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 유세장 과연 필요한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주지역 22개 합동 유세장에서 벌어진 합동 유세의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선거때마다 합동 유세장은 후보들간에 저속한 말장난과 상대편 흠집내기 등으로 실망한 유권자들은 등을 돌리고 동원된 선거운동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촌극의 연속이다.
이 같이 합동 유세장이 찬밥 신세가 되고 있는 것은 유권자의 무관심도 한 몫을 했지만 무엇보다 바른 정치를 하겠다는 후보들이 유권자들을 현혹하는 말장난에만 급급해 유권자들에게 더 이상 유세에 대한 매력을 갖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지난 10여년 동안 수 차례의 선거를 지켜보면서 합동 유세장은 `안 봐도 뻔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을 정도다.
이번 선거에서도 시장·도·시의원 합동 유세장에는 예전과 다름없이 후보들이 주어진 30분이란 귀한 시간 대부분을 상대방에 대한 비방이나 흑색선전 등으로 일관했다. 한마디로 유권자를 무시하는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따라서 유권자의 무관심이 날로 높아가고 있는데 굳이 시민의 혈세를 써 가면서 합동 유세를 해야만 하느냐에 관계기관의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투표일을 이틀 앞두고 합동 유세장에서 후보자가 책임 없이 내 뱉은 말이 눈덩이처럼 부풀려져 결국 정책선거를 묻어 버리고 말았다. 또 모 시장후보측에서는 폭탄선언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해 가면서 혼탁선거를 만들고 있다.
지난 95년 선거때 경주지역 투표율이 74%에서 98년 선거에서는 63%대로 뚝 떨어졌다.
그리고 이번 선거는 월드컵 열기로 투표율이 더 낮아 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잘못하면 유권자의 20~30%의 지지를 받고 당선된 후보의 대표성 문제까지 대두될 수 있다.
선진국 지방선거의 경우 돈을 지불하면서 운동원을 동원하거나 우리 같이 합동 유세장에서 상대방을 비방하고 헐뜯는 모습은 찾을 수 가 없다고 한다.
30여년 만에 부활된 지방자치제를 우리 스스로 무용화시키는 일이 벌어지기 전에 흑색선전의 장이 되고 있는 형식적인 합동유세를 폐지시켜 건전한 정책대결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선거문화를 개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