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이 남기고 간 흔적을 조심스레 밀어내며, 햇살은 가로수 사이를 건너 막 들뜨기 시작한 신천대로 위를 뒤 따라오고 있었다. 팔달교를 지나 칠곡에 위치한 경북농업기술원을 찾아서 전국 최초로 농촌진흥기관의 여성국장에 임명된 정종기 기술보급국장을 만났다.
첫인상은 마치 기초부터 잘 쌓아올려서 결코 무너질 것 같지 않은 성곽을 앞에 두고 서 있는 것 같았다. 1962년 농촌진흥청 개청 이래 42년 만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농업기술원 기술보급국장에 여성국장이 임명된 일은 공직사회의 새로운 모델이 되었으며 평소의 역량을 인정받은 경사스러운 일이어서 사무실 안에는 축하의 꽃다발로 봄이 한 발짝 먼저 와 있었다.
정국장은 1947년 경주시 외동읍에서 출생, 경주여고에서 수학하였고 공직생활과 가정주부의 역할도 힘들텐데 현재 경북대학교 농업개발대학원 농촌개발학과에 재학중인 학구파이다.
최근의 농업환경이 신기술 지식기반 농업으로 급속하게 옮겨가고 있고 농업관련 산업이 발달되고 있으므로 그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농업기술원의 기술보급국 산하에서 시행되는 주요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전통문화와 테마가 있는 농촌환경조성, 농촌자원을 이용한 여성의 농외소득원 개발, 여성정예인력 양성화와 노인들의 솜씨전수를 위한 노인지도 시범마을 육성 등이라고 한다.
농촌은 식량생산의 공간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그 내포된 다원적 기능에 대해 재평가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67년부터 칠곡군 농촌지도소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하여 영덕군, 경주시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섬세하고 예리한 판단력으로 농촌생활 환경여건을 개선하는데 정열을 쏟아온 정국장의 오늘의 경사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깔끔하면서도 포용력 넓은 성품으로 대인관계가 원만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정국장은 남편 최상택씨와의 사이에 1남을 두고 있다.
전국단위의 생활개선업무에 따른 수상실적도 화려하여 그 횟수가 무려 20여회에 달하며 특히 농촌마을 가꾸기 경진대회에서 입상한 안강읍 옥산2리의 전통테마마을은 지금도 찾는 관광객들이 많다고 한다.
10여년전에 비해 농가여성인구는 50.8%에서 51.6%로 증가했다. 농작업 보조기구를 개발해서 보급하고 비닐하우스 안에 간이휴게실을 설치하는 등의 작은 일들로부터 시작하여 정보화교육에 이르기까지 여성 농업인이 직업인의 지위를 인정받으며 농촌사회의 의사결정과정에 적극 참여시키는 내용을 전해 들으면서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강을 만들며 흘러가는 현상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고향 경주를 사랑하는 마음도 남다르다는 정종기 기술보급국장께 감사와 다시 한번 축하를 드리며 앞으로의 활역에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