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사람들은 가느다란 대나무 대롱에 꼬챙이를 꽂아서 공기 압축을 이용하여 만든 장난감 공기총을 기억할 것이다. 이 공기총의 탄알로 쓰였던 재료가 팽나무의 열매이다. 열매를 대나무 대롱에 넣고 탁 치면 공기 압축에 의해서‘팽’하고 날아가는데, 놀이용 이 총을‘팽총’이라 한다. 여기에 그 열매가 쓰여‘팽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얘기도 있다. 흔히 이 장난감 총을 우리 지방 사투리로‘빡개총’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
팽나무는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으로 경북 동해안 지역에서는 일명‘포구나무’라고 부른다. 원산지는 한국과 중국이며 생육지역은 우리나라 전지역에서 잘 자라며 뿌리가 잘 발달되어 강풍과 해풍에도 강하다. 해안지방이나 도서지방에 거목이 남아 있으며, 마을의 당산목으로 위엄을 보이며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로 지정된 노거수가 많다.
경주지역에는 예전의 유림이나 황성공원을 비롯하여 계림, 반월성 등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가을에 등황색으로 익는 열매는 사람도 먹을 수 있으며, 주로 새들이 즐겨 먹는다. 독립수로써 경관수·녹음수·정자목으로 이용할 수 있어 공원이나 넓은 부지의 대단위 조경에 알맞다.
팽나무의 쓰임새도 다양하다. 약용으로는 생약명을 박유지(樸楡枝) 또는 박수피(樸樹皮)라고 해서 잔가지를 사용하는데 스카톨이나 인돌 등을 함유하고 있어서 혈액순환을 빠르게 하고 요통, 관절염을 다스리는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팽나무의 목재는 단단하여 잘 갈라지지 않으므로 가구재, 건축재, 농기구재 등으로 사용하였으며, 큰 나무를 통째로 파서 통나무 배를 만들기도 하였다. 논에 물을 퍼 넣을 때 쓰는 기구인 용두레도 이 나무로 만들었다.
팽나무는 수명이 길고 역사성을 지니며 자태가 아름다운 우리의 향토수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