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공화당 의장인 이효상 씨가 경주에 왔었다. 당시 문협 지부장은 원형갑 선생이었고 문학 행사도 거의 그가 맡아서 뛰어 다녔다. 월성초등학교에서 문학 강연회를 개최했는데,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강당에는 문이 잠겨 있었다. 황급한 원형갑 선생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학교에 가서 물어 보아도 교감이 열쇠를 가져갔으니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다급한 원 선생은 시장실에 가서 이 상황을 이야기해도 시장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격분한 원형갑 선생은 고래고래 고함을 치면서 “시장 모가지 뗀다”고 시퍼렇게 달려들었다.시장은 “글께나 쓰고 헛소리하고 다니는 사람이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원형갑 선생은 문학 강연회 장소로 찾아가서 준비를 끝내고 나타났다. 문학강연을 들으려 승용차에서 경주시장과 함께 내린 이효상 당의장은 바른 걸음으로 원형갑 선생을 보고 그에게로 다가와서 악수를 청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지금까지 강연회 준비 사연을 물을 때, 당황한 사람은 시장이었다.“.......저 사람이 내 목을 떼려는 사람, 저 사람이 당의장과 저렇게 가까운 사이였던가? 원형갑 선생의 허튼 소리가 결코 헛소리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을 그때의 당황한 시장은 “내 목을 뗄만한 그런 사람” 이었구나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정민호(시인. 동리목월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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