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산책(35) 자귀나무 초여름에 실타래를 풀어 피운 듯한 자귀나무의 붉은 꽃은 모양새도 아름답고 향기도 좋다. 자귀나무는 왜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면 낮과 밤을 용하게 알아 잠자는데 있어서는 귀신 같은 나무라서 자귀나무라고 한 것이 아닐까? 자귀나무는 밤이 되면 어김없이 양쪽으로 마주 보는 잎과 서로 맞붙어서 잠을 자고, 아침에 해가 뜨면 다시 잎이 원위치로 되돌아 온다. 잎을 건드리면 잎이 움츠려드는 미모사라는 식물이 있는데 이것은 잎사귀 세포의 팽압에 관계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자귀나무의 수면작용은 미모사의 기계적인 자극과는 달리 빛과 연관된 온도에 민감하게 느끼는 자극이라 할 수 있다. 두 잎을 맞대고 밤을 보내는 이 나무의 특성 때문에 자귀나무는 한자 이름으로 합환수(合歡樹), 합혼수(合婚樹), 야합수(夜合樹), 유정수(有情樹) 등으로 부르고 있다. 이렇게 잎이 서로 붙어서 자니까 부부 사이가 좋은 나무라고 여기고 옛날에 어른들은 아들이 장가가서 며느리를 맞아 들이면 이 나무를 집안에 심어 금실이 좋기를 기원했다고 한다. 자귀나무는 콩과에 속하는 낙엽성 활엽수이고, 다 자라면 약 5m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우산 모양으로 퍼져서 꽃이 피면 장관이다. 가을이 되면 콩깍지 모양의 열매가 달려 바람이 불면 서로 부딪혀 달가닥 거린다. 이 소리가 유난스럽게 귀에 거슬렸던지 사람들은 여설목(女舌木;여자의 혀와 같은 나무)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자귀나무는 아시아 및 중동 지역이 원산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황해도 이남에서 자생하며, 오랜 옛날부터 우리의 선조들과 함께 지내온 이 땅의 나무이다. 자귀나무는 지역 사투리로‘짜귀나무’‘짜구나무’라고도 하며‘소가 살찌는 나무’또는 ‘소쌀밥나무’라고도 부르기도 하는데 이것은 소가 자귀나무의 잎을 매우 좋아하고 잘 먹기 때문이다. 자귀나무의 줄기나 뿌리의 껍질을 한방에서는 합환피라고 부르고, 늑막염과 타박상을 비롯하여 살충제, 강장제, 구충제, 이뇨제 등으로 이용하였으며, 잎을 불에 태워 고약을 만들면 접골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자귀나무는 큰 목재로는 이용할 수 없지만 가공이 쉬워 간단한 기구를 만들거나 조각의 재료로 쓰인다. 자귀나무는 원래 산에서 자라는 산림수종이었으나 꽃이 아름다워서 요즘은 공원이나 가로조경에 많이 이용하고 있으며, 척박한 땅에도 잘 자라서 인기있는 조경수로 각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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