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이면 산과 들, 길가를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애기똥풀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줄기를 꺾으면 고약한 냄새와 함께 어린아이 똥 같은 노란진액이 나온다. 천덕꾸러기 냄새나는 풀이 어떤 때는 좋은 약이 될 때도 있다. 여름철 산행 중에 벌레에 물렸을 때 애기똥풀의 줄기를 꺾어 나오는 즙을 바르면 진정효과가 있다고 하니 말이다. 그밖에 진해, 진통, 이뇨 등 치료약재로도 쓰인다고 한다. “알고 먹으면 약이 되고 모르고 먹으면 독이 되는 것이 우리 주위에는 많이 있어요. 못 먹는 잡초 중에도 좋은 약이 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늘 먹는 과일도 많이 먹으면 안되는 것도 있죠” 어릴 때부터 흙과 접하고 나무, 꽃과 어울려 생활 했던 권순채 씨가 지난달 ‘지천에 천대받고 깔려있는 식물이 명약’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무릎이나 허리가 아플 때 뿌리를 달여 먹으면 효과가 있다는 ‘쇠무릎(牛膝)’부터 한약재로 혹은 민간요법으로 쓰이는 방법이 수십 가지에 달하고 있는 ‘무우(來菔根)’까지 모두 116종에 달하는 식물이 이 책에서 소개된다. 저자 권순채 씨는 1980년대 ‘한국생약보’를 시작으로 그동안 신문, 잡지에서 약초에 관한 연재와 기고를 꾸준히 해왔다. 당시 권 씨의 글을 통해 천덕꾸러기라 내버릴 상황이었던 식물이 약이 된다는 소리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먹게 됐다는 일화도 있다. “이 책은 그동안 신문과 잡지에 기고했던 약초에 관한 글을 바탕으로 특히 우리가 쉽게 접하지만 천대받는 식물들 위주로 정리했습니다” 2013년 이 책을 발간하기 위해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지만 출판사의 좋지 않은 사정으로 계속 미뤄졌다고 한다. 더 이상 미루게 되면 원고가 사장될 것 같아 결국 권 씨는 사비를 보태 올해가 가기 전에 이 책을 발간한 것. “막상 책이 나오니 사진이 조금 아쉽네요. 개정판에서는 헷갈리기 쉬운 약초들을 독자들이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각 식물에 관한 사계절 사진을 넣을 예정입니다” 권순채 씨가 직접 찍은 식물의 사진과 함께 동의보감에 기록된 약초의 효능, 직접 검증과정을 거친 민간요법도 이 책에서 함께 전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사진과 쉬운 설명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아무리 하찮은 식물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약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지천에 천대받고 깔려있는 식물들이 가지고 있는 숨은 효능과 함께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저자 권순채 씨는 경주시 내남면 망성1리에서 태어났다. 현재 한국유기농업협회 평생회원, 신라문화동인회 자료분과위원장, 남경주 문화연구회 부회장,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회원으로 활동하며 한글과 한글이름 펴기운동, 경주지방의 땅이름, 전설, 방언, 노거수 등을 조사하는데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수상경력으로는 ‘1993년 한국 생약협회 표창패’ ‘2004년 문학세계 신인 문학상(수필부문)’ ‘2014년 자유문학 민조시 3회 추천’ ‘2016년 한국신춘문예 신인작품상(시부문)’ ‘2017년 제29회 경주시문화상(문화예술부문)’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토박이 땅이름(1993)’ ‘풀꽃 나무들아(2014 한국신춘문예)’ ‘토박이 마을 땅이름과 나무(2017 리얼북스)’ ‘농부와 수녀의 유별난 한글사랑(2016 만인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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