극해져 행동이 닦여지고, 버리면 지식이 어두워져 뜻이 음탕해진다(『丹陵遺稿』卷13,「銘․眼鏡銘」)” 그리고 양동마을의 감화(甘華) 이정익(李鼎益,1753~1826)은 “두 눈동자를 도우니 다시 소년처럼 긴밤을 환하게 열어주네(重瞳之佐 更少年 開長夜)”라며 안경에 대해 예찬하였다. 1636년 경주부윤 민기(閔機,1568~1641.재임1636.4~1637.6)가 남산 수정으로 만든 안경을 착용한 사례가 첫 등장하고 또한 19세기 강위(姜瑋,1820~1884)가 포석정 앞 수정을 캔 사실을 직접 언급하면서 경주 남산 수정의 존재를 부각시켰다. 을유년(1765) 무성(武城) 김이신(金履信,1723~?)이 내가 눈이 어두운 것을 알고는 안경을 내어주고는 말하길 “이것은 경주의 수정이다. 옛날 민기가 부윤을 할 때 얻은 것인데, 노봉(老峯) 민정중(閔鼎重,1628~1692) 여양(驪陽) 민유중(閔維重,1630~1687) 단암(丹巖) 민진원(閔鎭遠,1664~1736)과 얼마 전 돌아가신 정헌(正獻) 민백상(閔百祥,1711~1761)에게 전하다가 지금은 내가 소유했다. 나 역시 공물(公物)로써 그대에게 준다면 어찌 방해가 되겠는가? … 정해년(1767) 정월 26일(『頤齋遺藁』卷13,「銘․東京水晶眼鏡銘」)” 윗글은 안동김씨 김이신이 친구 이재(頤齋) 황윤석(黃胤錫,1729~1791)을 위해 소유해온 귀한 경주 남산 수정안경을 선물로 준 사실을 기록하였다. 당시 1636년 민기의 소유가 된 안경이 선조이신 민정중 - 민유중 - 민진원을 거쳐 민백상 그리고 김이신의 소유가 되었다가 다시 1765년 황윤석에게 전해졌다. 대략 120년에 걸쳐 안경이 대물림 된 것은 당시 안경을 매우 귀중품으로 여긴 정황이 담겨있다. 조선시대 안경의 등장은 노인의 어두운 눈을 밝게 해주고, 나아가 학문의 발전에 이바지했으며, 선비사회의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앞으로 조선의 안경과 경주 남산 수정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자료정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나아가 경주를 조선시대 안경의 중심지로 이해하고, 남산 수정과 안경산업을 연계하는 수정(안경)박물관 등 새로운 문화콘텐츠 계발과 육성이 필요하다고 적극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