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산책(32) 불두화 불두화는 불교와 관련이 깊은 나무이다. 절에 가면 이 나무를 많이 보게 된다. 어느 절이든지 정원에 많이 심겨져 있는데 대웅전이 있는 앞마당이나 석축계단을 오르는 양옆이나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는 자리에 불두화나무가 서 있게 마련이다. 불두화(佛頭花)는 한자 이름으로 풀이하면‘부처님의 머리와 같은 꽃’이다. 불두화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둥근 꽃차례에 작은 꽃들이 모여 있는 모양이 부처의 동그랗게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나무에 부처를 연상하게 하는 이름을 붙여 사찰의 경내에 심었던 것은 누구가 아주 지혜로운 발상이라고 본다. 나무에 있어 꽃은 열매를 맺고 자손을 퍼뜨리는 것이 필수적인 일이며, 꽃이 아름답든 그러지 못하든 간에 꽃을 피우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래서 암꽃·수꽃이 다른 나무에 있더라도 바람이나 곤충에 의해서 꽃가루받이가 되고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불두화에는 수술과 암술이 없고 오직 흰 꽃잎만 있다. 그래서 암수의 성이 없는 무성화(無性花)이다. 아름다운 꽃에 향기가 일고 벌과 나비가 춤추며 찾아들고 수분이 되어 열매를 맺고 다시 후손이 이어지는 모습은 속세의 인연을 끊고 불가에 입문한 수도승에게 마음의 흔들림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뜻에서 누군가가 불두화를 심었지 않았겠는가! 불두화는 우리 나라의 산과 들에 저절로 자라는 나무는 아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원예 품종인데 이것은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만약에 자연상태에서 불두화가 만들어졌더라도 그 나무는 결실을 하지 못하므로 더 이상 후손을 잇지 못하고 사라졌을 것이다. 이 나무가 어느 나라에서 처음 나왔는지 기록은 없지만 우리나라에는 16세기 전후에 들어왔다고 추정하고 있다. 불두화는 낙엽성관목에 속하며 다 자라도 키가 3미터를 넘지 못한다. 어린 가지는 녹색이다가 자라면서 점차 황갈색으로 변하며 다 자라면 잿빛이 된다. 이 불두화의 껍질은 약재로 쓰인다고 하지만 정확한 약효는 알려져 있지 않다. 불두화는 수구화(수놓은 공)라는 고운 이름도 있으며, 영어로 스노 볼 트리(Snow ball tree)라고 하는데 꽃의 특징을 이름에서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이 나무는 무성화라서 그런지 번식은 꺾꽂이를 하거나 분주를 하면 뿌리가 잘 내린다. 3월경에 지난해에 자란 가지를 한 뼘쯤 잘라서 모래에 꽂고 이듬해에 옮겨심으면 된다. 어디든지 잘 자라지만 햇볕이 부족하면 꽃이 피지 않는다. 여름날 정원에 심어 놓은 불두화가 한아름 피면 푸른 하늘의 뭉게구름처럼 보기에 시원스럽다. 비록 무성화이지만 열심히 자라서 탐스러운 꽃을 피워 남을 즐겁게 하는 불두화는 불가의 정원에 자랄 자격이 있는 꽃나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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