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불가에 입문한 일화한토막은 요즘 그가 정말 바쁘게 사는 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69년 경주고 재학시절, 1학년 기말고사를 앞두고 시험을 잘 치러볼 요량으로 학교에서 지척에 있는 분황사를 찾 아 기도를 하고 나오는 중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를 불가로 이끈 불심 도문스님과의 첫 만남이었다. "야 이리와라" "저 바쁜데요"라고 대답하는 순간 물음이 되돌아왔다. "그래, 넌 어디서 왔냐?" 처음에는 학교요, 그러다 집에서...이어지던 대답은 결국 어머니 뱃속까지 갔다. "그럼, 죽으면 어디로 가는데?" "....." 대답을 못하고 우물거리자 고함소리가 들렸다. "이놈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바쁘기는 왜 바빠!" 말은 맞는 말이었다. "그거 아는 사람 있어요?" "이눔와, 절에 들어와야 가르쳐 주지." 지금의 대성사 조실인 도문스님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돼쏙, 몇 달후 소년 최석호(법륜의 속명)은 불가에 입문했 다. 바쁜 이유를 알수 없었던 그는, 이제 그 바쁜 이유를 깨달아서인지 정말 바쁘게 산다. 눈물로 읍소하면서 펼쳐온 북한동포돕기운동 종교단체와 시민사회단체에서 법륜스님 하면 북한동포돕기가 떠오를 정도로 북한의 식량난을 발로 뛰어다니며 알리는데 열정적인 활동을 벌였다. 스님은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 동포들이 굶주려 죽어간다`는 조선족 동포들의 이야기에도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직접 압록강변에서 불러도 쳐다보지 못하는 북한어린이의 모습에서 법 륜스님은 그동안의 외면한 마음에 대한 참회와 함께 바로 앞에서 죽어가고 있어도 손을 쓸 수 없는 무력한 현실을 경험하면서 북한돕기를 결심했다고 한다. 96년 12월 잠수함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급속하게 냉각될 때 각계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추진된 북한동포돕기의 불씨는 전국으로 퍼져 천주교, 기독교, 불교가 함께 대북지원을 호소하는 100만인 서명운동으로 이어졌다. 북한돕기운동은 국내의 반대 여론뿐아니라 북한정부의 반감을 살지라도 목숨보다 귀하고 소중한 것은 없다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에 힘입어 꾸준하게 진행되었다. 갈등과 대립을 넘어 상생과 조화의 관계로 스님은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보살의 삶을 서원으로 1988년 정토회를 설립했다. 정토회는 인류에게 불어닥친 인간성 상실, 공동체 붕괴, 자연환경 파괴의 대안으로서의 불교적 세계관을 중심으로, 무아, 무소유, 무아집의 부처님과 보살의 삶을 모델로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환경의 문제가 단지 소비와 절약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관과 문명, 삶의 가치관을 바꾸는 삶의 전환운동이라는 것, 분쟁과 갈등의 세계 안에서 한반도의 분단을 극복해가는 과정은 단지 한 민족에게 국한된 지엽적인 것이 아니라 민족간의 대립과 갈등, 외세의 개입, 그로 인한 지역적 긴장 등의 문제를 풀어가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제 3세계에 대한 지원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 누군가 고통을 받는 것이 아니라 모두 다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 나선 부처님처럼 법륜스님과 정토회는 수천년을 노예상태로 살아온 인도의 불가촉천민들에게 자신들이 인간임을 알게 해주었다. 전지구적인 책임의식과 국제적인 지원활동 이번 막사이사이 평화상 수상은 스님이 지난 96년부터 진행해온 북한의 식량난과 국내외적으로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을 제기하고 실천해온 평화운동의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스님의 평화운동에의 기여를 인정한 것은 곧 스님과 뜻을 같이 하는 많은 남한의 민간단체, 일반시민들을 대신한 것이기도 하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 북한난민 구호 활동 및 북한 나선시 탁아, 유치원 11,000명의 어린이에게 영양식 제공, 농업 지원,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위한 24시간 1000일 정진 등 남북 화해와 협력을 위해 법륜스님과 정토회는 많은 제안과 실천을 해왔다. 그러나 그들의 실천이 화해와 협력의 흐름으로 나아가게 한 것은 수많은 민간단체들의 협력과 일반시민들의 통일에 대한 염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법륜스님은 이 평화상의 진정한 수상자는 남북의 분단의 장벽을 녹이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과 실천활동을 해온 사람인 것이다. 법륜스님은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는 평화운동가로서만이 아니라 동시에 환경문제를 비롯하여 전지구적인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인도와 몽고, 아프카니스탄 등 고통을 겪는 인류가 있는 곳에 달려가 헌신적으로 지원을 한다. 보 다 나은 바람직한 인간의 미래상, 인류 전체의 복지를 기준으로 하기에 그들이 속한 정토회의 생활은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소비하는 직접적인 실천을 통한 문명전환의 노력으로 이어진다. 제 3세계에 대한 지원과 미국과 독일에서의 활동은 인류의 삶을 껴안고 전지구적인 환경문제에 대한 성찰과 실천으로 이어진다. 사상가이자 수행자로서의 삶 법륜스님은 인도에서 국제 워크캠프를 열고 태국 국경지역의 미얀마 난민을 구호하는 일, 몽골 한파 지역의 긴급구호, 이디오피아 가뭄 피해 자원활동 등, 보통 사람의 눈에 보이기에는 참으로 많은 일을 펼치고 있다. 그것은 주변에 뜻을 함께 하는 정토회의 도반들이 있기 때문이다. 법륜스님과 정토회 활동가들은 세상의 존재하는 것들이 연관되어 있기에 `그냥`가볍게 한다. 또한 스님은 항상 자신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를 함께 해나가려고 한다. 개인의 깨달음은 사회의 깨달음과 나눌 수 없다고 보는 수행자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디지털세상과 인간복제로까지 나아가는 21세기의 과학문명과 여전히 상존하는 계급, 계층, 문화, 종교, 성의 갈등 등 여러 문제가 중첩되어 얽혀있다. 법륜스님은 인류가 타인의 불행 위에 행복을 쌓는 것이 아니라 모두 가 함께 행복해지는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일구는 생명운동과 문명의 전환운동을 펼치고 실천한다. 법륜스님은 갈등과 분쟁이 있는 곳에 평화를 실현해가는 평화운동가로서, 인류의 문명전환을 실현해가는 전지구적인 책임의식을 가진 사상가로서, 제 3세계를 지원하는 활동가로서, 깨어있는 수행자로 우리에게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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