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산책(28) 아까시나무 신록이 더해가는 5월의 산야에 아까시나무의 꽃이 활짝 피어 향긋한 향기와 함께 하얀 꽃잎이 늦은 봄바람을 타고 눈송이처럼 날리고 있다. 흔히 우리들이‘아카시아’라고 부르는 나무인데 사실은‘아까시나무’라고 해야 옳다. 그 이유는 아카시아라는 나무는 열대 지방에 자라는 상록활엽수로 완전히 다른 나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글이나 일상적인 말에서 아카시아라고 더 많이 쓰이고 있어서 쉽게 고쳐지지는 않을 것 같다. 아까시나무의 잎은 아홉 내지 열아홉 개의 작은 잎들이 달려 있는데 이런 잎을 우상복엽이라고 하며, 어린 시절에 가위·바위·보를 하여 이기면 잎을 하나씩 따내며 놀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잎을 훑어낸 잎줄기로는 계집아이들의 긴 머리카락을 묶기도 하였다. 아까시나무는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건너온 콩과식물에 속하는 낙엽활엽수이며 아주 크게 자라는 나무이다. 우리 나라에 도입된 시기는 1890년으로 어느 일본 회사의 인천지점장이라는 사람이 중국으로부터 묘목을 구입하여 인천의 공원에 심은 것이 최초라고 한다. 그 후에 조금씩 심어졌으며 1917년에 출판된「실험양봉」이란 책에 아까시나무의 분포상황과 밀원가치에 관해 언급된 것을 볼 때 이 전에 널리 심겨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까시나무가 전국적으로 넓게 퍼진 이유는 1960년대에 산이 헐벗어 치산녹화사업으로 빨리 자라고 뿌리가 잘 퍼져서 산사태를 막을 목적으로 아까시나무를 많이 심었으며, 땔감이 부족하여 땔감용 나무로 심도록 권장했기 때문이다. 아까시나무는 아주 쓸모 없는 몹쓸 나무로 인식되어 있지만 꿀이 많아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밀원수로 전체 꿀 생산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양봉가들은 이 꽃을 따라 옮겨 다닌다. 또한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좋아서 젊은이들에게는 오월의 유혹에 빠지는 추억 속의 아름다운 나무가 되기도 한다. 아까시나무는 콩과 식물의 특징인 땅 속의 질소를 고정하여 강인한 뿌리의 생명력과 번식력으로 한번 자라기 시작하면 계속적으로 번져 산소에 까지 뿌리를 뻗어가기 때문에 없애려고 해도 쉽게 처리되지 않는다. 아까시나무가 자라는 숲에는 잡초가 적으며, 워낙 스스로 자라는데 많은 양분이 필요하므로 다른 식물이 양분을 섭취하지 못하도록 일종의 독성을 내보내 주변의 나무를 죽게 만든다. 아까시나무를 고사시키는 특효 제초농약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으나 둥치가 굵은 나무는 잘 죽지 않으므로 나무껍질을 벗기거나 톱질을 하여 상처부위에 약을 바르면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아까시나무는 장·단점이 많은 나무이다. 장점을 몇 가지 더 얘기하자면 꿀과 향기가 아니더라도 뿌리의 껍질을 건조시켜 달여 마시면 이뇨, 수종, 변비에 효과가 있어 약재로 이용된다고 한다. 봄철에 어린 잎을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하고 잎을 살짝 찐 다음 손으로 비비면서 말려 차로도 마신다. 목재는 강도가 높으며 내구성이 강하고 무늬와 색상이 아주 독특하여 앞으로 목재로서 각광을 받을 것이다. 이 나무의 잎은 영양분이 많아 소의 사료로 이용하였고, 특히 토끼가 잘 먹어서 산야에 자라는 아까시나무 잎을 따러 다니던 초등학교 토끼사육 당번 시절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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