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에서 장안까지
(6) 다시 찾을 천년의 땅
십 수년간 늘 다니며 보아오던 남산의 수 백톤 되는 바위가 어느 해 홍수에 실려 낯선 자리 낯선 모습으로 한참이나 흘러내려 있었다. 십 수년 새 이렇게도 깜짝 변하는 것이 자연인데 천년을 간직하며 잘 다져진 퇴적층의 역사를 쌓아간다는 것은 가히 기적이라 할만하다.
서라벌이 그렇고, 장안이 그렇다. 우리와 그 곳 사람들은 기적의 땅에 하루하루 새로운 기적을 더해가는 중인게다.
마음같아서는 대륙을 다 밟아보고 싶었다.
천일이 걸리든 만일이 걸리든 그러고 싶었다.
그래도 다행이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십번 지도를 훑은 것으로 아쉬움을 대신할 수는있었다.
낯선 땅, 낯선 풍경, 낯선 말씨.
짧은 시간이었지만 떠나올 즈음에는 어느새 익숙이란 단어가 살갗 정도는 스친다.
너른 땅에 걸맞는 규모와 여유로와 뵈는 몸짓. 여행 내내 지도와 나침반을 맞춰가며 방향을 꼽고 시간이 도망갈까 허둥이며 돌아다녔던 내가 아쉽다.
하루쯤은 이들처럼 천천히, 마음 가는대로 걷다가 앉았다가, 장기 두는 구경도 하다가, 성루 벽돌에 기대 한참을 사색하다가, 새를든 노인과 태극권 연공 하는 이, 팽이돌리기를 하는 공원의 사람들 속에 섞여 대금이라도 불어볼걸.
다시 장안에 오는 날, 실크로드란 미명을 믿지 않았음에도 불귀(不歸)의 길을 여유롭게도 떠났던 선인들을 닮아있을 나를 기대한다.
그간 졸필에 지면을 할애해준 경주신문사와 독자님들께 고마움의 머리를 숙입니다.
행여 다시 기회가 된다면 일본의 나라, 교토 여행의 감흥을 함께 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