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도 여름이 한철’이라고 누구나 전성기는 따로 있다. 공연도 마찬가지다. 오페라 ‘라 보엠(La Boheme)’과 발레 ‘호두까기인형(The Nutcracker)’은 12월에 유난히 잘 나가는 공연이다. 특히 호두까기인형은 연말공연의 달러박스다. 미국의 발레단들이 호두까기인형의 연말공연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수입의 약 40%에 이른다고 한다. 호두까기인형은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곡 중 하나로 쳐준다. 하지만 1892년 상트페테르부르크 황실극장(지금의 마린스키 극장)에서의 초연은 참담한 실패였다. 안무의 신 프티파가 초연 3개월 전에 몸져누운 악재도 있었다. 곧바로 극장의 레퍼토리 목록에서 사라진 호두까기인형은 거의 반세기가 지난 1934년에서야 같은 극장의 바실리 바이노넨(V.Vainonen)의 안무 수정으로 다시 빛을 보게 된다. 호두까기인형이 오늘날처럼 크리스마스 시즌의 캐시 카우(cash cow)가 된 건 전적으로 조지 발란신(George Balanchine/1904-1983) 덕분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인 그는 발레 뤼스의 안무가로 유럽에서 활동하다 발레단이 해체되자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발레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가 만든 뉴욕시티발레단은 1954년에 호두까기인형을 성탄 시즌 작품으로 무대에 올려 소위 ‘대박’을 치게 된다. 당시 뉴욕의 중산층 가정에게 이 공연은 연말에 꼭 봐야 할 ‘머스트 해브(must have)’ 아이템이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호두까기인형은 여러 극장에서 연말의 레퍼토리로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다. MBC 방송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최초로 9연승을 달린 하현우의 가면을 기억하는가? ‘우리동네 음악대장’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이 가면은 바로 호두까기인형에 모티브가 있다고 한다. 여기서 퀴즈 하나! 호두까기인형으로 호두를 어떻게 부술까? 망치처럼 인형을 내려쳐 호두를 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래도 깨지긴 하겠지만 적절한 사용법은 아니다. 전통적인 호두까기인형은 카이저수염을 한 정복 군인의 모습이다. 군인의 입에 호두를 넣고 뒤쪽 레버를 내리면 호두가 먹기 좋게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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