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4-19 11:34
경마장부지 문화재보존 위해 백지화 해 놓고
문화재보존은 뒷전 유물훼손 불 보듯
92년 2월 손곡동 일대 28만 7천여 평의 경마장건설 예정부지가 확정 된 후 9년 만인 2001년 2월 8일 서울에서 열린 문화재위원회 회의에서 경주경마장 일대를 사적지로 지정한다는데 의견을 모았고 경주경마장 최종무산이란 결론으로 이어졌다.
결국 2001년 4월 28일 손곡동 경마장부지일대 25만8천평이 최종적으로 사적지로 고시되고 방대한 발굴지를 원상복구 하는 임시방편을 했으나 문화재보호라는 명분을 무색케 할 정도로 이 일대는 방치되고 있으며 조금만 비가 내려도 토사유출이 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역 시민단체와 국회의원, 시민들을 중심으로 고도보존법 제정을 위한 노력도 있었지만 경주경마장이 문화재보존이란 명분으로 무산된 만큼 이에 따른 경마장부지의 제대로 된 관리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경주경마장으로 인해 일어났던 그 동안의 일들을 되짚어 보고 사적지 지정 1년이 지난 현주소를 알아본다.
이 시장 민주당 탈당·이종웅 지구당 위원장 사표
지역정가의 새로운 구도를 만든 경마장 무산
▲지역 정가를 흔들어 놓은 경마장 무산=경주경마장 건설이 될 것이란 지난 92년도의 발표에 이어 그 동안 수 차례나 발굴과 발굴중단, 정치적인 변화 등으로 9년이란 세월을 낭비했다.
그리고 `뜨거운 감자`였던 경주경마장은 9년 동안 선거대마다 선거직들의 공약으로 등장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경주경마장이 최종 무산되는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이 발표되자 98년 당선 당시 지역현안문제 해결, 지역발전이란 목적으로 여당인 민주당의 말을 갈아탔던 이원식 시장이 결국 경마장 무산으로 "더 이상 명분이 없다"는 말을 남긴 채 2001년 2월 9일 민주당 경주시지구당에 탈당계를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에 당시 경주시의회 일부의원들도 민주당 탈당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이 시장을 몰아세웠다.
지난 2000년 4·13총선 당시 국회의원 후보로 나선 당시 민주당 경주시지구당 이종웅 위원장은 본지와의 후보자토론회에서 "상반기안에 경마장을 착공한다는 확답을 받았다. 만약당선되고 6월중에 공약사항이 확실하지 않으면 그 순간 그만두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후 이원식 시장이 경마장 무산을 명분으로 민주당을 탈당하자 "시장이 노력도 하지 않고 탈당시기를 맞춘 것"이라며 비난을 했다 그리고 이 위원장도 현실정치의 벽을 실감하며 결국 민주당을 탈당하는 수순을 밟았다.
문화재보호 명분만 있을 뿐
시민들 피해의식만 심어 준 경마장
▲문화재보호법에 대한 피해의식만 고조시킨 결과=9년간 질질 끌던 경주경마장 건설은 결국 그 일대를 오히려 사적지로 지정돼 인근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받았다.
경마장 무산으로 경사추와 시민들은 문화재보호법 개정이란 요구가 더욱 거세졌으나 결국 경마장부지 사적지 지정이란 결론으로 끝났다.
경마장 기대심리에서 문화재법 피해의식으로 변한 순간이었다.
일단 25만8천 여 평이 사적지로 지정됨에 따라 당장 그 일대 주민들이 피해는 불가하게 됐다. 각종 건축물 증·개축이나 용도변경 행위 등 주거생활의 불편을 안게되었기 때문이다.
이 후 주민들은 "경마장 건설이란 기대심리만 부추겨 놓고 결국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적지로 지정하는데 9년이란 세월을 보낸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결국 힘의 논리에 우리가 진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경주시, 정부의 지원없이는
파헤친 경마장 부지 관리 어려워
▲대책없이 방치되고 있는 경마장 부지=경주시민들의 공통적인 견해는 문화재보존과 경마장 추진이라는 양 갈래의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현재 방치되고 있는 경마장 부지를 보면 문화재보존이란 허울만 있을 뿐 현재로 보아선 과연 경마장을 취소 할 만큼 문화재의 가치를 인정하고 관리를 하느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 문화재청이 경마장부지를 방치하다 장마철에 토사가 흘러내렸을 뿐만아니라 많은 유물들이 계곡에 나뒹굴고 문화재 훼손이 심각했으며 뒤늦게 마사회측에 응급복구 명령을 내리는 뒷북치는 행정을 했기 때문이다.
현재 경마장부지는 마사회 소유로 향후 복구문제 또는 이 지역을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만드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어서 벌거벗은 채로 남아있을 것 같다.
경마장 관리는 경주시가 맡아 있어나 말뿐이지 별다른 대책이 없다. 지난해에도 조금만 비가 내려도 토사가 유출돼 그 일대의 하천을 오염시키는 것은 고사하고라도 많은 피가 내리면 문화재 관련자들이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재의 유실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에서 경마장부지의 문화재 보존을 위해 예산이 지원된 것은 전무한 상태, 넉넉하지 못한 경주시 재정으로는 시 소유의 땅도 아닌 마사회 땅을 관리하는데 예산을 지원한다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주경마장 사수를 위해 활동했던 김성장씨(41)는 "문화재보존이란 허울좋은 명분으로 경마장을 취소해 놓고 파헤친 경마장 부지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면서 "지금이라도 경마장 부지를 새로운 문화유적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가 직접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주지역 문화재 관련 단체에서도 "곧 하절기가 되면 많은 비가 내릴 것인데 파헤친 부지를 그대로 방치하면 문화재 유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주를 경주답게 주민 불편 없는 삶 위해
고도보존특별법 제정에 힘 모아야
▲경주에 맞는 고도보존특별 제정 서둘러야=경마장건설 무산이 아니더라도 경주는 문화재보호법으로 인한 피해로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지금까지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이 `고도보존특별법` 제정을 위해 입법화를 추진하고 시민단체가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결국 경주를 고도로서의 특성을 살리고 주민들의 삶이 불편하지 않도록 경주시와 지역정치인, 시민단체, 학계, 주민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과연 누가 이 문제를 속시원하게 추진할 지 아니면 헛 공약을 할 지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