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광! 늘 깨어있는 도공]
“어떻게 하면 흙 본연의 성분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한다“
“흙맛, 불맛, 손맛이 가장 잘 조화되어 어우러질 때 가장 아름다운 도자기가 나온다.”
지난 27일 제33회 경북공예품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청광(淸光) 김외준(金外俊/ 40세/ 청광요 대표/ 경주시 남산동 1008-22)씨를 만나기 위해 그의 일터인 청광요를 찾아갔을 때 그의 안마당 매실나무에는 농익은 노오란 매실들이 한창이었다.
청광요는 신라선현들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경주남산의 동쪽기슭 통일전과 서출지를 인접한 남산마을에 자리하고 있었다. 마을 어귀에 세워진 ‘청광요’를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골목으로 약 20m가량 들어가면 청광요가 나온다. ‘한국도예연구소’, ‘청광요’라는 현판이 아니면 일반주택과 구분이 잘 안되는 평범한 집을 손보아 전시장과 작업장을 만들었고 마당 한켠에는 가마를 설치했다.
“작품하나하나가 내 얼굴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청광.
개량한복에 길게 기른 머리를 질끈 동여 묶은 좀 투박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깊이를 해량할 수 없는 심연한 그만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청광은 늘 깨어있는 도공이기를 자처한다. 앉으나, 서나, 길을 걸으면서도 늘 관찰하고 특이한 자연현상을 발견하면 그것을 도자기 표면에 옮기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벌레 먹은 나뭇잎, 꽃, 열매, 자갈밭의 돌 모양, 가뭄으로 인한 논바닥의 갈라짐 등 남들은 무심히 보고 넘길 자연현상에서 그는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 그의 무한한 연구개발과 독특한 작품세계는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자연스러운 품위와 순수한 아름다움]
청광과 도예의 만남은 경주공고 요업과에 진학하면서부터다. 태어날 때부터 탁월한 미적 감각을 타고난 그가 흙을 만나 그 조형미에 빠져들고 흙의 성분에 대한 부단한 연구에 정열을 쏟았던 것은 어쩌면 하늘이 맺어준 천직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도예를 배웠다기보다 차라리 도예를 위해 태어났다고 말하는 게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도예를 만난 청광은 자연스럽게 융화되어 도자기와 하나가 되고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승화되었기 때문이다.
“흙맛, 불맛, 손맛이 가장 잘 조화되어 어우러질 때 가장 아름다운 자기가 나온다.”
그래서 청광의 작품에서는 손맛과 흙맛, 불맛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이 있다. 유약으로 그 본래의 맛들을 죽이고 감춘, 그래서 아주 세련되고 티 없이 깨끗한 표면의 도자기만을 보아왔던 눈으로 청광의 작품을 만나면 그러한 표면처리의 기교들은 여지없이 그 빛을 잃는다. 청광은 이러한 일반적인 도자기제작기법을 거부하고 오히려 한껏 흙, 불, 손의 자국과 흔적을 강조하면서 그 자연스러운 품위와 물리지 않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표현해 낸다.
“어떻게 하면 흙 본연의 성분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한다.”
매끈한 표면처리로 그 본연의 성질을 감추는 게 아니라 거꾸로 그것을 강조하려는 고집.
지금까지 많은 도공들이 흙맛, 불맛, 손맛을 없애고 감추려는 노력을 해왔다면 그는 오히려 더욱 그 본연의 맛을 살리고 강조하며 자연스러움을 내보이려고 한다.
청광의 이러한 연구노력은 7~8년전부터다.
“유약으로 표면을 처리하기 이전에 어떤 재료로 빚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흙 성분을 분석하고 그 특성들을 파악해 그것을 작품에 응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흙이 지닌 20여가지의 성분에 대한 거의 모든 가능성을 다 검토했다. 그리고 그 흙과 유약, 불의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결과도 축적해 나갔다.
“흙 성분을 어떻게 배합하고 열처리를 어떻게 하느냐? 에 따라 차이가 많다.”
“이럴 때에는 어떤 성분을 더 넣어야할지를 알기 때문에 어떤 표현도 가능해졌다.”
20여년의 긴 세월을 흙과 함께 하면서 늘 깨어있었던 청광은 ‘솔피문양기법’이라는 그만의 독특한 도예세계를 열었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서는 감히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특이한 느낌이 있고 아주 색다른 질감을 맛볼 수 있다.
자연현상을 형상화한 그의 작품에는 구수한 된장 맛의 투박함이 있다. 그러면서도 넉넉한 편안함이 있고 어떤 내밀한 정감마저 깃들어있다.
그가 분청사기만을 고집하는 것도 흙맛, 불맛, 손맛이 가장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게 분청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분청을 한 단계 발전시킨 그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연 것이다.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올해 연구비 1억 지원]
청광의 많은 작품들 중 그 백미는 단연 솔피문양기법으로 빚어진 도자기들이다.
소나무껍질의 모양을 닮아 솔피문양기법이라고 정리한 이 기법은 본래 가뭄에 논바닥이 갈라지는 모양을 보고 그것을 도자기표면에 옮기기 위해 연구 개발했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표면균열기법’으로 명명하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지난 99년 ‘도자기제조 및 도자기소지의 표면균열기법’으로 특허를 얻기도 했다. 그런데 4년여의 노력 끝에 나온 결과물은 오히려 소나무껍질모양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 최근에는 ‘솔피문양기법’으로 정의했다.
올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솔피문양기법’에 대한 연구과제를 맡아 9천6백만원의 연구비를 지원 받아 그 예산으로 연구 중에 있다.
포항 장기면에서 5남매 중 맏이로 태어난 청광은 경주공고 요업과에 진학하면서 경주와 인연을 맺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당시 어려운 상황에서도 학업에 대한 열정으로 대구공대 요업과에 진학해 학업을 계속했다. 그리고 지난해 가야대 세라믹공학과를 졸업했고 지금은 대구대 대학원 미술디자인학과 공예전공 석사과정을 공부하는 만학도이다.
평생을 지칠 줄 모르고 공부하는 향학열과 탐구정신이 오늘의 청광을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청광은 도자기로 곡옥과 옥반지 등을 만들어 이를 이용한 목걸이, 귀걸이, 열쇠고리 등 다양한 장신구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했다. 독특한 색상과 질감의 이 보석(?)들은 보기에도 아름답고 고급스러워 여성들이 갖고 싶어하는 제품이 될것으로 기대된다. 그래서 이 작품들은 올해 경북공예품경진대회에서 대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청광은 지난 98년도에 이미 이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었다. 그 외에도 전국공예품경진대회 산업자원부장관상, 경북관광기념품경진대회 특선, 신라미술대전 등 15회에 이르는 수상경력, 각종 초대전, 개인전 등 10여회의 전시회를 가졌고 경주시도자기협회 회장역임, 경주시농업기술센타 강사, 불교교육원 강사, 대구, 경북공예협동조합 이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도예연구소 청광요 운영 054-748-0071
경주시 남산동 1008-22 011-534-4171
부인 김삼옥(42)여사와의 슬하에 용옥(16), 기득(13) 두 아들을 두고 있다.
평생을 공부하고 연구하며 살아온 청광이 이르고 싶은 경지는 어딜까? 그는 이 물음에 대해
그가 전통도예를 전승한 사람들이나 미술을 전공해 도예를 하는 사람들과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어려서부터 평생을 요업을 공부하면서 연구를 거듭해온 결과 이론, 기술, 실험, 경험 등 모든 부분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정립이 이루어진 상태이기 때문일 것이다.
주량을 묻자
“술은 밤새도록 마신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더 많이 마신다.”고 말한다.
“작품하나하나가 내 얼굴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한다.”
90년부터 불교교육원에서
청광은
가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로 타고난 당연한 천분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도예촌 건립이 꿈]
현재 경주에는 약 90여개의 도예공방이 있다. 도자기 생산단지로 자리매김한 여주․이천 다음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영세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지만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해의 경우 김해시가 도자기를 지역 관광상품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어 경주와는 대조를 이룬다.”며 “경주의 세계적인 문화유산에다가 전통도예의 체험관광이 어우러진다면 좋은 관광상품으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도예촌건립으로 지역의 도예문화 발전과 체험관광상품 개발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