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장한 체구에 덥수룩한 긴 수염, 길게 길러 질끈 묶은 머리와 베레모, 넉넉한 개량한복과 걸망, 바쁠 것도 없이 휘적휘적 거리를 걷는 여유로운 모습은 여천 김경수 화백의 독특한 캐릭터가 된지 오래다. 특이한 외모만큼이나 그의 작품세계도 정형과 평범을 거부한다. 초보자도 한눈에 김화백의 작품임을 알 수 있을 만큼 강렬한 장미그림이나, 시원한 풍경화에 그치지 않는다. 서양화 구상계열이라는 정형을 뛰어넘어 한국화, 유화, 묵화 등 어떤 틀도 그를 가두지는 못한다. 특히 그는 천부경에서 전해오는 내용이나 부적 같은 한국전통신앙에서 전해오는 무속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조영하는 그만의 새로운 작품세계를 창출해 세인들의 주목을 받아 왔다. 캔버스를 뒤집어 사용한다거나, 여백을 둔다거나, 신문지로 꼰 새끼와 골판지, 헌 나무를 이용해 독특한 작품을 그려내는 그의 작품세계는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푸른강물 같다. 경남 울주군 삼남면 작동리에서 태어난 김화백이 경주에 온 것은 지난 72년으로 올해로 30년이 넘었다. 사업과 관련해 경주와 인연을 맺었던 그는 천년고도경주만이 갖고 있는 정취에 매료되어 경주사람이 되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연구하는 김화백은 자신의 작업에만 전념한 게 아니다. 일반시민들에게 그림을 지도해 일요화가회를 만들어 지금도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업작가들의 모임을 만들고 초대회장을 맡았다. 지역문화발전에 대한 그의 열성은 지난 85년부터 극단에밀레 상임이사를 맡아 무대장치를 도맡아 무료봉사해왔다는 사실에서 짐작할 수 있다. 고집스럽게 외길인생을 살아온 김화백이지만 20여년을 써오던 ‘작천(酌川)’이라는 아호를 버리고 여든을 넘긴 노 은사가 ‘술은 그만 마시고 작업에 전념하라’는 뜻으로 지난해 보내온 ‘여천(茹川)’을 쓰는 순박함이 있다. 부부전을 포함한 개인전 14회, 각종 공모전 22회 입상, 그 외 공모전, 초대전, 테마전, 단체전 등 전시회의 횟수를 모두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왕성한 활동을 해온 김화백은 현재 한국전업미술가협회 경부지부장, 일요화가회 지도교수, 아웃사이드전 창립회원, 경북창작미술협회, 동해남부전 운영위원, 경주시립에밀레극단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부인은 서각가 효천 조정숙(48/광주/효천정각연구실)씨이며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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