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6일 현재 찾지 못해 애태워
산내면에 350mm내려 한때 마을 고립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이번 태풍 `루사`로 최초 10억여원의 재산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됐으나 읍·면·동지역의 보고가 집계되면서 패해액이 260여억원으로 급증했다.
▲산내면에 집중 호우 인명피해=지난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경주지역에 내린 평균 강우량은 161mm로 91년 글래디스 때 보다 훨씬 적은 강우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산내면에는 이 기간동안 350mm가 집중적으로 내려 한때 마을이 고립되고 산내면 감산 2리 주민 엄모씨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돼 5일 운문댐 인근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읍·면·동 광범위한 피해=이번 태풍 `루사`로 50세대에 163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특히 건천읍과 선도동에서 피해가 많았으나 대부분 귀가했다.
서면에는 주택 108동과 농경지 326.60ha가 침수돼는 피해를 보았다. 또 선도동(16세대) 고란마을과 안강읍(4세대), 건천읍(2세대), 산내면(2세대), 강동면(7세대), 탑정동(5세대), 불국동(1세대)에 이재민이 발생했다.
6일 현재 사유시설 피해를 보면 전파 주택 1동, 반파 주택 20동, 선박피해 1척, 가축 1만5천717두, 축사 4개소, 수산증양식장 1개소, 비닐하우스 4.40ha, 공장시설 5개소, 표고버섯 시설 1개소 등의 피해가 났다.
▲문화재 지역 피해=이번 태풍 `루사`로 사적 제158호인 경주시 양북면 문무대왕릉(일명 대왕암) 주변 해안가 백사장 모래가 유실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길이 1.5km의 대왕암 주변 백사장은 이번 태풍으로 전 해안에 걸쳐 기존 백사장에서 1.5~2m 가량 절개지 처럼 파인 채 모래가 유실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해일이 일어나 해안 전체에 있는 모래를 휩쓸고 지나갔다면서 다시는 예전의 모습으로 백사장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한숨을 지었다.
시 관계자는 현재 대왕암 주변 백사장 유실에 대한 정확한 피해액을 추산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했다.
이번 대왕암 주변 백사장 유실에 대해 또 다른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주민들은 "과거에는 아무리 태풍이 와도 백사장은 그대로 유지되었는데 원전에서 만든 방파제로 바닷물의 흐름이 달라져 점차 대왕암 주변의 백사장이 유실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면서 "원전측에서 정확한 해양조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사적 18호인 안압지(임해전지) 3호건물이 강풍과 비로 훼손돼 누수현상이 발견됐고 사적 16호인 반월성 서쪽 토성벽 10여m도 이번 태풍에 무너졌다.
중요민속자료 제189호인 양동민속마을은 도로 1천㎥가 유실됐으며 경주남산 순환도로에선 토사 1천㎥가 흘러내렸다. 또 계림의 보호책 100m와 내남면 경주 최씨 종가인 충의당 및 경주 김씨 사당 숭혜전의 담벼락 일부가 파손되는 등 7곳이 피해를 입었다.
▲소하천 등 공공시설 비만 오면 유실=큰비가 오지 않았지만 경주에는 도로교량 28개소, 하천 64개소, 소하천 134개소, 상하수도시설 8개소, 어항 5개소, 수리시설 106개소, 사방임도 12개소, 군시설 12개소, 소규모시설 163개소 등 공공시설의 피해가 많았다.
도로유실로 일부지역은 통행이 불가능한 지역도 발생했다. 내남면 비지리(지방도 940호)에는 도로가 유실돼 응급복구로 통행이 가능하였고 내남면 박달리 군도 5호선에는 산사태가 일어나 한때 통행을 할 수 없었다.
특히 소하천이나 수리시설은 적은 강우량에도 유실돼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 관계자는 "소하천이나 소규모 수리시설의 경우 매번 비 피해가 있을 때마다 유실된 부분만 응급복구를 계속하다 보니 비만 오면 유실돼 인근 농경지가 침수되는 경우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구·지원의 손길 잇따라=태풍이 끝나자 관내 곳곳의 피해지역에는 응급복구를 위한 손길이 이어졌다.
경주경찰서는 방범순찰대 및 전의경 100명을 투입해 피해가 큰 선도동 고란 신리들에 나가 수해복구를 도왔다.
경주 1대대 장병 30명과 예비군 500여명은 2일부터 수해지역을 돌며 봉사활동을 했다.
포항 해병1사단 군인 200명도 이날 오전 9시부터 안강읍 근계리 곤실 소하천, 한골소하천, 형산강에서 제방을 쌓고 쓰레기를 치웠다.
또 안강읍 새마을 부녀회는 수해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군인들에게 빵과 우유를 전달했으며 안맥회는 안강읍 관내 주택이 침수된 짐을 방문해 성금을 전달했다.
경주대학교 학생들도 지난 6일부터 학교 인근 마을을 대상으로 수해 복구활동에 나섰다.
400여명의 학생들은 건천읍 대곡리 단추봉 마을 인근 등지에서 태풍에 파손된 비닐하우스 철골과 비닐 제거작업, 침수 농가 지원 및 쓰러진 벼 세우기 작업을 했다.
▲시의원들 지역 피해 줄이기에 안간힘=태풍이 시작된 지난달 31부터 각 지역을 지키기 위한 시의원들의 반걸음은 분주했다.
집중호우만 오면 가장 피해가 많았던 안강과 강동 지역에는 최학철, 이만우, 안진수 의원은 태풍이 한창인 지난달 31일 제방붕괴의 위험속에서도 주민들과 힘을 합쳐 제방둑을 쌓아 강물의 범람을 막은 활동을 했다.
또 서면의 박춘발 의원은 작업복 차림으로 수해 지역인 심곡리와 아화 1리 등을 찾아다니며 수재민들과 아픔을 함께 했다. 김원헌(건천)과 김상왕(양북), 김일헌 의원(외동)등 대부분의 의원들이 지역 내 일어난 수해 현장을 돌며 피해 상황을 점검하는 왕성한 활동을 했다.
이번 태풍으로 1명의 인명피해 등 가장 피해가 큰 산내면은 박규현 의원(산내)이 실종자 수색에 직접 나서는 등 수해복구에 참여했다.
손태헌 강동면장 형산강 범람 막아
재방인 국도위로 물 넘치자 급히 연락
작업 독려하면서 밤새워 둑 쌓아
강동면 손태헌 면장이 주민들과 하나가돼 필사적인 노력으로 태풍 `루사`에 따른 형산강 범람을 막아낸 것으로 밝혀져 칭송을 받고 있다.
형산강 하구 지역인 강동면은 비만 오면 물난리를 겪는 상습 수해지역으로 이번 태풍에도 위기감이 고조된 곳.
손태헌(59) 면장은 태풍 `루사`가 닥친 지난달 31일 오후 4시께 수해 위험지구를 돌아보던 중 형산강 강폭이 좁아지는 지점인 유금리 앞 제방역할을 하고 있는 구 경포간 국도 위로 강물이 넘쳐 흐르기 시작한 것을 발견했다.
이 지역이 범람할 경우 인접한 유금1리 90여가구 300여 주민들의 극심한 피해는 물론 강동면 소재지 일대가 물바다로 변한다는 것을 직감한 손 면장은 공무원 10여명과 안진수 시의원, 유금1리 주민10여명에게 급히 연락해 굴삭기 2대와 덤프트럭 5대를 동원하도록 했다.
그러나 위험하다는 이유로 작업을 거부하는 기사들을 설득한 손 면장은 삼부토건이 공사 성토용으로 인근에 확보해 둔 흙으로 칠흑 같은 밤을 꼬박 새우면서 도로변에 둑을 쌓아 이번 태풍에 강동면 일대에 아무런 수해를 입지 않도록 했다.
강동 주민들은 "손 면장과 공무원들의 노력으로 마을이 수해를 피할 수 있아ㅓT다"면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
태풍피해 큰 김해시 수해 복구 지원
내남면 주민, 경주시여성자원봉사회
이번 태풍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김천의 수해 복구를 위해 경주지역 주민들이 참여해 귀감이 되고 잇다.
경주시 내남면 기관단체장 및 주민 50명은 김해시 한림면을 방문해 자원봉사활동과 성금품을 전달했다.
또 경주시여성자원봉사회(회장 김말순) 35명의 회원은 김천시 구성면에서 수재민 가정을 직접 방문하여 흙이 묻은 식기, 의류, 가구 등을 일일이 끄집어 내어 씻어 주는 등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들은 봉사활동 외에 자체 경비로 수재민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