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주에는 `경주는 죽었다`, `굶어죽느니 싸우다 죽겠다`는 등 지극한 문구의 검은 현수막과 조기들이 거리 곳곳에 내 걸리고 가는 곳마다 경마장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다소 지나친 감은 있지만 경마장건설 무산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와 좌절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한다. 대통령, 국회의원, 시장 등 정치인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경마장건설을 장담해 왔고 경마장이 건설되면 열악한 경주경제가 일거에 좋아질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했던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시민들의 분노와 강한 반발은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물론 시민정서나 교육적인 폐해 등을 이유로 내심 반대의 입장에 있던 시민들은 경마장건설 무산을 오히려 다행한 일로 받아들이고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지만, 경마장 건설에 대한 시민들의 여론수렴 과정 없이 정치인들이 임의대로 경마장건설을 호언장담하며 지난 10년 동안 시민들을 철저히 우롱하고 농락해 왔던 처사에 대해서는 다 같이 분노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경마장건설을 약속했던 정치인들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경주경마장건설사수범시민협의회`에 대해서도 경마장유치를 위해 각고의 노력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 온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죽음으로 지키겠다던 `공언`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나 정치인은 물론 시민단체들이 시민들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 저야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 그 응분의 책임을 질줄 아는 것이 민주사회의 기본질서이다. 시민들의 아픔과 분노를 오히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이나 입지강화에 이용하는 불순한 논리는 시민사회에 불신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보존철회, 박물관, 문화재연구소 이전과 같은 실현불가능한 논리를 내세워 문화계나 경주현실에 이해가 부족한 대부분의 일반국민들을 공적으로 만드는 것은 경주발전에 도움되는 일이 아니며 시민들의 협력조차 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이 기회를 장기적인 경주발전을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대책수립의 계기로 삼아야한다. 가령 문화재보호법 중 악법에 대한 개정과 수십년간 사유재산권을 침해받은 데 대한 국가보상, 모든 문화재보존지역 국가매입, 고속철 조기착공으로 신도시 개발, 역사도시 경주를 지키고 시민들의 경제도 보장해 줄 수 있는 현실적인 정부지원, 역사도시 이미지에 맞지 않는 원전건설중단과 이전 등 모든 시민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사업에 모든 시민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