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처럼 두른 산 아래 자리한 경주시 산내면. 경주시 산내면 의곡리 일대의 산내면사무소 주변으로는 산내면민들의 발이 돼주고 있는 버스정류장이 있습니다. 산내면 버스정류장도 여느 시골의 정류장처럼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낡은 기존의 건물을 헐리고 작지만 말끔하게 단장한 새로운 정류장 건물이 지난해 들어섰다고 합니다. 지난 10일, 이곳을 찾았더니 어린 시절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담고있던 시골 버스정류장에서의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이곳 정류장 부지 근처 중심으로 형성되는 산내면 5일 전통장은 산내와 청도 노선의 버스에서 내리는 주민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아침 일찍부터 시골장의 시끌벅적한 면모를 연출하기도 합니다. 산내면 일부리, 내일리, 감산리, 우라리, 내·외칠리, 신원리 등지에서 장을 보러 오는 주민이 이곳 버스정류장을 찾고 이용하면서 주민들의 발길도 잦아집니다. 산내면 버스정류장에는 대여섯 분의 어르신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어르신들이 이곳을 이용하는 것일테지요.
“파도 사고 물미역도 사고 신발도 사왔지요” 라는 할머니 한 분은 오케이 OK목장 올라가는 동네인 소태리에 사는 분인데 근처 회관 앞에 내려서 집으로 가신다고 했습니다. 하루에 두 대 오는 마을버스를 타야하는 것이죠.
산내면 어르신들은 5, 10일이 장날인 건천장날에 맞춰 병원도 다녀오고 혹은 병원 가는 걸음에 건천장에 들러서 장을 보고 오기도 합니다. 건천장에서 볼일을 보고 이곳 버스 산내면 버스정류장에 와서 기다렸다가 다시 각 마을로 가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것입니다. 건천장에라도 다녀올라치면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합니다.
기다리던 번호의 버스를 기다리는 눈길은 자꾸만 벽시계 쪽을 향하고 타야할 버스가 들어올 시간이 가까워지면 시계 보는 시간은 더욱 잦아집니다. 몇 개의 보따리에는 건천장에서 사온 먹거리들이 단단히 동여매져 있었구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새로 비치된 대형 텔레비전을 보거나 아는 이들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게 전부입니다. 몇 대의 대형버스 사이로 마을버스(경주 수요응답형 버스)가 차례로 한 대씩 시간에 맞춰 손님들을 태우고 떠났습니다. 긴 기다림 끝에 이윽고 버스에 오르는 손님은 기껏해야 서너명씩이지만 그들에겐 소중한 교통편입니다.
버스정류장은 개개인의 기억들이 혼존하는 곳인 것 같습니다. 떠났고 만났고 다시 기다림이 반복되는 장소로 말이지요.
아직도 하루에 두 세대 밖에 없는 버스를 기다려야 집으로 갈 수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그림=김호연 화백글=선애경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