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용미(內容美)를 중점으로 (1) - 向石 李 東 浩 (조각가) 신라미술대전, 도전 심사위원 신라문화상 예술부문 수상 경주고교 재직 60년대 후반 통칭 대구로터리의 원형분수 내에 화랑원화(花郞源花)상을 건립하였으나, 점차로 급증하는 교통량 해소, 그리고 시멘트 재질과 그 규모의 문제로 30년 후에 철거하여서 현 경주교차로가 되었다 . 지구형태 위에 입상(立像)한 화랑원화는 여기가 신라고도 경주이고, 우리는 삼국통일을 이룩한 원동력! 그 뜻을 이어받아 국가에 공헌하자는 느낌의 직설적이며 일차적인 시각은 신라 시대성과 경주 지역성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협의(俠義)의 내용미(內容美)로 볼 수 있다 조각이 없는 민족은 철학이 없다 ”라는 말은 바로 내용미를 뜻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기마 유목민이기에 조형물이 없을 수밖에 없는 몽골제국의 흥망성쇠에서, 일본 나라市 동대寺의 거대한 청동 좌불상에서 왜소의 열등의식을, 미국의 현대조형물에서 실용주의와 자유여신상에서 희망과 자유의 갈구를, 레닌그라드의 여신상에서 영웅성의 패권주의를, 스웨덴 빙겔만 조각공원에서 생로병사의 인간고뇌를 보게 된다, 김일성(金日成)동상에서 획일성 교조주의를, 방콕의 수많은 사원에서 윤회의 체념을, 아잔타 석굴에서 계급에 대한 괴로운 몸부림을, 피라미드에서 내세에 따른 권위의 잔혹성을, 만리장성에서 전제의 중화사상을 보게 된다. 조형물이 우리에게 보이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여야 효과적으로 그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형식은 그 조형물의 가치와 미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초원소가 된다, 우리가 거래의 목적을 성취하려면 어떤 대화내용을 어떻게 구사하여야 할까? 고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민속신앙의 발상지인 경주에 산재한 신화전설의 상징적 내용을 현대적 형식기교로 조형한다면 그것이 경주의 원초적인 정체성(正體性)이 아닐까? 물론 대부분의 조형물이 김유신(金庾信)장군동상과 같이 특정한 목적으로 조성된다. 그러나 장군에 대한 이미지가 백제나 고구려지역에서는 신라지역의 관점과 다르다면 장군의 메시지는 한정적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 세종로의 이순신(李舜臣)장군동상을 보자, 세계 해전사에서 그 유래가 없는 전과를 올리게 된 것은 그러한 탁월한 전략을 구사할 됨됨이와 백의종군한 인격이 바탕 되었기에 가능하다는 관점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 그러기에 이 동상의 장군이 지휘도를 왼손에 잡았는데 이 자세는 항장(降將)을 의미하는 동세이므로 철거론이 대두된 적이 있었다. 70년대 초반 당시의 제작비는 15억으로 기억하는 필자가 제작팀의 일원이었기에 조수들끼리의 눈짐작의 제작비이지만, 현재 물가상승으로 계상하면 100억 이상의 소요금액이 된다. 그러나 장군은 항복하지 않았다. 철거론이 시사하는 바는 조형물 내용의 보편적인 일반성을 의미하는 한 관점을 뜻한다고 보겠다 조형물의 표상조건 즉 소설(小說)의 광범위한 내용을 시적(詩的)으로 함축하여 그 다양성이 암시되어야 하는 내용성의 어려움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향토적인 것이 한국적이며 세계적이라는 의미는 향토색 짙은 경주의 정체내용이 신라시대성과 경주지역성의 한계를 벗어나야만 한국적이며 세계적이 될 것이다 그런 만큼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 그 광범위한 내용을 연구, 함축한 조형작가의 전문성과 직감과 보편의 일반성이 접합하여서 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석굴암 본존불상에서 신라의 정체내용을, 미국의 자유 여신상에서 희망과 자유의 불길내용을 봐왔다. 예술가는 그 장르의 소질을 내보이는 단순한 재주꾼만은 아니다. 무한히 자비로우면서도 엄격한 양극(兩極)간의 폭이 표출된 석굴암 본존불상을 조형한 그 조각가는 바로 본존불 그 자체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본존불상은 그 조각가의 생활체험 내용이 반영된 조형철학의 상(像)이기 때문이다. 신인작가를 등용하는 국전과 도전, 그리고 신라미술대전 등의 각종 공모전에서 심사 후 잡음이 파생되기도 한다. 인맥 또는 사제관계이니, 심사위원이 세(勢)를 확장하기 위한 포석이니, 선정에 대한 대가가 막후에서 작용했다는 등 온갖 쑥덕공론이 쉽게 가라앉질 안는다. 결국에는 그런 심사위원은 문제에서 빠지고 그들을 위촉한 집행부 탓으로 귀착되고 만다.. 그런데 이 문제가 인맥이던 사제지간이던 간에 미의 동질성에서 야기된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절대적인 하나의 미만 존재하는 것도 아닌 것이, 사람마다 체험내용이 달라서 취향의 개별성으로 하여금 다양한 미를 형성하고 있는 까닭이다. 다시 말하면 심사위원의 시각에는 자기와 동질성의 아류가 좋게 보이기 마련이어서 이를 넘어선 미관(美觀)의 폭(幅)과 격(格)으로 심사를 하지 않거나 못한 탓이기 때문이다. . 협의적이고 일차적인 작가시각, 빠듯한 제작기간과 대가, 그리고 관계당국과 일반성의 단기적인 안목이 연출하는 조형물은 이제 경주에서도 지양되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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