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무슨 도시일까? 신라고도, 천년고도, 신라왕도, 고분도시, 유적도시, 불적도시, 역사도시, 문화도시, 문화축제도시, 관광도시, 국제관광도시, 국제회의도시, 교육도시, 실크로드도시, 에코도시, 과학도시, 원자력(핵)도시, 스포츠도시, 중소도시, 산업도시, 농업도시(한우도시, 버섯도시), 노인도시, 제빵도시... 다들 나름 일리가 있는 말인 듯도 하다. 10여 년 전 어떤 시의원은 경주는 역사도시이지 문화도시가 아니라고 하였고 시장을 지낸 어느 분은 지난해에 문화관광도시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한국어사전”은 ‘역사(歷史)’란 인류 사회의 발전과 관련된 의미 있는 과거 사실들에 대한 인식, 또는 어떤 일이나 현상, 사물이 진행되거나 존재해 온 과정이나 추이, 자연 현상이 변하여 온 자취 등 세 가지 정도로 설명하고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역사’를다음과 같은 네 가지 개념으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 시간이 흘렀다는 뜻이다. 둘째, 과거에 기록해 놓은 기록물을 뜻한다. 셋째, 역사학을 의미한다. 이는 사학이라고도 한다. 넷째, 철학적 개념, 추상적 개념으로 과거의 역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할 경우이다. 이러한 개념 가운데서 일반적으로 역사라고 할 경우, 과거 및 현재의 인간이 지적·예술적·사회적 활동을 한 산물의 총체 및 부분을 ‘역사’라고 한다. 이에 비해 ‘문화(文化)’란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이 되는 행동 양식, 또는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해 낸 물질적, 정신적 소산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하여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도덕, 종교, 학문, 예술 및 각종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덧붙인 설명으로는 높은 교양과 깊은 지식 또는 세련된 아름다움이나 우아함, 예술풍의 요소 따위와 관계된 일체의 생활양식을 일컫고 있다. 현대적 편리성을 갖춘 생활양식의 총체도 문화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어느 도시든지 역사도시가 될 수 있으며, 문화도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경주는 신라가 약 1000년에 이르는 왕도를 경영한 곳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여 자타가 역사도시로 부르고 있으며, 역사적 유산을 상대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기에 문화도시라 하고 있다. 이 둘을 합하여 흔히 ‘역사문화도시’라 한다. 경주라는 도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역시 역사문화도시이다. 2004년에 제정된 ‘고도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의 제1장 총칙 제1조에서도 역사문화도시로 조성하는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경주시나 관공서, 단체에서 우리 경주시를 일컬을 때 역사문화도시를 가장 앞세워 써야 할 것이다. 시민들도 스스로 역사문화도시에 살고 있는 자긍심을 가지고 또 그렇게 표현해야 한다. 이 틀 안에서 좀 더 세부적으로 거론할 때 여타의 수식어를 사용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이러한 흐름에서 기관 단체는 역사문화도시에 걸맞은 시책이나 행사를 펼쳐 도시의 품격을 높여 나가야 한다. 시민들도 자부만 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 역사문화도시인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할 때 경주 밖의 내외국인들은 고도의 으뜸으로 유서 깊은 경주를 우러러 받들 것이며, 문화인의 으뜸으로 경주시민을 공경해 할 것이다. 우리는 경주만이 가지고 있는 지난 역사의 유산을 더욱 잘 보존하고 가꾸어야 하며, 계승한 문화를 알차게 더욱 내실화하여 빛을 발하게 하여야 한다. 아울러 역사문화도시의 품격에 거슬리는 오늘날의 문화양태는 과감하게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역사를 바탕으로 학문적 성과도 지속적으로 내 놓아야 한다. 1000년 신라에서 고려, 조선까지 2000년 이어내린 고도라고 하면서 신라학 또는 경주학에 대한 관심이 과연 얼마나 있어 왔던가? 고구려나 백제 역사의 부상에 대한 상대적 소외는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왔지 않나 싶다. 어느 문학상처럼 1년에 수천만 원 상금을 내 건 ‘경주논저(연구)상’ 하나 만들면 신라와 경주는 금방 학문적 성과를 낼 것이다. 문화예술에 대해서도 새로운 것을 발굴하고 전승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유산에 등재된 처용무 전수관 하나 없는 형편에 제아무리 스토리텔링이니 예술의 본고장이니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문화예술을 체계적으로 전수하고 이어나갈 마땅한 장소도 없거니와 재정적 뒷받침도 없으니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다시 물음을 던져 본다. 경주는 무슨 도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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