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동부동과 북부동에 걸쳐있는 경주 읍성(사적 제96호)의 성곽이 지난 봄 잦은 비로 지반에 약해져 붕괴위기에 처해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에 보수 요청을 늦게 해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내 중심지에 있는 경주 읍성은 축조연대는 확실치 않으나 신라 때의 석축 읍성으로 동경통지에는 ‘고려 폐왕 우(禑) 무오(戊午)에 개축하였고 높이는 12자 7치’라고 되어 있다.
또 동국여지승람에는 `주위가 4,075자이고 높이는 12자인데, 성내에 우물이 80개소나 있다’고 되어 있을 만큼 큰 규모였지만 지금은 옛 모습은커녕 성곽은 방치돼 거의 헐리고 약 50m만 남아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문제는 경주시가 지난 봄 경주 읍성의 남아있는 성곽 50m 중 중앙부분 5m정도가 무너져 내리고 성곽이 앞으로 튀어나오는 `배불림 현상`을 확인하고 5월 17일 문화재청에 피해 사실을 보고한 뒤 4개월이 지난 후인 지난 9월에 보수사업비 배정을 문화재청에 요청해 결국 올해 안으로 보수를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경주는 국보 31점, 보물 76점, 사적 73개소 등 국가 또는 도지정문화재 300여점에 문화재보호구역만 경주시 전체면적의 1/4에 달하는 34.66㎢ 나돼 곳곳에 산재한 문화재를 아무리 관리를 잘하더라도 제때에 발견하고 대처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그러나 피해 사실을 이미 알고 상부 기관에 보고를 한 뒤에 보수를 위한 마무리 행정절차를 소홀히 해 더 큰 피해를 걱정하게 된 것은 늑장 행정을 했다는 판단밖에 서지 않는다.
지금 방치되고 잇는 경주 읍성의 성곽에는 번듯한 안내문은 고사하고 피해가 난 곳을 가리기 위해 응급조치만 해놓았다.
시내 중심지에 있는 경주 읍성의 성곽은 문화재적 가치뿐만 아니라 시가지를 찾는 관광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 관광자원으로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곳이다.
혹여 경주를 찾아 이곳에 들린 관광객들이 있는 것도 못 지키는 경주시민이라는 소리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경주시는 이번을 계기 삼아 더 이상 늑장 행정으로 시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