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나무 그늘을 찾아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렇게 나무 그늘을 잘 지어주는 나무를 녹음수(綠陰樹)라고 한다. 많은 녹음수 중에서 대표적인 나무가 버즘나무이다. 이 버즘나무는 도시의 가로수로도 많이 이용된다. 무성하게 자란 버즘나무의 그늘은 정말 싱그럽고 시원하다. 서울이나 대기공해가 심한 도시 속에서도 변함없이 싱싱하게 자라주는 이 나무는 가로수로서는 적격이다. 잎이 넓어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빨아 들이고 먼지와 같은 물질을 흡착하여 대기정화능력이 뛰어난 공해에 강한 수종이다. 여름의 시원한 가로수 뿐만아니라 넓다란 갈색빛의 낙엽은 도시의 가을을 느끼게 한다. 가을 비라도 내리면 길에 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빗속을 거니는 낭만도 있다. 이렇게 가로수로서만 좋은 것이 아니라 넓은 학교의 운동장 가에 가지를 자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란 버즘나무들은 여름 내내 시원해 보이고, 낙엽졌을 때 석양무렵의 나뭇가지가 이루는 실루엣은 정말 아름답다. 우리 주변에 많이 자라고 있는 이 버즘나무를 잘 모르고 있다. 흔히‘플라타너스’라고 부르고 있는데 우리말 이름이 버즘나무이다. 이 나무의 껍질을 보면 왜 이런 이름을 지었는지를 알 수 있다. 얼룩얼룩 허옇게 벗겨진 이 나무의 수피가 마치 사람의 얼굴에 버즘이 핀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버즘나무가 우리 나라에 들어온 것은 1910년경이라고 하며, 종류는 버즘나무, 양버즘나무, 단풍버즘나무가 있다. 우리 나라에 가장 많이 심은 것이 양버즘나무이며, 가로수는 거의 양버즘나무이다. 버즘나무는 아주 높이 자라고 잎사귀는 손바닥처럼 생겨 큼직하며, 둥글고 단단한 방울 모양의 열매가 달린다. 이 나무는 성장이 빠른 속성수로서 어떤 경우에는 1년에 2m 이상으로 자란다. 그래서 메마른 도시에 빠른 시일 내에 푸른 가로수를 만들 수 있으니까 각 도시에서 많이 심는 나무이다. 그러나 이렇게 여러 가지 좋은 점에도 불구하고 요즘에는 버즘나무가 인기를 얻지 못하고 가로수도 다른 나무로 교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도시공간에 특히 인도 폭은 좁은데 너무 무성하게 자라서 수관이 건물에 닿고 간판을 가리어 영업에 지장이 있다고 업주들이 불평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잦은 전정과 무질서하게 가지를 잘라서 나무의 형태를 어지럽히고 나무의 수명을 단축시키기도 한다. 우리 경주에도 태종로 등에 버즘나무 가로수가 많았는데 외래수종이며 고도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아서 향토수종이면서 꽃이 아름다운 이팝나무 가로수로 교체하였다. 이와 같이 나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적재적소에 심어야만 그 나무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버즘나무는 무더운 여름날 공원이나 학교 교정의 녹음수로서는 최적의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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