慶州의 造形物을 보며《8》
-경주의 조각공원에 관하여(1)- 5, 21
向石 李 東 浩 (조각가)
한국미협 경주지부장 역임.
신라미술대전,, 도전심사위원.
신라문화상 예술부문수상.
유명한 스웨덴의 조각가 빙게르만의 조각공원은 국가적인 차원으로 조성되었다. 북유럽 인간생사의 과정을 절실하게 생생히 표현한 그의 조각을 보고자 수많은 관람객이 세계도처에서 이 곳을 찾는다.
우리나라에도 조상들을 집단으로 전시하는 조각공원이 목포시를 효시로 여러 도시에 우후죽순처럼 조성되고 있다. 본인의 작품만을 전시한 개인적 차원 또는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시나 국가차원의 조각공원으로 대별된다 .
도시당국의 출자로 조성하는 경우는 그 도시의 작가에 국한하거나 전국은 물론 나아가 국제적인 작가로 구성할 수도 있다. 그리고 주로 본인의 작품을 내보이고자,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조각공원과 관리유지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하여 비율제로 작품대가를 분배하는 등의 조각공원이 도시환경과 관광자원의 명목으로 조성된다.
그런데 필자는 집단으로 조각을 전시하는 이 일반성 조각공원은 경주의 특성으로 볼 때 불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필자는 조각가이고. 작품의 대부분도 조각공원의 작품처럼 야외용이며 그런 규모로 제작한다
전국 어디에서나 볼 정도로 흔해진 조각공원의 작품들이 창작이고, 작품마다 각기 다른 내용과 형식 및 재료의 작품이지만 거의가 현대성 표현이라는 내용이고. 형식 또한 기하학적인 비구상 계열이 주류를 이룬다. 이것이 우리나라 조각공원의 대동소이한 성격이고 한계이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경주에 조각공원이 불필요하다는 것만은 아니다, 더한 이유는
첫째 경주의 특성상 조각공원은 관광자원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조각공원은 그 자신의 문제이기에 논의의 밖이다. 만약 시(市) 당국이 일반성의 조각공원을 조성하여 시수(市收)를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전국의 조각공원이 대 규모로 조성된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실패 직전상태이다. 왜냐하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동일할 수밖에 없는 내용의 조각공원을 찾는다 하여도 그 식상 감으로 하여금 점차로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도시가 별다른 관광자원이 없어서 그 일환으로 조각공원을 조성한다고 치자. 시민 이외(以外) 그 누가 조각공원을 찾을 것이며, 수입을 기대한단 말인가. 그러하기에 대부분의 조각공원이 이제는 시민 휴식공간의 심심풀이로서 조경의 보조역할을 할 뿐이다. 현재 전국의 조각공원 관람객은 뭐도 모르는 소수의 관광객이나 전시작가의 식구들과 그 친구정도이다. 조각가는 물론 미술인조차도 찾지 않는 실정이다. 거제시 외도(外島)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주말에 법석을 이룬다. 그러나 이들이 외도의 조각상을 감상하려고 유람선을 승선하지는 않는다. 코스에 있을 뿐인 조각공원을 스쳐가지만 의도적으로 찾지 않는다.
신라미술은 조각의 우수함에 있다. 현대의 조각에 비한 그 미적 수준은 천지차이다. 이러한 옛 것의 우수함을 엿보고 깨닫게 할 수 있는 조각이 풍부히 산재한 경주를 관광하면서 한편 바쁘기도 한 일정에 과연 몇 사람이 그렇게 관심이 많아서 조각공원을 찾겠는가?
조각공원 조성에는 전시장과 부대시설 및 주차장의 면적을 제외하고라도 시의 차원이라면 최소한 50여점 이상의 작품비만해도 최소한 10억 이상은 소요된다. 근래 필자에게 출품 의뢰한 경기도 신흥도시의 전시작품구입의 한정금액은 4천만 원이다.
외면당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반적인 조각공원의 관리유지 등을 감안하면 최소한 2, 30억원이 소요되며, 적잖은 투자에 비한 이익기대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필자도 20여년 전부터 생각해온 것이기도 하지만, 안할말로 조각공원이 앞으로 전망이 있다면 필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개인적인 조각공원이라도 조성하려 들 것이다. 개인적인 조각공원에 관하여서는 차기에 언급하겠다.
둘째,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원도시 경주의 공간환경을 조감하여 보면 인공적인 직선미보다 자연의 무질서가 전개되었으나 균형의 질서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자연미의 공간환경과 기하인공미의 조각공원이 조화될 수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을 뿐더러 경주전통의 역사성과는 무관한 조각공원의 내용은 이미지로도 부합되지 않는다.
언뜻 생각하면 될 것 같아서「남이 하니 나도 할거야, 저질러 보자」는 생각은 경주의 특성을 간과한 비전문가의 단순관념일 뿐이다.
국내의 조각공원하면 서울시의 88올림픽 조각공원보다도 규모와 내용이 볼품 없는 목포의 것이 먼저 연상된다. 이러하듯 후발주자로서 성공하려면 전자를 훨씬 능가하는 무엇을 보여야 할 것이다. 아는바와 같이 경주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유물유적의 도시이다. 이곳에 특별한 의미도 이익도 없는 집단전시의 일반적인 조각공원이 오히려 경주특성에 부조화를 자초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당연히 불필요하다.
경주의 조각공원은 경주의 특질을 부각하고 관광자원 차원의 경주적 조각공원이 필수조건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 초점을 어디에 맞추고 조성에 따르는 전반적인 문제를 차 호에서 다루기로 하며, 관광자원으로서 조각공원보다는 훨씬 기대치가 높은「미니추얼 가-든」에 관한 대안도 겸하여 제시하겠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