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 명 구경꾼들이 찌그린 눈으로 닭대가리 쏘아보며 검은 닭 편 들다가 붉은 닭 편 들다가 하는데 두 닭, 어르렁 거리며 검은 닭이 먼저 그 부리로 붉은 닭의 벼슬 쪼아 물고 늘어지니 붉은 닭 몸 비틀어 빠져나오면서 푸닥닥 훌쩍 높이 뛰더니만 검은 닭의 뒤통수 또 꼬집어 내려 뜯는다 검은 닭 물러서며 붉은 닭의 귓불 콕콕 찌르며 서로 모가지 꼬더니 검은 닭이 붉은 닭의 발에 걸려 꼬부라지면서 간신히 몸 꺾어 나와 또 고개 돌려 붉은 닭의 눈알을 찍고 빙글빙글 돌다가 두 마리 모두 이제는 발뒤꿈치 들고 주둥이 마주 대고 섰는데 그 대가리와 갈기에는 온통 검은 피 빛나고 양 날개 펴 헉헉대는 두 닭 눈알 자세히 보니 상대 닭의 눈 쳐다보는 게 아니라 손에 돈 움켜쥐고 둘러앉은 투계꾼 눈알을 빤히 보고 있는 것이다 닭싸움을 소재로 한 시가 우리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 시는 시인이 꼭 중계방송을 하는 느낌을 주어서 더욱 실감을 자아내며 흥미롭게 한다. 그만큼 숙달된 화술로 짜여진 보기 드문 작품이라 해야 옳을 것 같다. 붉은 닭과 검은 닭이 주인공이며, 시인은 관망의 대상자인데 아파도 심판관과 다름없을 것이다. 그런데 승자와 패자가 가려진 싸움으로 끝나지 않고 「두 닭 눈알 자세히 보니/ 상대 닭의 눈 쳐다보는 게 아니라 / 손에 돈 움켜쥐고 둘러앉은 / 투계꾼 눈알을 빤히 보고 있는 것이다」라고 결론을 짓고 있다. 바로 그들이 열심히 싸우다가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알고는 더 이상의 투계를 벌이지 않는데서 이 시가 갖는 묘미는 품격을 달리한다. 요즈음의 정치판을 보는 듯 하다. 아니면 우리 사회에 만연된 풍토를 들여다 보는 듯도 하다. 우리도 싸우지 말 일이다. 닭들처럼 물어뜯고 하는 싸움만이 아닌, 마음속의 갈등을 만들며 이기려고 하거나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마음이 자신의 운신에도 나을게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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