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문학대상운영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문인협회 경주지부(회장 박완규)가 주관하는 제30회 신라문학대상작이 발표됐다. 올해의 수상작으로 시 부문에 오선주 당선자(남양주)는 ‘경주행’으로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시조부문에서는 정인숙(성남)의 ‘미장공 아버지’, 소설부문에서는 유아미(고양) ‘투명인간의 사랑’, 수필부문에서는 김용삼(부산)의 ‘아버지의 혼불’이 각각 당선됐다. 신라문학대상은 신라 천년의 문화예술을 계승하고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해 새로운 민족문학의 진로를 개척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공모에는 시 부문 725편, 시조 부문 140편, 소설 부문 120편, 수필 부문 203편 총 1188편이 응모됐으며 당선자에게는 △시 부문 600만원 및 상패 △시조 부문 500만원 및 상패 △소설부문 1000만원 및 상패 △수필부문 500만원 및 상패가 수여된다. 당선작은 ‘월간문학’ 1월호나 2월호에 발표하고 한국문인협회에서 등단으로 인정한다. 시 부문 심사평을 맡은 문효치, 김홍주, 윤석산 심사위원은 심사평에서 “‘경주행’은 우리 문화유산의 보고인 경주지역을 시적 테마로 삼은 시다. 이러한 유의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그 주체성으로 인해 관념적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지만 작품 ‘경주행’은 이러한 우려를 완전히 벗어버린 수작이다. 또 다양한 시적 변주를 통해 경주가 지닌 문화유산을 시적으로 끌어올리는 데에 매우 성공한 작품으로 전개와 전반적인 구성에 있어 매우 안정적이고, 새로운 모습을 지닌 작품”이라고 평했다. 오선주 당선자는 소감에서 “수상 소식을 듣고 천오백 년의 거리만큼이나 아득해졌다. 신라인의 마음을 노래로 부를 수 있을 만큼 신라에 대해서도 경주에 대해서도 무지한 내가 그 멀고도 오랜 곳에서 어느 누가 손짓을 했을까 싶었다. 한동안 곰곰이 생각했고 다름 아닌 수막새의 기왓장, 신라의 미소가 떠올랐다. 어쩌면 경주를 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원이 내안에서 맴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소원을 들어주신 심사위원과 운영위원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신라인의 마음을 새롭게 노래하는 시인이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시조 부문 심사평을 맡은 문무학, 이지엽 심사위원은 심사평에서 “금년도 본선에 오른 작품들의 경우 현대시조의 일반적인 성향을 벗어난 독특한 서정성을 지니고 있음이 주목됐다. 현대시조의 병폐는 자연을 얘기하든 사물이나 생활을 얘기하든 현대의 삶이나 사고에 제대로 응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 볼 수 있다. 자연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많이 파괴돼 있거나, 아름다움을 넘어서 치열한 생존의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에코이즘적 사고와 실존을 담아낼 필요가 있다. 당선작 ‘미장공 아버지’는 노동의 고달픈 상황을 그려내면서도 서정성과 역사성이 동시에 확보되고 있음이 주목 됐다. ‘가방에 눌어붙은 비문 같은 횟가루’ 같은 묘사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심사위원들은 공감을 했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정인숙 당선자는 “가족들을 이북에 두고 사난고난 아파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 보았다. 그때마다 두서없는 메모를 아버지 손에 전해드렸고, 아버지는 손에 쥔 쪽지를 읽으시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다. 제대로 된 글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모네의 수련 같은 색으로, 빛으로, 뜨거운 시선으로 앞으로도 뜨겁게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다. 더 정진하라는 뜻을 알려주신 심사위원과 신라문학대상 운영진께 감사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소설 부문 심사평을 맡은 최학, 박양호, 이은집 심사위원은 심사평에서 “‘투명인간의 사랑’은 우리 시대의 자기상실, 소외, 관계의 문제를 가벼운 터치로 그려내고 있지만 그 가벼움 속에 깊은 울림을 전해주는 수작이다. 삶의 기미를 살펴나가는 감각이 빼어날 뿐만 아니라 능란한 언어구사와 감칠맛 나는 조형력 등이 예사의 공력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고 평했다. 유아미(본명 임기선) 당선자는 “‘투명인간의 사랑’은 삶의 무게 때문에 존재가 사라진, 스스로 존재를 없애버린 남자 이야기로 사랑마저도 쉽지 않은 요즘 젊은이들의 삶을 그렸다. 지금의 삶보다는 과거를 그리고 나와 우리의 이야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삶을 얘기하며 소외를 느끼지만 결국 진실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세대들의 이야기이다. 신라문학대상을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좀 더 실력을 갈고 닦아 중앙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알리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리고 제가 느낀 것들을 꼭 글로 전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작품설명과 함께 수상소감을 밝혔다. 수필 부문 심사평을 맡은 강돈묵, 송명희 심사위원은 심사평에서 “‘아버지의 혼불’은 글의 무게로 심사위원의 눈을 사로잡았다. 흔히 가족의 이야기는 낡은 감정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려운데 이 작품은 전혀 흔들림이 없이 문맥을 움켜쥐며 철저하게 자신을 통제한다. ‘아버지의 혼불’은 아버지의 생을 그린 단순한 글이 아닌 이념의 대립으로 삶이 두 동강이 나버린 민족의 이야기다. 이생을 떠난 아버지를 보내며 작가는 우리 민족이 살아온 아픈 역사를 끄집어내 독자 앞에 제시한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 진지하게 끌고 가는 필력과 완성도에 박수를 보낸다”고 평했다. 김용삼 당선자는 수상소감에서 “수필은 체험을 뿌리로 둔 나무와 같다고 배웠다. 은은한 향기로 타인을 품을 수 있어야 하고 따뜻한 감동을 건네 줘야 한다고도 배웠다. 하지만 아무리 미화를 해봐도 나의 체험음 아픔과 회환이 전부였고, 선뜻 세상에 내어 놓을 자신이 없었다. 길이 막히자 가슴 한 켠에 묘한 오기가 생겼고 아버지에 대한 참회록이라 여기며 작품에 임했다.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까지 밀쳐냈고 삼십 년이 가까운 오늘까지 용서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의 표현이 바로 ‘아버지의 혼불’이었다. 구상유취한 졸작을 수필의 반열에 올려주신 심사위원의 배려가 아버지께 참회의 기회를 준 것이라 믿는다. 한 걸음, 한 걸음 제대로 수필의 길을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30회 신라문학대상 시상식 및 경주 문학인의 밤은 오는 22일 오후 4시 30분부터 더케이호텔 경주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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