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받아 가세요."
톨게이트를 지나다니는 사람은 이 소리를 꼭 들을 것이다. 나는 이 소리를 듣는 순간 가슴이 펑 뚫리도록 큰 소리로 웃을 수 있다.
겨울에 공부를 하게 되어서 경산을 오가게 되었다. 국도를 이용하라는 권유도 많이 받아서 처음부터 국도를 택했다. 다녀야 할 도로에 대하여 다른 사람과 달리 내심 얼면 어쩌나 눈이 오면 어쩌나 늘 걱정을 하였다. 길이 제법 익숙해질 무렵에 눈비가 내려 오후 강의가 끝나고 거리에 나온 순간 눈앞이 보이지 않았다. 겨울날씨에 낮은 기온으로 도로의 노면은 번쩍거렸고 불빛에 반사되어 시야도 흐려왔다. 이튿날 국도로 가던 어려움을 이야기했더니 같이 강의를 받던 선생님이 고속도로가 훨씬 좋을 것이라는 말을 해 주었다. 국도 이용을 좋아하고 어쩌다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에는 늘 다른 사람과 함께였다. 고속도로는 내가 운전하고는 처음 길이라 부담이 많이 갔다. 앞서 가는 선생님의 뒤를 따라 톨게이트 진입을 하는 순간 예쁜 목소리로 `표 받아가세요.`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었더니 표가 닫지 않아서 비상 깜박이를 넣고 차에서 내려 표를 받아든 순간 뒤차의 크락숀 소리에 놀라 허둥지둥 고속도로를 진입하면서 정신없이 앞차의 불빛만 보고 달리기 시작하였다. 경주시를 들어서면서 내일부터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지혜로운 여자다. 우선 팔이 길어지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그때 조리대위의 수저통속의 스탠 집게 생각이 났다. 스탠 집게는 김치 집을 때 사용하는데 혹시 냄새가 나지 않을까 열심히 닦았다. 그리고 집는 연습도 해보았다. 드디어 아침이 되었다. 톨게이트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표 받아 가세요.` 소리와 함께 집게로 표를 뽑았을 때의 내 마음은 너무도 후련하였다. 어제의 어려움도 다 잊어버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쌩쌩 달릴 수 있음은 톨게이트의 아저씨 웃음과 집게 그리고 뒤차 운전자의 웃음이 더욱 힘이 나게 한다. 난 아침이면 여러 사람을 즐겁게 하여 엔돌핀을 형성 시켜주는 여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서 집게의 길이가 조금만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짧다는 생각이 드니까 기왕에 쓸 집게라면 조금만 더 길게 된 것을 사용하여야겠다는 마음에서 철물점을 들렸다. 최상으로 세련된 집게를 보여 달라고 했더니, 최고의 상품은 다른 것이 아니라 쓰레기 집게 500원 짜리 밖에 없었다. 재질은 양철에 은빛이 나는 집게를 구입하여 집는 부분이 맞지를 않아서 신랑이 펜치로 집는 부분이 딱딱 맞도록 손보아 주어 몇 번 연습하고 사용했다.
뒤차의 크락숀 소리도 비상 깜박이도 필요 없이 창을 열고 손쉽게 표를 받을 수 있음은 지혜로운 여인의 참신한 아이템이랄까?
공부하러 다니는 동안에 고속도로의 통행이 즐거움으로 가득하고 톨게이트 앞의 후들거리던 내 모습은 자신감으로 뭉쳐진 행동으로 표출되었다. 직장의 동료들,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지나가는 말로 이야기했더니 그냥 배 쥐고 웃는 것이 아닌가? 뒤 따라 오는 차의 운전자는 고속도로 진입이 어렵다고 했다. 웃음을 주는 사람은 본인이 더 신이 난다. 지금도 내 자동차 옆 포켓에는 집게가 항상 준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