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박물관(관장 종상스님)이 정식 개관하면서 불교중앙박물관에서 보관해왔던 석가탑 사리 장엄구 일괄(국보 제126호, 세계 최초 목판 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포함)이 불국사로 돌아왔다.
문화재 도굴 시도로 인해 훼손된 석가탑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출토된 석가탑 사리장엄구는 당시 불국사에서는 유물을 보관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1966년 국립박물관에 기탁, 2009년 불교중앙박물관을 거쳐 지난 9월 불국사박물관으로 다시 이관되기까지 53년의 세월이 흘렀다. 오랜 숙원 사업인 박물관이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된 것.
불국사박물관은 개관을 기념하고 불국사 역사와 문화재의 중요성을 관람객들에게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해 ‘불국사의 역사’ ‘석가탑 사리장엄구’ ‘불국사 석조유물’ ‘기증유물’ 등 총 4개의 세션으로 나눠 ‘개관특별전’을 선보이고 있다.
▲‘불국사의 역사’에서는 ▷통일신라시대 불국사(경내에서 출토된 수막새 암막새 등) ▷고려시대의 불국사(『불국사서석탑중수형지기』, 미륵원 명 암키와와 송대 청자·백자 등) ▷조선시대 불국사(옛 지도 속 불국사, 조선 왕실과 불국사, 대웅전 수습 긴년명이 있는 암키와 등) ▷근현대기 불국사(유리건판 사진자료, 불국사 전각 모형)로 나눠 다양한 유물과 전각모형을 선보이며 불국사의 연혁과 전각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석가탑 사리장엄구’에서는 1966년 석가탑에서 출토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금동사리외합, 은제사리외·내합 등이 전시돼 있으며, 53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석가탑 사리장엄구’는 상설전시를 통해 지속적으로 공개해 나갈 예정이다.
▲‘불국사 석조유물’에서는 석조 광배, 석조 비로자나삼존불 대좌 등을 ▲‘기증유물’에서는 독립운동가 후손이자 한국문화에 관심이 높아 문화재 연구와 보존에 힘써왔던 재일교포 남석환 선생이 기증한 간다라 불교조각, 봉헌불, 고대 실크로드 유리기 등이 전시돼 있다.
1995년 12월 석굴암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공동 등재된 불국사는 사적 및 명승 제1호로 지정 돼 관리되고 있다. 사찰 내 주요 문화재로는 다보탑(국보 제20호), 석가탑(국보 제21호), 청운교와 백운교(국보 제23호), 연화교와 칠보교(국보 제22호), 금동아미타여래좌상(국보 제27호), 비로자나불(국보 제26호)등이 곳곳에 산재돼 있어 천년고도 경주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지난 6일 개관 이후 불국사박물관을 찾은 관람객 수는 14일 기준 1만1835명으로 경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명소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송이 학예연구사<인물사진>는 “앞으로 경쟁력 있는 불국사박물관으로 성장하기 위해 부족한 부분들 보완·개선해 나갈 예정”이라면서 “지금은 관람객에게 좋은 상태, 좋은 컨디션의 유물을 보여드리는 것이 제일 큰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거운 이미지의 박물관이 아닌 친근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산책 나서듯 찾아주셨으면 좋겠다”면서 가까운 곳에 있는 지역민들의 관심을 바랐다.
이날 박물관을 찾은 한 관람객은 “국립경주박물관에 비해 소략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불국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디지털 돋보기 등 디지털 영상기기를 활용한 컨텐츠가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한편, 불국사는 지난 1999년 3월 불국사·석굴암 사적공원 조성계획의 일환으로 불국사박물관의 건립계획을 세우고 2000년 경주시에 사업계획서를 제출, 2002년 12월 문화재청, 경상북도, 경주시로부터 건립계획 및 설계승인을 받았다.
2003년 3월 경주시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고, 2004년 12월까지 동국대박물관(경주), 경주대박물관에 의해 건립예정부지 내 문화재 지표조사 및 시굴 · 발굴조사를 실시했다. 2006년 9월 기공식을 갖고 2011년 5월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의 전통 한옥 양식의 외형을 갖춘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불국사박물관 본관이 준공됐다. 전시실, 영상실, 휴게실, 중정 등을 갖추고 있다.
본관 준공에 앞서 2011년 3월에는 수장고 시설 및 학예실 등 시설보완을 위한 연구관리동 설계, 2013년 6월 공사에 착공했다.
재일교포 남석환 선생을 비롯해 황수영, 황준영, 정영호 박사가 기증한 유물과 고서, 도서 등을 2013년 8월 수증했고, 2014년 5월 연구관리동 준공과 함께 학예연구실이 개실, 수장고 시설을 보완하고 연구 관리동 증축과 내부 전시공사를 완료했다. 그리고 지난 9월 석가탑 사리장엄구 이관 및 불국사 출토 유물 대여 등 개관전시 준비과정을 거쳐 제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 지난 6일 개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