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산책(29) 수수꽃다리 꽃도 지고 진한 향기도 사라졌지만 5월을 보내면서 잊을 수 없는 꽃나무가 있다. 어디선가 휘감겨 오는 꽃향기가 5월의 밤을 더욱 빛나게 하는데, 이 청량한 꽃내음의 주인공은 바로‘수수꽃다리’이다. ‘수수꽃다리’라는 이름은 순수한 우리말로서 정말 아름다운 꽃이름이다. 그러나 흔하게 쓰는 이름이 아니라서 좀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이 꽃이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라일락’이며,‘라일락’은 일명‘서양수수꽃다리’라고 한다. 엄밀히 따지면 특성상 약간의 구별이 되지만 같은 나무라고 생각하면 된다. 라일락은 중세 때 아랍를 거쳐 유럽으로 퍼져 재배되기 시작하였으며, 조선 말엽에 우리 나라로 건너와 관상용으로 기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이 꽃이 피면 따서 말려서 향갑이나 향궤에 넣어 두고 항상 방안에 은은한 향기가 돌도록 하였으며 여인들의 향낭에 자주 들어가는 꽃이다. 라일락은 아랍어에서 기원한 영어 이름이고, 프랑스에서는‘리라’라고 하는데 서양 특히 유럽에서 더 인기가 높다. 꽃과 향기가 좋아서 동양이나 서양이나 시와 노래와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데 한결같이 사랑의 노래이다. 과거에 고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누구나 애송했던 시인 김용호 선생의「오월의 유혹」에도 라일락 꽃향기의 황홀감을 묘사하고 있다. “곡마단 트럼펫 소리에 탑은 더 높아만 가고 / 유유히 젖빛 구름이 흐르는 산 봉우리 / 분수인 양 치오른는 가슴을 네게 맡기고 사양에 서면 / 풍겨 오는 것 아가자기한 라일락 향기 / 계절이 부푸는 이 교차점에서 청춘은 함초롬이 젖어나고 / 넌 이브인가 푸른 유혹이 깃들여 감미롭게 핀 황홀한 오월” 60년대에 세계적으로 유행하여 우리 나라에까지 잘 알려진「베사메 무초」라는 노래에도 이 꽃이 나온다. “베사메 무초 / 고요한 그날 밤 리라꽃(라일락꽃) 피는 밤에 / 베사메 베사메 무초 / 리라꽃 향기를 나에게 전해 다오.” 사랑하는 연인을 리라꽃처럼 귀여운 아가씨로 비유하여 사랑의 기쁨을 노래하였다. 이 뿐만 아니라 라일락에 관한 얘기가 수 없이 많으며, 유럽에서는 특히 젊은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독일에서는 5월에 라일락 피는 시기를 라일락타임이라 하여 축제분위기에 젖어들기도 한다. 어느 집 정원에 심겨있는 수수꽃다리 한 그루가 온 집안과 동네에 향기를 풍길 정도로 향기가 강하다. 흰꽃보다 보라색의 꽃이 향기가 더 진하므로, 묘목을 살 때 나무의 줄기 색이 짙은 것을 골라야 한다. 수수꽃다리는 꽃이 길어 꿀샘이 꽃 속 깊은 곳에 있기 때문에 그 엄청난 향기에 비해서 벌이 많이 찾아오지 않는 것이 특이한 사실이다. 이 수수꽃다리의 꽃말은 청춘, 젊은 날의 회상, 친구의 사랑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