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고동 소리, 붉게 달아오른 백열 전구, 가슴을 적시는 바닷 내음.
경주 지역 최대 규모의 항구 감포항은 아침 5시면 잠에서 깨어나 활기에 차있다.
새벽에 들어온 싱싱한 수산물, 활어, 해조류.
부두 자체가 살아있다 해도 새벽녘 감포항을 보지 못한 사람은 어촌 마을에 감춰진 순박하고 억척같은 어부들의 웃음 아닌 웃을 보지 못한다.
넓은 동해안을 등지고 아침 5시 30분경이면 갈매기때의 환호를 받으며 밤새 조업을 나갔던 트롤 선박들이 하나 둘씩 만선으로 부두로 들어온다.
어부들이 잡은 고기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기 위해 힘찬 몸짓으로 자태를 내 비취면 부두에 있던 중매인들과 새?장을 나온 아낙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청어, 광어, 우럭, 복어, 숭어, 방어, 아귀 등 각양각생의 크고 다양한 어류들이 어부들 손에 쥐어지면 흰 모자를 쓴 경매사는 딸랑딸랑 종을 흔들기 시작한다.
마음속으로 점처 둔 고기들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 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중매인들은 옆 사람의 눈치를 보며 경매 손가락질을 한다.
“광어 30번 5만원 낙찰”이라고 하면 30번 중매인은 아침 빈속에 담배를 하나 입에 물면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는지 주위의 부러움 속에 웃음을 짓는다.
경매를 보고 있는 동안 배 뒷편에서는 동료들의 허기를 달래줄 아침식사 준비가 한창이다.
“삶에 반 이상을 바다에서 보내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김씨(53. 부산)의 양파를 다듬는 칼 솜씨는 여는 아줌마들하고는 비교도 않된다.
노란 양은냄비에서 나오는 생선찌개 냄새는 지나는 이로 하여금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찬디 찬 어부들의 몸 속에 밥공기 가득 담은 소주 한잔이 따끈한 생선찌개와 같이 들어가면 “이게 삶이다”라고 말하는 이씨.
“어이, 이씨 나도 한잔 죠!. 오늘은 많이 잡았는가?”라며 사람들이 모여들면 김씨가 준비한 찌개 이야기는 소주 5,6병이 비워 졌어야 끝이 난다.
웃음을 지으며 말만 잘하면 세상에서 제일 맛있고 재미있는 찌개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빨간 고무대아 속에 들어있는 50cm짜리 방어도 몇 마리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우리의 감포항.
“이러한 정겨운 이야기와 훈훈한 인심들도 예년같이 않아 재미가 없다”라고 말하는 어부들.
현재 감포항은 멸치 잡이도 퇴색되어 가고 어획량도 줄어들고 있어 어부들의 근심이 늘어가고만 있다.
특히 ‘동해안 120도 사수’, 트롤 협정 때문에 어부들의 주름살은 늘어가고만 있다.
이러한 근심도, 가족을 보고 싶은 마음도 모두 모아 소주 한잔에 가슴속에 묻고 힘찬 뱃고동 소리와 함께 만선의 꿈을 안은 채 바다로 나가는 김씨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낸다.
사진 5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