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립노인전문요양병원(이하 요양병원) 민간위탁 사업자 선정방식과 관련, 경주시와 경주시의회 간 입장 차이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연말 위탁기간 만기가 도래되는 요양병원 운영 민간위탁 사업자 선정을 두고 경주시는 공개모집을, 시의회는 현 사업자의 지속 운영을 고수하는 모양새를 띄고 있어서다. 다시 말해 공개입찰 방침인 경주시에는 기존 사업자를 배제하고 특정업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혹이, 경주시의회는 현 사업자를 두둔하고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경주시가 시의회에 요양병원 민간위탁 동의안을 조례가 정한 기한 내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향후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 19일 열린 경주시의회 문화행정위원회 간담회서 불거졌다.-경주시 민간위탁 공개모집 추진, 왜? 이날 경주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경주시립노인전문요양병원 운영 민간위탁 동의안’은 공개모집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 위탁운영하기 위해 의회 동의를 얻고자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위탁 대상은 기존 운영하고 있는 대지 8587㎡, 연면적 4374㎡에 지하 1층 지상 2층, 199병상 규모의 요양병원에다 폐쇄된 구 간호센터 건물도 포함했다. 시는 위탁조건으로 예치금 10억원, 구 간호센터 리모델링 설계비, 감리비 약 5000만원, 현 사업자가 설치한 스프링클러 등 자동 화재설비 공사비 3억2000여 만원과 이자 승계 등을 내걸었다. 또 자격요건과, 심사방법, 선정 제외대상 등의 내용도 담았다. 그리고 시가 민간위탁 공개모집을 추진하게 된 근거로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과 같은 법 시행령, 요양병원 설치 및 운영조례, 경주시 사무의 민간위탁 기본조례 등을 들었다. 특히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 제19조 2항에 적시된 ‘행정재산의 관리위탁기간은 5년 이내로 하되, 한 번만 갱신할 수 있다. 이 경우 갱신기간은 5년 이내로 한다’를 근거로 법에 따라 공개모집 통해 선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실제 현 민간위탁 사업자인 우석의료재단은 지난 2008년 7월 공모에 선정돼 경주시보건소와 5년간 운영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2013년 8월 1일 5년간 재계약했다. 관리위탁기간이 5년이 지나자 지난 8월 1일엔 오는 12월 31일까지 기간을 연장해 현재까지 운영 중에 있다. 오는 연말 계약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2019년 1월 1일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 5년간 요양병원 운영 민간위탁 사업자를 공유재산법을 근거로 공개모집하기로 한 것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현행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등 법령에 따라 위탁관리 기간 만기가 도래하는 요양병원의 운영을 위한 민간위탁 사업자를 공개모집을 통해 선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가 현 수탁업체인 우석의료재단을 배제하고 공개모집을 통해 타 사업자를 선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유재산법에 관리위탁기간이 5년 이내로 한 번만 갱신할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수의계약이 가능한 조건도 규정하고 있다”면서 “법해석에 따라 재계약이 가능한데도 경주시가 공개모집만을 추진하는 것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경주시의회 현 사업자 두둔 사실일까? 경주시의회도 그간 간담회 및 임시회 등에서 나온 발언 등으로만 보면 현 사업자가 운영을 지속하는 것을 두둔하고 나서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먼저 지난 9월 열린 제236회 제1차 정례회에서 경주시립노인전문요양병원 설치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수정가결하면서 이 같은 정황이 나타났다. 당시 경주시가 상정한 원안 중 민간위탁 수탁자가 부담해야 할 예치금 20억원을 10억원으로 수정해 가결한 것. 또 지난 19일 열린 문화행정위원회 간담회에서도 다수의 의원들은 경주시의 공개모집 계획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현 사업자가 공사비 3억2000여 만원을 들여 스프링클러 등 자동화재설비를 설치한 점을 들며 “경주시가 공개모집을 한다는 것은 거액을 투자한 사업자를 배제하려는 것”이라며 “향후 손해배상청구 등 소송이 제기되면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몇 몇 정황을 분석하면 결국 현재 사업자가 민간위탁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시의회는 강력하게 부인했다. 오는 12월 13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치매관리법에 맞춰 민간위탁 규정을 적용해 보다 공정한 수탁자 선정과 질 높은 의료서비스 등이 제공돼야 한다는 것. 치매관리법은 치매환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지원 강화를 비롯해 공립요양병원에 대한 설치·운영 근거를 법률로 마련했다. 치매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은 각 지자체에서 공립요양병원을 설치·운영하고 있으나, 지자체별 조례로 상이하게 규율되고 있어 국가 차원의 일관성 있는 의료행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다음달 13일부터 시행된다. 공립요양병원 규정과 관련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공립요양병원 설치·운영 및 운영위탁의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운영 위탁기간은 5년으로 하되 계약을 5년 단위로 갱신할 수 있도록 했다. 경주시의회도 이에 맞춰 지난 9월 제1차 정례회에서 ‘경주시립노인전문요양병원 설치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5년 이내 한 번만 갱신할 수 있다는 위탁기간을 명시한 조례 제4조 2항을 ‘운영을 위탁하려는 경우에는 이를 공고하여 일반입찰에 부쳐야 한다. 다만 병원의 설치·운영에 필요한 부지 또는 건물 등으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재산을 기부채납한 자에게 위탁하는 경우에는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로 수정했다. 그리고 3항은 기존 ‘위탁기간은 그 위탁을 받은 날부터 5년으로 하며, 보건복지부장관의 공립요양병원에 대한 운영평가 결과를 고려하여 5년 단위로 위탁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에서 ‘기간을 두 번 이상 갱신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갱신할 때마다 수탁자의 관리능력 등을 평가한 후 그 기간을 갱신할 수 있다’로 수정해 가결했다. 수정된 조례내용을 보면 수의계약과 한 번만 갱신토록 한 조항을 평가결과에 따라 지속 계약할 수 있도록 변경해 그 가능성을 크게 열어줬다는 분석이다. 최덕규 시의회 문화행정위원장은 “민간위탁 등의 공개모집 절차가 공정성을 갖고 가장 이상적으로 진행된다면 공개모집으로 선정하는 것이 맞지만 지금까지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공립요양병원 관련 법규가 통합돼 적용하게 되는 치매관리법이 12월 13일부터 시행되면 경주시립노인전문요양병원 운영 민간위탁도 이 법에 적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의회에서 현재 사업자를 두둔한 일은 일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치매관리법에 따라 수탁자의 운영 평가를 강화하면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그간 관행처럼 돼왔던 집행부의 변화에 따라 수탁자가 바뀌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조례 위반 “책임 물을 것” 경고 경주시보건소가 요양병원 민간위탁과 관련 ‘경주시 사무의 민간위탁 기본조례’에서 정한 기한 내 동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열린 시의회 문화행정위원회 간담회에서 의원들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지적하면서 잘못된 행정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건소와 우석의료재단 간의 위탁기간 만기는 오는 12월 31일. 지난 8월 1일 5년 만기에 이어 5개월 연장계약을 체결한 것. 그러나 보건소는 내년 1월 1일자로 민간위탁 계약을 체결해야 함에도 조례가 정한 기한 내 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제출했다. 조례에는 위탁계약을 수립한 때는 해당 계획 동의안을 위탁예정 90일 전까지 의회에 제출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의원들은 행정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보건소를 향해 크게 질타한 것. 특히 민간위탁 공개모집을 두고 이견이 있는 가운데 행정절차까지 어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오는 26일부터 열릴 시의회 제2차 정례회에 동의안을 상정할 계획이었던 경주시 업무 추진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최덕규 문화행정위원장은 “요양병원 민간위탁과 관련한 업무는 개정된 치매관리법의 취지에 따라 처음으로 돌아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면서 “위탁기간을 재연장하더라도 정상적인 행정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규정을 위반한 책임은 반드시 묻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주시보건소 관계자는 조례를 어긴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