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김 국장의 "문전박대 당하고 갑니다"
발언 문제삼아 백 시장까지 유감 표명
새로 경주시정을 맡은 백상승 경주시장 체제의 집행부와 경주시의회간의 힘겨루기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경주시의회 의장단은 굳이 경주시 사무관급 인사에 불만이 아니더라도 한 달여 동안 집행부가 보여준 행동은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고 각자의 길을 가지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급기야 지난 22일 김인석 행정지원국장이 의장단이 모인 자리에서 결정된 인사를 보고하러 왔다가 이진구 의장이 불만을 표출하자 `문전박대 당하고 갑니다`라는 김 국장의 발언이 의원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꼴이 됐다.
지난 2일 백 시장 취임식때부터
의원들 푸대접한 것이 시작
▲예정된 대립, 발단은=기존 백 시장체제의 경주시 출범과 새로 구성된 경주시의회와의 대립은 처음부터 예견됐던 일.
지난 2일 백 시장 취임당시 1, 2부 행사가 끝난 뒤 행사 참석자들과 선거당시 백 시장 캠프 인사 등이 원풍식당 등에서 식사를 했으나 시의원들은 제외돼 이때부터 시의원들 사이에 불만이 나오곤 했었다.
그리고 문제의 발단은 결국 사무관급 인사과정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이 시의회의 불만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오전 경주시가 읍·면·동장, 본청 과장의 인사를 결정짓고 김인석 행정지원국장이 인사내용이 담긴 명단을 이날 2시 30분께 의장단이 모여있던 의장실에서 이진구 의장에게 보고를 하자 이 의장은 "지금 이야기하면 바꿀 수 있느냐"고 묻자 김 국장이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 어렵다고 했다.
이에 이 의장은 "그렇다면 볼 필요가 있느냐"면서 인사명단이 적인 봉투를 김 국장에게 다시 주었다. 그러자 김 국장은 이 자리에서 "문전박대 당하고 갑니다"라며 다소 불만스런 이야기를 하고 나가자 의장단에서 불만이 표출된 것.
결국 22일 오후 7시 백상승 시장의 시의회와 만찬은 시의원들이 전원 참석하지 않은 바람에 취소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읍·면·동장 인사, 업무처리 등
집행부 독단적 행동에 불만 터뜨려
▲인사불만인가, 시정 협의부족인가=과거 이원식 시장체제에서는 읍·면·동장의 인사의 경우 해당 시의원들이 자신과 호흡을 맞추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일부 공무원들을 원하는 예가 관례로 되곤 했었다.
그러나 이번 백상승 시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백 시장이 읍·면·동장 등 사무관급 44명을 인사하면서 해당 시의원들과 전혀 협의가 없었던 것이다.
백 시장은 지난 24일 "이번 인사는 선거로 인한 후유증을 불식하고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대대적인 서무관급 인사를 한 것이며 앞으로는 반드시 능력위주의 인사를 하겠다"면서 "22일 읍·면·동장들에게 사령장을 주면서 해당 시의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고 각별히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진구 의장은"이번 인사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부가 출범한지 한 달여가 지나도록 백 시장을 비롯한 황진홍 부시장 등이 시의회와 담을 쌓은 듯 논의조차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를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면서 무관심한 집행부에 불만을 터뜨렸다.
한 의원은 "읍·면·동장의 경우 해당 시의원들과 지역문제로 논의하는 것이 많은데 아무래도 마음이 맞는 사람이 오는 것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면서 "이는 공정한 인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도와주는 일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관계자는 "인사는 시장의 고유권한인 만큼 시장이 업무능력에 따라 공정한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시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편한 읍·면·동장이 배치된다면 공정한 인사를 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시회에서 김국장 사과
백 시장 국장행동에 유감표명
▲임시회 본회의장에서 사과요구=지난 25일 개원된 제7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시의원들은 22일 김인석 국장이 발언한 내용을 문제 삼았다.
조광조 의원은 이리 준비한 듯 한 내용을 가지고 지난 22일 의장실에서 있었던 김인석 국장이 "이렇게 문전박대를 할 수 있느냐"는 등의 그날 있었던 내용을 비교적 자세히 설명하면서 김국장이 어떤 이유에서 그런 설명을 했는지 세세히 밝히며 김상왕 의원은 "그날 의장이 결제가 났느냐고 물었고 국장이 어떤 이유로 의장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밝히고 공개사과를 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인석 국장은 "그날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 전에 예의 상 차원에서 의장에게 보여주기 위해 간 것"그날 일을 설명했다.
김상왕의원은 김 국장에게 "문전박대를 아느냐"면서 "얼마 전 교육문화회관에서 가진 연찬회에서 한 간부 공무원이 시의원이 인사에 개입하고 사업에 개입하는 등 마치 시의원이 부정비리의 온상인양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면서 최근 집행부의 일련의 행동을 지적하고 나섰다.
결국 이날 본회의장에서 백 시장은 처음 시의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인사로 인해 시의원 여러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과 짧은 기간이라 시의회에 자주 함께 하지 못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다"면서 "이번 인사는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방침을 정해 시행했으며 이런 일련의 사태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시의원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백 시장이 시정연설을 마치자 "다른 내용을 기대했으나 백 시장이 부자도시 경주로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되지 않고 지난 내용과 같은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면서 "9월에 열리는 시정질문에 명확한 것을 반드시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기획행정위원회 소관 실·국 업무보고
알맹이 없는 내용, 업무보고 받지 않아
▲26일 기획행정위에서 업무보고 받지 않아=시의회의 불편한 심기는 26일 열린 각 상임위원회별 소관 실·국의 업무보고에서도 그대로 연결됐다.
특히 시의회가 이례적으로 업무보고를 받다가 중단하면서 집행부에서 충분한 준비가 되면 그때 가서 받겠다며 회의를 마쳤다.
이날 기획행정위원회 의원들은 제일먼저 김백기 기획문화국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형식적인 업무보고"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종근 부의장은 "본 회의장에서도 언급했듯이 백 시장이 업무보고를 할 때 우리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으나 내용이 불충분 했다"면서 "한 달 동안 무엇을 했는지 보고 내용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으며 기획부서에서 달라진 것이 없는데 새로운 것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김대윤 의원은 "앞으로 4년동안 경주시를 이끌어가는데 새로운 마인드를 기대했으나 기획문화국의 업무보고를 듣고 실망을 많이 했다"면서 "올해 초에 업무보고 한 것과 비교해보면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시 재정이 29% 밖에 안되는 시점에서 어떻게 하면 건전재정운영을 할 것이가라는 방안이 있어야 전혀 없다. 획부서가 이런데 다른 국의 업무보고를 받을 필요가 없다"면서 "백 시장 공약에 부자도시 경주를 만들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런 내용은 전부 파지고 이런보고(형식적인 보고)를 받을 만큼 우리가 한가한 것이 아니다"고 국장을 몰아세웠다.
집행부-시의회 팽팽한 관계
당분간 회기 중에 계속될 듯
▲회기에서 집행부 바로잡기=향후 시의회는 회기때에 집행부 조우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금은 대화의 창구를 마련해야 할 마땅한 간부 공무원이 없는 상태다.
그리고 9월2일부터 열리는 정기회에서 행정사무감사와 시정질문을 할때 의원들의 상당한 강도가 예상된다.
견제와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시의회와 집행부의 힘 겨루기가 지속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분위기가 시의회내서나 집행부 관계자들도 언급을 하고 있지만 일단 일련의 사건으로 시의원들이 심기가 편치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만일 시의회가 인사에 대한 불만으로 집행부와 대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인사는 시장의 고유권한인 만큼 시의회에서 관여할 일이 아니다"면서 "시의회는 집행부의 정책 잘못이나 잘못된 행정을 펼칠 때 과감히 지적하고 개선토록하는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시의원들은 집행부의 안이한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한 시의원은 "집행부 간부들이 새로운 시장체제가 되었으면 쇄신하는 분위기로 일을 해야 하는데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시의회를 대하려는 자세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