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신라향가를 연구해온 한문학 및 향가연구가 김영회(60) 씨가 완전히 새로운 향가해석체계를 주장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씨의 주장이 각계로부터 인정받을 경우 1000년 이상 신비에 싸인 채 아직도 확실한 해독법을 갖추지 못한 향가연구에 일대혁명이 일어날 뿐만 아니라 경주를 테마로 한 문화·예술계에도 비상한 관심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회 씨는 원효대사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향가 원왕생가 속에서 ‘17자의 향가 제작법이자 해독법’을 발견했고 확장과 보완을 통해 향가를 해독하는 자신만의 이론적 체계를 세웠다. 특히 이를 도구로 해 삼국유사 속 향가 14편을 해독한 결과 한편도 예외 없이 완벽히 해독됐다고 주장한다. 원왕생가 속 17자가 향가해독의 로제타스톤에 해당됐다는 것이다. 김영회 씨의 해독법에 따르면 신라의 향가는 신라인들이 향가를 통해 자신들의 풍습과 사고체계를 노래 형태로 종합해 체계화한 문화적 구조물이었다. 향가는 그 속에 재미있는 이야기, 소원을 비는 문자, 그 소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소리와 행동을 상징하는 문자를 담아 구성돼 있었다는 주장이다. 김 씨는 이를 신라인들이 남겨 놓은 용어를 통해 △중구삭금(衆口鑠金, 최대한 많은 이들이 부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가사) △청언(請言, 신라의 지배계층과 그들과 연계된 향가의 작자들이 포함시켜둔 청(請)) △보언(報言, 노래 속에 감춰둔 작가의 진정한 뜻을 알려주기 위해 주의를 환기하는 소리) △입언(立言, 청(請)을 들어 주지 않을 경우 ‘죽여 땅에 파묻어 버리겠다’고 으르고 위협하는 행위)을 담아둔 구조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향가를 노래할 때 겉으로는 일반대중이 부르는 알기 쉬운 노래를 하는 듯하지만 그 속에는 하늘에 고하는 간절한 기원이 들어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강한 위협성 추임새를 보언 형태로 넣어두었고, 한편으로는 노래에 맞춘 행동을 담아 두었다는 것이다. 결국 김영회 씨는 이러한 4개 요소가 얽혀 있었기에 그동안 그 누구에게도 향가는 자신의 속살을 보여주지 않았고, 그러한 구조로 인해 향가는 평면적 노래가 아니고 추임새와 무용까지 곁들여진 종합예술이적 성격을 가진 노래였다고 주장한다. 김영회 씨는 우리나라 향가 연구가 일제강점기인 1929년 일본학자 오쿠라 신페이 씨가 처음 향가의 한자들을 신라시대의 소리로 해독한 것을 양주동(梁柱東) 박사가 비판하는 과정에서 향가해독법의 토대를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후학들의 추가적 연구가 진행됐다고 소개한다. 그러나 김 씨는 이와 전혀 다르게 향가는 중구삭금법과 청언, 보언, 입언이라는 구조로 풀어야 하고 향가의 한자는 기본적으로 소리가 아닌 의미로 풀어야 한다는 획기적 해독법을 제시한다. 그 결과 기존 학계와는 전혀 다른 향가가 나오게 됐다. 김영회 씨의 해독법이 옳다면 향가는 이전 학계와 일반이 알던 향가가 아닌 전혀 새로운 향가로 탈바꿈하게 된다.■전혀 다른 해석, 추임새와 동작까지 깃들어 이러한 논거 위에 원왕생가를 향가의 한자를 소리로 보고 푼 기존 학계의 해독 결과는 다음과 같다.원왕생가(願往生歌)[원문] 月下伊底亦西方念丁去賜里遣無量壽佛前乃惱叱古音鄕言云報言也多可攴白遣賜立誓音深史隱尊衣希仰攴兩手集刀花乎白良願往生願往生慕人有如白遣賜立阿邪此身遺也置遣四十八大願成遣賜去[오쿠라 신페이(小倉進平)의 해독 결과(의역)] 달 아래 서방으로 가셔서 무량수불 앞에 참회를 하시옵소서. 사려 깊으신 존위(尊位)를 우러러 두 손을 모으와 원왕생 원왕생 그리는 사람 있다고 말씀하소서. 아아. 제 몸은 아직 버려두고 사십팔대원을 성취하소서.[양주동(梁柱東) 박사의 해독결과(대의)] 달아, 이제 서방까지 가시고 무량수불전에 일러 사뢰어 주소서. 신심 깊으신 존(尊)을 우러러 두 손 모으와 원왕생 원왕생 그릴 사람 있다고 사뢰소서. 아아. 이 몸을 남겨두고 사십팔대원을 성취하시면 어이할까. 이에 대해 향가구조론과 한자를 의미로 푼 김영회씨의 해독결과는 아래와 같다. 달이 지는 저 밑 또한 서방정토라 생각하여 중생에게 가주고 그들이 사는 마을로 가서, 중생을 도와주어 무량수불 앞으로 보내리. 번뇌할 때 소리치는 것은 때맞추어 하는 게 옳고, 번뇌할 때 치는 것은 밝은 불법을 보내주어 전해지게 함이라. 맹세코 심오한 이치를 담은 이 글을 따르고 실천하고 사모하고 우러르리. 두 손을 모으니 꽃이 빛나라. 극락세계로 가 태어나기를 원합니다. 극락세계로 가 태어나기를 원합니다. 극락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음이여. 빛나는 불법을 보내주어 전하리. 아아. 이 몸을 중생의 땅에 버리어 두고 중생을 먼저 정토세계로 보내리. 아미타 48대원을 이루어 중생을 먼저 서방정토로 보내주고 나는 그 뒤 정토세계로 가리니. 이상과 같은 충격적인 해독결과는 지금까지 향가를 해석해 온 여타의 학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여서 향후 향가를 연구하는 학계는 물론 각계의 논쟁이 기대된다. 김영회 씨는 “내년이면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 식민시대 일본 연구가에 의해 잘못 기초가 잡힌 향가를 바로 잡는 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학계의 관심과 향가의 본고장 경주시의 관심을 촉구했다. 김영회 씨는 5대째 한학을 공부한 집안의 후예로 서울고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공직생활 동안에도 집안의 학문을 물려받아 향가연구실 ‘문학방’을 운영하며 향가해독에 매진해왔다. ‘유배일기 간정일록’, ‘송산유고’, ‘영사재기’ 등 다수의 한문서적을 번역했고, ‘만파식적’, ‘섬으로 흐르는 역사’ 등 다수의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