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적 지역감정을 이 땅에서 영원히 추방하고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다는 소망은 공연전 스피커에서 연신 흘러나오는 노랫말속에서 확인할수 있었다.
`독립군은 경상도 사람만 있었던 것은 아니잖아요∼’
붉은악마는 전라도 사람만 있었던 것은 아니잖아요∼’
5톤트럭을 이용한 게릴라콘서트식 본격 거리공연.
그러나 경주에서는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마땅한 장소를 구하는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을 거리에서 직접 만나 지역감정 퇴출을 생생하게 호소하려던 주최측의 계획은 그래서 급하게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교정으로 변경됐다.
지역감정 추방을 통한 국민대통합을 기원하는 가수와 시인들이 전국 49개 도시를 순회하며 거리공연을 통해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잘가라, 지역감정` 경주공연이 12일 오후 7시30분부터 약 2시간동안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에서 열렸다.
공연지역을 49개 도시로 정한 것은 망국적 지역주의와 지역감정에 `사망진단`을 내리고 그에 대한 49재를 지낸다는 의미를 갖는다는게 주최측의 설명이었다.
지난달 26일 제주에서 첫공연을 시작해 열 여덟 번째로 열린 경주공연은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출신 `오선지위의 마음들`을 비롯해 광주와 서울, 대구등지에서 노래운동을 펼쳐온 6팀의 가수와 시인등이 참여해 노래와 시로 지역감정을 몰아내자고 호소했다.
공연무대로 쓰인 5톤 트럭에는 제주, 목포, 나주, 광주, 순천, 여수, 남해등 이미 공연이 열린 17개 도시에서 가져온 흙들이 담긴 플라스틱 통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이 흙들은 다음달 13일 화개장터에서 있을 국민통합을 기원하는 기념식수에 쓰일 것이었다.
공연시각이 다 되도록 채 50명도 되지 않을 성 싶었던 관객은 차츰 늘어나더니 공연이 열기를 더하면서 200여명은 너끈이 될듯했다.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구경온 3,40대 부부에서부터 늦은 수업을 마친 대학생들까지.
이들의 손에 통일 조국을 상징하는 한반도기가,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태워 없애 버리자는 의미의 촛불이 쥐어졌다.
`동과서, 그리고 남과 북의 하나됨을 기원하는 의식`이었다.
공연 중반 문협경주지부 김명석 사무국장이 무대에 등장해 시를 발표하고,기념식수에 쓰일 `합토용 경주흙`을 전달하면서 열기는 더욱 고조됐고,`바위섬`의 가수 김원중씨의 열창으로 열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무대 주변에서는 지역감정 영구추방을 기원하는 10만 서명운동이 동시에 벌어졌으며 공연장에는 비가 내리는 굳은 날씨속에서도 가족을 등반한 시민들과 학생 200여명이 끝까지 자리를 함께했다.
이 공연의 기획자이자 순회공연의 지킴이를 자청하고 있는 이는 80년대중반 `바위섬` `견우와 직녀에게`를 불러 한때 이른바 `인기가수`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던 가수 김원중씨.
그는 “이 행사의 주최자는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아니라 지역감정을 몰아내자는 뜻에 동감하고 동참하는 모든시민들”이라면서 “우리들의 순수한 염원과 바람이 씨앗이 되어 경주지역에서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몰아내는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대로, 공연을 보러온 시민들과 학생들에게서 만큼은 지역감정은 이미 녹아내리고 있었다.
가을밤, 차가운 비속에서도 `이제 우리는 하나로`를 다짐하는 시민들 머리위에 세차게 쏟아진 가을비는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씻어내는 `정화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