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방송언론광고학부 208045 이강훈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IMF한파 이후 직장과 가정에서 기죽어 살아가는 대한민국 남성이자 아버지, 가장, 남편 이야기. 직원을 `노예`처럼 부려먹는 비인간적인 회사 일산, 대기발령을 받고도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힘없는 가장, 온기라곤 느낄 수 없는 `썰렁`한 가정 등 결코 남의 일로 돌릴 수만 없는 우리의 자화상 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진다. 별난 소송을 제기해 `색녀`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 원고 이경자(황신혜)와 남편 추형도(문 성근), 부부이면서도 서로 정반대 편에서 변론을 맡는 이기자(심혜진)와 명성기(안성기). 이들 의 법정 싸움은 또 한편으로 남성과 여성의 성 대결로 치열하게 맞붙는다. 남편에 대한 아내의 성적 요구는 정당한 것이므로 회사는 2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부부간의 사랑의 화해로 결말짓는 이 영화는 법정공방이 좀더 치열하지 못한 것이 흠이지만, 배우들의 내면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연애시절 불처럼 뜨거웠으나 결혼 후 시들어버리는 평범한 남자의 모습을 가장 평범하게 그려내 눈길을 끈다. 이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노골적이다. 무엇보다 ‘성생활’을 암시하는‘생과부’란 어휘가 주는 느낌이 특히 그렇다. 이미 제목에서 남편이 옆에 있으나 실제로는 성생활에 만족하지 못한 아내의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다. 게다가 그것을 놓고 소송 운운하다니… … 은밀해야 할(?) 성(性)이 침실 밖으로 새어나온 양상이랄 수밖에. 하지만 영화를 본 후에는 이 노골적인 제목에 다시 한번쯤 우리 사회에 대한 풍속도를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이면 속에 희망을 오로지 승진이라는 이름에 걸고 가정보다는 회사만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우리의 가장. 이런 가장에 우리 가족들은 피해를 입었고 가장 비참하리라 만큼 생각되는 이경자는 회사를 상대로 성 소송을 제기한다. 이 영화에 단순히 성에 대한 문제만 국한 두고 싶지는 않다. 주부인 이경자(황신혜)는 남편의 과중한 업무 때문에 부부생활에 피해를 보았다며 남편의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 이른바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여기에 각각 원고(황신혜)의 대리인인 이기자(심혜진) 변호사와 피고(회사)의 대리인인 명성기(안성기) 변호사가 가세해 법정에서 맞선다. 이들 역시 부부지만 이들 사이에도 침실에서의 갈등이 적잖다. 영화 내용을 보면 부부침실에 관해 아니 성에 관해 법정에 선 순진한 주부 이경자의 입에서 남자의 성기를 가리키는 단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튀어나오는가 하면 ‘링’이니 뭐니 하는, 성 기능을 높이기 위한 기구 이름이 툭툭 튀어나와 법정을 뒤집어 놓는다. 파격적이다. 이렇듯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은 ‘여성에게도 성욕이 있다’며 여성의 성권(性權)을 선언한다. 부부관계 그리고 가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역설하기도 한다. 법정은 단순한 한 부부의 섹스 얘기를 하기 위한 공간만은 아니었다. 회사원 추형도의 성기능 저하는 기업에 의해 소모되고 피폐해지는 한 개인의 삶을 상징한다. 소모품이 돼버린 개인의 삶은 결국 사랑의 보금자리마저 무너뜨리고 만다는 얘기다. 영화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에는 분명 직장인이라면 그리고 주부라면 한번쯤은 공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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