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일요일에 감포를 다녀올때가 있습니다. 늘 그렇지만 ‘와읍장’ 생각을 하고 가는 것은 아니어서 일요일에만 서는 장터인 와읍장과의 조우는 예기치못한 선물을 받은 냥 반갑습니다. 이제는 감포가는 옛길이 되어버린 추령재를 지나면 와읍(굴바우)등 6개 마을을 지나가게 됩니다. 감포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이 장터는 가끔은 스쳐 지나가기도 하지만 거의 예외없이 들르는 곳입니다. 딱히 볼일이 없어도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엿들을 수 있는 곳, 사람 구경만으로도 시름이 덜어지는 곳이어서 겠지요. 대부분의 시골 장터는 오일장이지만 이곳 와읍장은 일요일에만 장이 서는 곳이니 7일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인근 양북 오일장과 겹치는 5, 10일에도 이곳 장터에는 사람이 붐빈다고 합니다. 지난 일요일에도 어김없이 장이 섰고 인근 주민들이 가져 온 물건들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습니다.  굵은 다리통만한 칡부터 노랗게 익은 탱자와 도토리 묵, 산수유 열매, 표고, 수수, 간장 종지만한 표주박도 잘 말려져 대롱대롱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이외에도 잘 익은 모과, 홍시, 찹쌀 조청, 돼지감자, 야콘, 찐쌀, 늙은 호박, 땅콩, 밤, 국화 말린 것, 직접 담궈온 김치, 갖가지 곡류들, 장아찌 종류 등이 주요 먹거리 들입니다. 오후 3~4시경, 벌써 두치가 동이 났고 팥 시루떡과 인절미를 주로 파는 떡집도 동이 났습니다. 15년째 국산콩으로 청국장을 만들어 판다는 할머니는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구요. 물품은 각기 달랐지만 구수한 옛 맛과 정감이 넘치는 흥정속에서 늦가을 장터가 무르익고 있었습니다.  장터에 빠지지 않는 감초격인 주전부리 할 수 있는 포장마차에서는 국화빵, 호박전, 김치전, 도토리묵에 동동주 한 잔도 곁들일 수 있습니다. 오후의 출출한 시장기를 달래는 것이죠. 자리가 좁은 탓에 옆자리 손님들과도 금세 친구가 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도 즐겁기만 하지요. 이곳은 경주시민 뿐만 아니라 대구나 울산 등에서도 많이 찾아오고 외국인들도 더러 찾는다고 했습니다. 이곳 와읍장이 이토록 ‘히트’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체 주차장이 갖추어져 있지만 장이 설 때는 어림도 없을만큼 붐벼서 주차하는데 애를 먹는데도요. 사방 장터를 둘러보아도 번듯한 가게는 보이지 않고 그저 남루한 무지개색 파라솔이 전부고 작은 보따리를 풀어놓은 좌판이 전부인데 말이죠. 감은사지, 이견대 등의 유적지와 월성원자력발전소가 있어서 일까요? 관광객들도 이곳을 들른다고 하니까요. 잊혀져가는 시골 장터가 여전히 고향의 향수를 변함없이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편안함을 느낄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침 7~8시경 해가 뜨면 할머니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장이 서고 일몰과 동시에 파장이 됩니다. 보따리마다 그날 팔 물건들을 소중하게 담아왔을 그들이 만든 그날 하루의 장도 저물었습니다. 7일후 다시 이곳에는 장이 설테지요. 와읍장을 다녀올라치면 따뜻한 무언가가 허전했던 우리의 가슴을 가득 채워주는듯 합니다. 다음 장에는 더욱 가을색이 짙어진 먹거리들을 만나겠죠? 걱정도, 근심도 헤실헤실 풀어질 다음주 일요일 와읍장을 기다리는 이유입니다.그림=김호연 화백글=선애경 문화전문기자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