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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시(宇佐市)는 어떤 도시인가?
지난 1992년 7월에 경주시와 우호친선도시로 인연을 맺은 우사시는 오오이따현(大分縣)의 북부에 있는 인구 5만명의 작은 도시다.
국내에 출간된 일본여행안내 책자에는 소개 조차되지 않은 우사는 온천으로 유명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벳부(別俯)와 인접해 있다.
우사는 따뜻한 기후와 맑고 푸른 하늘의 혜택을 받아 연중 비가 적은 세토내해형 기후를 지니고 있다
동서 18.7km, 남북 15.1km로 면적은 178.23㎢정도다.
북쪽은 바다와 접하고, 남동쪽으로는 300~650m의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쌓여 있으며, 중심부는 넓은 우사평야를 이루고 있다.
경주와 우사가 우호친선도시로 인연을 맺은 것은 신라문화가 일본으로 전래되면서 우사에 그 흔적이 많이 남아있고 특히 경주남산과 같이 온 산을 마애불상으로 조성된 불교유적의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입실에서 발견된 동탁과 같은 동탁이 우사에도 발견되어 신라문화가 전래된 경로에 우사가 중요한 거점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인연이 오늘날 우호친선도시로 발전한 계기가 되었다.
우사의 대표적인 유적은 서기725년에 건립된 우사신궁(宇佐神宮)을 들 수 있다. 우사신궁은 전국4만여 신사를 말사로 두고 있는 팔번사(八幡社)의 총본궁이다. 일찍이 신불습합(神佛習合 토속신과 불교가 융화된)을 이루어, 성덕천황(聖德天皇) 당시 동대사(東大寺)의 대불건립을 원조하는 등 정치적으로도 큰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구니사키(國東)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불교문화에도 우사신궁의 영향을 볼 수 있다. 현재, 우사신궁 본전과 구자꾸문케이(孔雀文磬)가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신궁입구 박물관(宇佐神宮參集殿)에는 한반도에서 전래된 것으로 알려진 조선종을 비롯한 중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 (宇佐風土記)의 언덕은 우사와 구니사키(國東)지방 역사탐방의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곳으로 고대의 고분군을 포함해 여러 민속자료 및 문화재가 잘 보존되어 있다.
우사시의 특산물은 이이치꼬(보리소주), 오토리고시(왕눈알사탕), 호리병 등이 있다.
우사시장은 토키에다 마사아키(時枝正昭 초선 4월 27일 취임)씨이고 우사시의회의장은 도쿠다 사토시(德田哲)씨이다.
2)우호도시 우사
우호결연 10주년과 고향축제
우사는 후쿠오카 공항에서 약 2시간 반 거리에 있었다.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 우사시에서 영접 나온 다구찌 비서홍보과장이 우사에서의 일정을 안내하며 “우사는 고대부터 한반도와 문화교류가 있었고 그로인해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축복받은 도시”라고 말하며 특히 “경주 입실리에서 출토된 동탁과 같은 통탁이 우사에서도 발견되었다.”며 “이를 기념해 동탁모형의 ‘경주-우사 문화교류비’를 종합운동장에 세웠다.”고 소개하며 경주와 우사가 고대부터 인연있는 땅임을 강조했다. 이어 우사시를 소개하는 한국어 비디오를 방영했다.
경주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맑고 따뜻하던 날씨가 우사시청에 도착할 즈음에는 비바람이 불고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우사시청은 약간 외곽지에 경주시 동천청사의 규모로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우리일행이 4시 30분경 우사시청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청사에서 입구까지 도열한 약 300여명의 공무원들의 뜨거운 박수로 우리 일행을 영접했다.
영접실은 청사 2층 시장실 옆에 마련돼 있었다.
“안녕하십니까”로 인사말을 건넨 토키에다 우사시장은 “5만 우사 시민들이 경주 공식 방문단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이에 백상승 시장은 “10년이란 시간 속에 양 도시는 많은 문화 교류와 정보, 관광 등을 통해 우의를 다져오고 있고 이번 방문을 통해 양 도시간의 발전과 화합을 기대 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도쿠다 시의장은 “여러분을 만날 것을 생각하니 잠이 안와 벌거벗고 잠을 자 감기에 걸렸다”고 말하자 이진구의장도 “고향에 형제 만나는 기분으로 잠을 설쳤다”고 화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우사시 시장실은 10평 남짓한 규모로 아주 소박하고 깔끔하게 꾸며져 있고 역대시장들의 사진과 화분 몇 점으로 장식돼 있었다.
경주시.우사시 우호친선도시 결연10주년 기념식은 시내 ‘만천각’(음식점)에서 있었다.
참석자의 이름이 좌석마다 지정된 원탁으로 마련된 행사장에 들어섰을 때 이미 신라국악예술단과 계림중학교 학생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토키에다 우사시장을 비롯한 도쿠다 시의장, 시의원 및 관계자 120여명과 경주시 방문단 89명 등 약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참석자 소개로 기념식은 막이 올랐다.
토키에다 우사시장은 인사말에서 올해가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의 뜻 깊은 해임을 상기시키며 “우호친선도시 결연 10주년을 맞아 교류가 더욱 확대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백상승 경주시장은 80여명의 많은 경주 시민들을 초청해준 토키에다 시장에게 감사의 뜻을 밝히고 “경주는 천년고도로 국경이 없던 옛날 시절부터 이 곳과 문화교류가 많았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친선우호도시 결연10주년을 맞아 앞으로 더욱 우호관계를 발전시키자.”고 말했다. 또한 백시장은 “내년 한국의 술,떡 축제, 요미우리 주최 벚꽃 마라톤, 세계문화 엑스포, 신라 문화제에 많은 우사시민들의 참가”를 희망했다.
이어 우사시는 가마모형을 경주시는 성덕대왕신종모형을 각각 기념품으로 교환했다.
백시장은 선덕대왕 신종을 전달하면서 종을 1번 쳐 보여 참석자들의 폭소를 자아내게 했다.
기념공연에서 신라국악 예술단은 관현악에 맞춰 ‘아리랑’과 ‘쇼찌꾸 바야시’(우사시 전래민요)를 불러 일본 관계자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어 우사 중학생들의 ‘우라야스 춤’(천왕이 지은 노래와 춤) 공연과 계림중학교 학생들의 ‘뜸뿍새’, ‘마법의 성’ 합창이 있었다.
그리고 형제의를 맺은 것으로 알려진 도쿠다 우사시의장과 이진구 경주시의장의 공동 건배제의와 우사 부시장의 ‘만세삼창’으로 만찬에 들어갔다.
만찬은 간단한 뷔폐로 준비되었는데 양도 적었고, 또 먹을 게 별로 없었다. 때문에 우리 일행은 밤에 배가고파 호텔에서 컵라면을 끓여 먹고서야 허기를 면했다.
나중에 방마다 우사시장 이름으로 주먹밥이 배달되어 있었지만 간이 맞지 않아 먹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날 기념식은 아주 조촐하게 준비되어 있었으나 성의가 없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특히 음식물은 거의 남긴 게 없었던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담: 김헌덕 발행인
▷ 우사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에 감사드린다.
▶ 우리가 경주에 갔을 때 환영받은데 비하면 아주 약소하다.
▷경주․우사시 우호친선결연 10주년을 맞은 감회는?
▶양 도시간 우호친선결연이 어느새 10주년이 됐는데 이러한 양 도시간의 우호적인 결연을 맺은 것을 너무 기쁘게 생각한다.
경주와 교류한 이후 3번째 시장이다. 취임 후 2년 반 동안 경주를 3번이나 방문했다. 나는 경주를 아주 좋아하는 팬이다.
▷경주를 아주 좋아한다고 했는데 어느 곳이 좋은가?
▶경주는 불국사나 박물관 등 일본보다 우수한 문화 유적들이 많이 있다. 천년의 도읍지인 경주가 문화나 역사 등이 너무 좋고 2년 전에 찾았을 때 감명적으로 본 경주와 특히 송이버섯을 맛있게 먹었는데 아직 까지 그 인상이나 감회를 잊지 못하고 있다.
▷인사말에서 양도시 교류확대를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인 방안은?
▶경주의 자매도시인 나라시와도 무척 가까워 졌다. 얼마전에도 나라시에 갔다 왔다. 경주 때문에 나라시와 가까워 졌는데 나라시와의 교류가 확대되면 경주. 나라. 우사 3도시간의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경주에서 개최되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나 한국의 술과 떡 잔치에 우사시민들이 많이 와 주었으면 좋겠다.
▶우사시의 많은 시민들이 경주를 방문하도록 노력하겠으며 나도 꼭 경주를 방문하겠다.
▷끝으로 우호결연 10주년을 맞아 경주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가 경주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경주를 자주 방문한다. 경주시민들도 우사시를 자주 찾아 주었으면 한다.
일본에서의 첫 밤을 일종의 콘도와 같은 시설의 칸뽀노사토호텔에서 지낸 일행은 이틀간 열리는 제5회 고향축제에 참가했다.
축제는 숙소에서 약 200m 떨어진 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9시부터 축제가 시작되기 때문에 우리는 숙소에서 걸어서 10분전에 행사장에 도착했다.
운동장 본부석 앞에 마련된 가설무대를 중심으로 약 200여석의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고 운동장 양쪽에 약 80여개의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부스에는 각 지역과 단체들이 각종 상품들을 내 놓고 있었다.
무, 부추, 호박, 고추 등 다양한 농산물들이 낱개로도 팔리고, 화초, 분재 등 꽤 값나가는 물건들, 그리고 다양한 먹거리들이 있는가 하면 떡매로 떡을 쳐서 떡 만드는 과정을 선보이기도 하고, 갖가지 공산품들도 나와 있었다.
주로 이 지방에서 나는 특산물을 종류별로 진열해 놓았다.
마치 재래시장을 둘러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뿐만아니라 소방서, 우체국, 전화국도 나와 있고, 로타리, 청년회의소 등 단체들도 부스를 차지하고 모금운동을 펼치는 등 우사의 모든 기업과 사회단체, 지역대표들이 이 축제에 동참했음을 알 수 있었다.
뿐만아니라 무대에서는 하루종일 각종 공연이 끊이지 않았다.
신라국악예술단의 찬조공연을 제외하고는 우사시에 있는 유치원생부터 초, 중, 고등학생, 일반, 노인까지 각 계층의 공연단이 펼치는 천황에 대한 제례의식이나 각종 민속무용이 계속 이어졌다.
축제장을 둘러보던 백상승 시장은 “우리와는 너무 다르다. 마치 노점상이나 야시장 같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실속이 있다. 또 참여하는 시민들이 상상외로 많다.”고 말하고 “우리도 축제에 인원이 동원되지 않고 시민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참여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들이 기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고향축제에서 백시장과 이의장은 축사를 통해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우사시민들이 많이 관심을 갖고 참여 해주길” 당부했다.
한편 고향축제 행사장 입구에는 경주를 알리는 홍보부스가 마련되었으며 경주시와 관광공사에서 나온 특산물교류팀이 김치, 김, 인삼차를 판매하며 경주를 홍보했다.
종합운동장 옆 잘 정비된 잔디밭에 ‘경주시-우사시 문화교류기념비’가 있었다.
이 기념비는 외동 입실리에서 발견된 동탁과 우사에서 발견된 동탁 모형을 본떠 건립했으며 지난 96년 3월 양 도시의 문화교류를 기념하기 위해 우사시가 세웠다.
이날 고향축제에서 뜨거운 박수를 갈채를 받았던 신라국악예술단이 우사를 찾은 것은 지난 97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신라국악예술단은 10주년 기념행사에서 국악관현악단의 합주와 ‘아리랑’ ‘사물놀이’ 등 축하공연을 한데 이어 고향축제에서도 2회에 걸쳐 공연을 펼쳐 우사시민들에게 한국 국악의 진수를 선보였다.
이날 신라국악예술단은 국악관현악단을 앞세워 ‘뱃노래’와 ‘우사운도’, ‘소찌꼬바야시’(우사 전래민요) 합주와 판소리 ‘심청가’, ‘부채춤’, ‘사랑무’ 등을 공연해 우사시민들에게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특히 부채춤의 아름다운 선율이 무대를 수놓을 때엔 관람하던 우사시민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으며 판소리 심청가의 심봉사가 눈뜨는 대목에서는 언어전달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조된 감정과 느낌이 통하는지 모두 큰 박수로 환호했다.
판소리를 열창했던 정순임 선생은 “시민들이 말은 몰라도 우리의 판소리를 듣고 너무나 좋아하고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을 볼 때는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주영희 선생은 “비록 외국음악이지만 진지하게 들어주고 높은 관심으로 공연에 호응해주는 관전태도가 부럽다.”고 말하고 “공연이 끝나고 우사시민들이 ‘공연을 감명 깊게 보았다’, ‘사진촬영을 같이 하자’는 등 칭찬을 아끼지 않아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경주-우사간 청소년 교류는 해마다 이루어 졌지만 지금까지는 일본 학생들이 경주를 방문하는 형태였다.
그간 경주를 찾은 일본학생들은 남여 공학인 계림중학교 학생들과 친선교류를 해왔다. 그러나 홈스테이는 주로 남경주로타리(회장 전진택)에서 맡았다. 우사 하찌만 로타리와 남경주로타리가 자매결연을 맺고 있기 때문에 그 인연으로 해마다 약20여명씩 방문하는 우사 학생들을 남경주로타리가 8년간 회원들의 가정에 홈스테이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인연으로 계림중학교(단장 윤선규외 학생35명 교사3명)와 남경주로타리가 우사시의 초청을 받았다.
경주에서 학생들이 우사를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일정에서 경주와 우사의 학생들이 처음 만난 것은 결연10주년 행사장에서였다.
행사장 말석에 마련된 자리에 양 도시 학생들이 섞여 앉았지만 처음에는 대화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영 어색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두어 시간 동안의 행사와 만찬에서 그들은 금방 친해졌고 행사장을 떠날 때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사진을 찍고 선물을 교환하는 등 그새 아주 친숙해진 분위기였다.
계림중학교 학생들은 다음날 고향축제에 참가하고 박물관, 우사신궁, 우사중학교를 견학했다.
우사중학교는 찾은 학생들은 작은 규모에 비해 다양한 학생편의시설과 체육관까지 갖추고 있는 교육환경에 놀랐다. 특히 복도와 교실사이에 벽이 없이 열린 교실에서 자유롭게 수업하는 일본학생들을 보고 부럽기까지 했다.
견학을 마치고 우사교육회관에서 홈스테이의 짝을 만난 계림중학교 학생들은 2인 1조씩 10일 하루저녁을 일본학생들의 집에서 보냈다.
다음날 아침, 일본 가정에서 하루를 보낸 학생들이 호텔로비로 돌아왔을 때 의 광경은 가히 이산가족 상봉장을 방불케 했다. 계림중 학생들과 하루를 같이 지낸 일본학생들이 대부분 그 부모들과 같이 전송을 나왔고 이별이 가까워지자 양 도시 학생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렸고 이를 지켜보던 부모들도 눈시울을 적셨다.
이들의 이별 광경은 정말 가슴 뭉클한 한편의 드라마였다.
현해탄을 건너 어린 학생들의 이러한 만남은 역사, 이념, 사상, 문화 등 그 어떤 잣대로도 가늠할 수 없는 순수한 인간애의 바탕위에 가슴과 가슴의 교감을 주고받는 진정한 인간적 교류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별의 아쉬움도 잠시, 일본 가정에서 전혀 다른 문화를 경험 했던 학생들은 홈스테이에서 있었던 일들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벳부로 향했다. 벳부에서 바다지옥, 활화산인 아소산, 구마모토성을 견학한 학생들은 후쿠오카를 거쳐 배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학생들을 인솔했던 박성근선생(계림중 일본어과)은 “학생들이 부정적으로만 알고 있던 일본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고, 특히 깨끗한 환경과 질서의식을 보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였다.”고 말해 학생들의 이번 방문이 많은 학습효과가 있었음을 말해주었다.
이동에서 점심을 먹은 방문단일행은 오오이타현립 역사박물관을 찾았다.
일행을 안내하는 박물관 관계자는 “경주를 많이 가 보았다”고 말하고 “경주남산이나 석굴암, 굴불사 등을 가 보았는데 우사에도 그와 비슷한 유적들이 많이 산재해 있다.”며 신라문화가 우사로 전래되었음을 강조했다.
관계자의 말처럼 이곳의 유물들은 왠지 낮 설지가 않았다.
마애불상, 동탁, 와당, 도자기 등은 얼핏 보아서 경주에서도 많이 보았음직한 것들이 많았다.
몇 차례 언급했지만 동탁의 경우 경주 입실리 출토품 동탁모형과 우사에서 출토된 동탁의 실물을 나란히 진열해 두어 비교할 수 있게 했는데 안내문을 보지 않고는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로 똑 같았다. 그리고 그보다 휠씬 발전된 큰 동탁을 함께 진열해 그 변천된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따라서 신라시대의 동탁이 거의 그대로 일본에 전래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박물관 내부는 경주박물관 규모에 비해 아주 작았지만 각 전시실을 건축물이나 탑, 담장 등 특징적인 유적이나 유물의 일부나 전부를 모형으로 전시실을 꾸며 색다르게 보였다.
그리고 현재 우리 농촌에도 쓰고 있는 농기구들이나 최근세사의 생활을 보여주는 유물관이 눈길을 끌었다.
최근 일본인들이 소주를 많이 즐긴다고 한다. 우리나라 소주의 인기는 대단하다. 특히 진로의 경우 식당에서 보통 한화 1만원이상 호가한다.
이에 대응해 일본에서도 소주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방문단 일행은 최근 일본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이치코’라는 소주를 생산하는 삼화주류를 방문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안내원이 방문단일행을 친절하게 맞았다.
이 공장은 일본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술 공장이었다.
원료는 보리와 대맥, 물 3가지만 사용한다고 했다. 하루에 보리 약 28톤을 사용하고 발효, 증류방식으로 소주와 정종을 생산하고 있었으며 모든 공정은 자동화되어 있었다.
알콜 45% 시음용 원액을 한 잔 마셔보니 맛은 안동소주와 비슷했다.
삼화주류 측은 일행들에게 소주를 선물했고 백시장도 준비해간 선물을 주었다.
이이치코 소주는 알콜 20%, 25% 두 종류가 생산되는데 맛은 우리 소주에 비해 좀 싱겁고 향이나 뒷맛이 좀 떨어 졌다.
일정이 너무 빠듯한 탓에 지치는지 우사신궁으로 이동하는 동안 일행들은 대부분 차에서 졸았다.
우사신궁은 전국4만여 신사에 총본궁답게 웅장하고 장엄도 화려했다.
토요일이어서 그런지 이곳은 일본인을 비롯한 많은 관광객들로 몹시 붐볐다.
이 신궁은 한번 절하고 네 번 박수치면 소원이 이루진다고 믿으며 신성한 마음으로 각 신전마다 참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백시장을 비롯한 일행 중 일부가 일본인들을 따라 한번 절하고 박수를 네 번 치며 그들의 예법을 따라해 보았다.
우사신궁은 본궁 외에도 여러 신전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산기슭 울창한 숲에 싸여 천년의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신라문화사진전은 석굴암, 불국사, 경주남산, 서출지 등 경주의 주요 문화유적에 대한 아름다운 사진들을 전시하고 곁들여 경주시가 보낸 각종 기념품과 경주-우사간 우호친선교류 자료들을 전시하고 경주안내 비디오를 방영하고 있었다.
이는 우사시가 경주시에 사진자료를 요청해 보내준 것을 10주년기념행사에 맞춰 전시회를 마련한 것이다.
우사시립 도서관은 우사시청과 맞닿아 있었다. 우리 일행이 전시회장을 찾았을 때는 오후 4시경, 관람객은 별로 없었지만 우사시가 경주시 방문단을 위해 많은 성의로 행사를 준비했음을 알게 했다.
우사에서의 마지막 저녁은 토키에다 우사시장이 마련한 만찬으로 시작되었다.
만찬장은 일본 전통요리집인 삼림정(三林亭에)이었다.
만찬장에는 우사시의 시장, 부시장, 시의장, 시의원, 국장 등이 미리 나와 우리일행을 박수로 환영했다.
토키에다 시장은 인사말에서 “짧은 기간 동안의 만남이지만 이를 계기로 양 시의 우호증진의 계기가 될 것”을 희망하면서 “우사에서 생산되는 해산물로 요리를 준비했다.”소개했다.
이에 백시장은 환대에 감사하며 “양시의 우호발전을 위해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이어 준비한 기념품 교환이 있었고 식당 주인이 인사하고 요리에 대해 일일이 설명했다.
꽃게와 각종 해산물이 나왔다. 이번 일정에서 제대로 된 일본 요리를 먹기는 처음이었다.
일본에서의 음식문화는 우리와 많이 달랐다.
모든 음식이 공통으로 먹는 그릇은 없었다. 요리는 물론이고 찌개나 반찬도 모두 각각 한사람이 먹을 만큼 각자 앞에 따로 나왔다.
음식물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의 음식문화와 대비가 된다.
이날 만찬은 술을 주고받으며 환담하며 우의와 친선을 다지는 좋은 사교의 장이었다.
우사시가 속해 있는 오오이따현에는 한국인이 약3천여명이 살고 있다.
이번 일정 동안 우사에서 경주와 인연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10주년 기념행사장에서 재일한국민단 대분현 감찰위원장 박동순(70 영천)씨를 마났다. 박씨는 경주와 우사의 결연이후 지난 10년간 경주에서 찾는 손님들을 그냥 보내지 않고 차라도 한잔 대접해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영천이 고향인 박씨는 제일교포 2세로 아직도 영천에 친지들이 살고 있고 얼마 전에도 선산 벌초를 다녀왔다고 했다.
외양적인 성격으로 사람 좋게 생긴 박씨는 우리 일행에게도 기어이 뒷풀이를 제안해 가까운 선술집에서 소주를 한잔했다.
고향축제 행사장에서 신라국악예술단의 공연을 지켜본 우리 일행은 우사시의 안내로 ‘이동(梨洞)’이라는 숯불고기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 식당에서 재일본대한민국민단대분현지방본부 단장 오영의(50 경주 안강)씨를 만났다. 오씨는 이 식당의 주인이었으며 우리가 우사에 들어가는 11월 8일에 개업을 했다. 민단 현본부 단장이면서 평통자문위원인 오씨는 “어제 식당을 개업하고 고향에서 큰 손님들을 맞아 너무 기쁘다.”며 우리 일행을 반겼다.
오씨는 부친 오윤희(80 경주안강출신)씨가 60년대에 일본으로 건너오면서 이 곳에서 자랐다.
경주에 친지들이 많고 또 골프를 좋아해 경주를 자주 찾는다는 오씨는 부인 박양자(44세 재일교포)씨와의 사이에 4명의 자녀를 둔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으며 지난해 맏딸이 재일동포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선’에 발탁되어 본선에 출전했던 오유리(20 와세다대 4년)양 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시장은 개업을 축하며 친필서명한 축하메시지를 남겼다.
우리는 일본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래도 입맛에 맞는 한식을 먹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