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입지에 좋은 시설로 어린이들을 모집한 한 어린이집이 이전준비도 전혀 되지 않은 허름한 창고로 어린이집을 이전하겠다고 해 학부모, 교사들로부터 강한 반발에 부닥쳐 무단휴업에 들어간 사건이 있었다.
모집정원이 124명으로 알려진 이 어린이집은 정원을 초과해 이미 2003년도 어린이 130명을 모집한 상태에서 개원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무단 휴업에 들어감으로써 발이 묶인 많은 어린이들이 집에 머물고 있어 학부모들의 사회활동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어린이집도 이미 모집을 끝낸 상황에서 터진 일이라 어린이들을 다른 어린이집으로 돌리는 일도 쉽지 않아 많은 학부모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어린이집은 사설보육시설이지만 어린이들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 학부모들, 기관으로부터 위임받은 보육업무를 수행해야하는 일종의 공공위탁시설이기도 하다.
따라서 막중한 책임과 그에 따른 높은 사명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또한 어린이들을 그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교육적인 측면도 깊이 고려되어야 마땅하다.
최근 핵가족시대를 맞아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있고 따라서 어린이들의 보육을 대부분 어린이집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어린이집에 대한 부모들의 신뢰는 대단히 중요하며 이러한 부모들의 심정에 견주어 볼 때 믿고 맡기는 어린이집에 대한 학부모들의 의존도는 대단히 크며 갈수록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한다면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할 때이다. 그런데 최근 파란나라어린이집 사태는 공교육에 버금가는 지위를 부여받아왔던 어린이집에 대한 일반의 신뢰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일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문제 어린이집의 실질적 오너는 한때 선출직의원의 신분까지 가졌던 알만한 지도층 인사라고 하니 더욱 씁쓸한 입맛을 거둘 수가 없다.
이번 어린이집 사태는 어린이들의 교육보다는 임대수익을 먼저 생각한 업주의 상혼이 빚어낸 결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대기업에 건물을 임대할 기회를 외면하기는 어려웠겠지만 그러나 상대가 아직 티 없이 맑은 눈망울을 가진 다수의 어린이들이라는 사실을 생각했다면 그리고 자신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공인이라는 사명감으로 좀더 신중했어야했다.
130여명의 어린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똑똑히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눈앞의 이해에 급급한 나머지 그들과 맺은 무언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사실은 법 이전에 사회적으로 도덕적으로 이해받기 어려울 것이다.
파란나라어린이집 책임자는 지금이라도 어린이집을 재개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 어린이들에게 최선의 봉사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문제해결방안이다. 아니면 최소한 이로 인해 물적, 정신적으로 피해 받은 어린이들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충분한 보상으로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한다.
또한 모집정원 초과에 대한 엄연한 불법에 대해서도 ‘나만했느냐’는 식으로 반성 없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불법을 방조한 행정당국의 느슨한 관리태도가 결국 이번 어린이집 사태를 불렀는지도 모른다. 경주시 관계자는 이러한 불법이 상식적인 관행이 된데 대한 책임을 느끼고 향후 철저한 관리와 감독으로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책임을 묻고 지휘감독을 강화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