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문화교실, 영화 `집으로` 관람이 있었다.
(지난주에 `집으로`를 보고 와서 바람잡이 노릇을 좀 했다.
역시 바람을 불어 일으키면 그걸 타고 쭉 뻗어 가는 우리학교,
이래서 멋진 학교라 생각한다. ^^)
경주 시내에 있는 작은 영화관이 우리 아이들로 꽉 찼다.
웅성웅성, 재잘재잘, 깔깔깔. 역시 아이들이라 다르긴 다르다.
조금 산만하긴 했지만 생기로 느껴질 만큼이어서 크게 방해되지는 않았다.
영화가 시작되자 처음 꼬마아이를 책망하는 소리를 시작해
역시 예상했던 데로, 재미있는 장면에 가서는
함께 웃음소리를 맞추어 커다랗게 웃어대었고,
가슴 찡한 장면에선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다 마지막 부분에 가서 모두들 감정에 젖어 있는데
갑자기 한쪽에서 분위기에 맞지 않는 큰 웃음소리가 났다.
무슨 일인가 싶어 쳐다보니, 계속해서 울고 있는 우리학교 터프가이를
그 옆에 친구들이 보고 놀리면서 크게 웃는 소리였다.
야, 진석이 운다, 울어.
그 소리에 우리도 눈물을 흘리면서 모두들 함께 웃었다.
좋은 영화, 좋은 감독, 좋은 배우들 덕분에
이름에 걸맞은 훌륭한 문화교실 시간이었다.
영화보고 나와서 코까지 빨갛다고 아이들에게 흉보기인 했지만. ^^
눈에 띄는 시 한편이 있어 같이 올립니다.
( ) 부분은 원문에서 그만큼 오른 쪽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임종
- 최영철
사십년 꼼짝달싹 못하고 누운 너 두고
먼저 가서는 안된다고
너 죽는 거 봐야 나도 따라 눈감는다고
다짐에 다짐을 하다가 까만 머리 생생한 팔순 노모
그걸 누워 바라본 예순 아들의 머리가
온통 백발이다
( ) 시들어가는 저에게 물 주는 나를
( ) 나무는 나무라고 있었으리라
검은 머리 노모는 아들이 죽은 줄 모르고
며칠 동안이나 영지버섯과 죽을 떠먹였다
너 한모금 나 한모금
너 한발짝 나 한발짝
어서 먹고 일어나 저 동구밖 마실 가야지
( )죽은 나무에 돋아 있는 두어개 잎
( )끝까지 나 안심시키려고
( )파랗게 있다
( )파랗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