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0호 경주공립미술관 정체성확립과 공공성 논의에 대한 제언(상)에 이어
변종필의 ‘국공립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이라는 글에 따르면 ‘지역의 공립미술관이 각각의 개성보다는 유명 작가작품의 소장이 마치 미술관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각 지역의 특성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국공립미술관의 정체성, 나아가 한국미술의 정체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단언하고 지역 공립미술관의 특성화는 앞으로 국공립미술관의 발전적 변화를 위해서 반드시 숙고해야할 부분이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지역특성화를 위해 필요한 방안으로 ‘소장품 구입 예산의 증액과 더불어 미술관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높여 소장자의 자발적인 소장품을 기증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 특정작가 중심의 소장품에서 벗어나 많은 화가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레지던시 등 창작활동지원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선행할만한 투자’로 제시하고 있다. 이렇듯 공립미술관의 공공성의 부여는 미술관이 담는 내용으로 담보된다고 할 수 있다. 알천미술관 수장고에는 그동안 흩어져 있던 신라미술대전의 대상매입작품과 아트경주(아트페어)에서 매입한 작품, 경주릴레이작가전에 참여한 작가의 기증한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2개의 수장고는 규모가 작아서 벌써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소장품들은 항구적으로 보존·관리한다는 측면에서, 미술관의 정체성에 부합되는 신중한 매입과 기증을 담보해야 할 것이다. 솔거미술관의 경우 소산 박대성 화백의 기증 작품을 관리·연구하고, 더 나아가 미술관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서 앞으로의 전시기획에 반영하고 중심을 잡아나가야 특성화된 지역공립미술관으로서의 역할에 소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것은 전문 인력의 확충에 따른 운영체계를 세우고 미술관 운영위원회를 통해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경주미술사에 대한 자료발굴과 연구, 전시, 학술세미나 등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데에는 두 공립미술관의 출범과 매우 관계가 깊다. 미술관이 건립된 이후, 경주미술협회를 중심으로 지역미술사에 대한 연구와 함께 작고 작가의 작품, 아카이브를 추적, 발굴해 본격적으로 전시기획을 함으로써 데이터를 구축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지역의 두 공립미술관은 경주미술의 옛 위상을 되찾음과 동시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경주의 정체성을 반영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자산임에 두말나위 없다. 그러나 현재, 지역의 공립미술관은 미술관의 운영이나 소장고 규모에 있어서 오랜 세월 훼손된 채 유족이나 개인소장가들에 게 남겨진 아카이브와 작품들을 매입하고 보존·관리하고 연구해야 할 과제를 안타깝게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솔거미술관, 알천미술관도 미리 계획하고 담아 낼 그릇으로 빚어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청주시가 기존의 미술관을 각각의 특색 있는 미술관으로 운영하면서도 통합된 시스템으로 운영체계를 구성하고 있는 방식은 참고 할만하다. 경주시립미술관이 건립되고 각각의 특성화된 미술관으로 운영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은 풀 수 있는 숙제가 아니라면, 미술관의 수장고를 더 확충해 지금부터라도 경주미술사 관련한 작품과 아카이브를 매입하고 기증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지속적으로 연구·전시할 수 있는 운영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미술관 건물 보다 중요한 것이 내용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술관 산하 경주창작스튜디오를 상시 운영해 지역작가를 비롯한 국·내외 유명작가들이 일정기간 함께 작업 할 수 있는 창작 공간 지원도 고려해 볼만한 사항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예술의 산실로서 도시정체성을 토대로 동시대 현대미술의 산실이 될 수 있도록 장을 펼쳐주는 기회이자, 후 세대에 남겨줄 위대한 예술작품이 탄생할 수도 있지 않은가.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지원방안에 대한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