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초등학교 교과서에 개미와 배짱이 얘기가 나온다. 부지런한 개미와 게으른 배짱이를 빗댄 우화로 우리에게 사뭇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마다 장마철이면 경주시 안강읍과 내남면 일대 상습 침수지역 논과 밭이 물에 잠겨 농심을 어둡게 하고 있다. 여기다 태풍으로 한꺼번에 200mm 이상 폭우라도 내리면 외곽지 농경지는 물론 시가지 곳곳 도로가 침수되고 때론 상가들마저 흘러든 흙탕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처럼 해마다 되풀이 되는 예견된 장마인데도 행정당국은 끝없는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허둥대며 이에 대비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우선 가뭄이 계속되는데도 주요 하천에 대한 하상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또 지역내 수십개소에 달하는 저수지에 대한 준설공사도 게을리해 호우기면 엄청난 강물이 농경지로 흘러 결국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경주지역 최대인 형산강에 대한 보강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집중 호우시 엄청난 수량이 형산강을 타고 최대 유속으로 흐를 경우 높아진 하상으로 인해 인근 강둑이 무너지기 일쑤다. 당초 강폭이 넓은 상류지역에서 하류지역으로 가면 갈수록 좁아져 유속이 강해지고 수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시가지 중심부의 경우 오래전 설치된 배수로가 각종 쓰레기와 오물들로 채워져 있는데다 호우시 역류현상까지 빚어져 여기서 나온 악취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로변 배수구 높낮이가 잘못 설치가 물이 역류하는가 하면 인왕동 선덕여고 앞에서 안압지, 시내간 사거리의 경우 조금만 비가 내려도 도로에 물이 차 올라 차량통행이 어렵게 되고 있다. 지난 97년을 즈음한 몇해간 가뭄이 이어져 감포 등 일부지역에 제한급수가 실시되는 등 한동안 고통이 잇따랐다. 당시 경주시는 각 지역에 지하수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정부에 요구했고 수백개소의 지하 관정이 이때 생겨났다. 그러나 행정당국은 가뭄에 떼밀려 호우기를 예상치 못했고 장마를 예상한 예산집행은 뒤로 미뤄져 결국 태풍 사오마이 등에 적절히 대비치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 EU에 가입한 국가체면에 맞게 이같은 일들이 마냥 인재라는 용어로 피해가서는 안된다. 미국은 온도 1%를 예측하는데 연간 수억 달러의 예산을 줄일 수 있다면서 연구를 서두르고 있고 기상위성을 띄워 엄청난 재앙을 일으키는 토네이도에 대한 연구에 들어간지 오래다. 이웃 일본도 화산에서 흘러 내리는 용암의 방향을 수정하기 위한 연구에 들어가는 등 세계가 자연재해를 피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는 재해앞에서 두손을 놓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경주시도 재해비상대책위를 두고 있지만 제대로 가동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개미를 거울 삼아 먼 앞을 내다보고 차근차근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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