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으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통제 불능의 상태에 접어들어 인류에게 또 한 번의 핵 재앙이 올까 두렵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사고(5등급)와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사고로 평가되는 1986년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사고(7등급)에 버금가는 최악의 원전사고가 우리나라에서 불과 1,240㎞ 떨어진 후쿠시마 원전에서 실시간 일어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의 핵연료봉을 식히고 방사성 물질의 대량 유출을 막기 위한 인간의 노력도 가공할 위력의 방사선 앞에 무력할 따름이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4호기는 사용후핵연료봉의 핵분열 연쇄반응 가능성이 있어 ‘제2의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재연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의 화재, 폭발, 격납용기 파손, 4호기의 사용후핵연료가 녹으면서 방사능 물질이 대기를 타고 무차별 확산 될 것이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최악의 사태가 되면 동일본이 박살난다는 것도 상정해야 한다”면서 노심용융으로 인한 대량의 방사능 누출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제원자력기구 IAEA에 따르면 사고등급 6~7등급에 이르면 대형사고로 분류하면서 방사성물질이 대량으로 유출되고,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한다고 한다.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사고 때 피폭이 약 800만명, 사망 9,300여명, 70여만명이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세슘과 함께 검출된 방사선 요오드는 갑상선암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원전은 안전하다’라는 절대명제를 갖고 일본은 56기(2009말 기준)원전을 가동하고 있었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내진설계를 자랑했고, 일본 국민들은 지진 대비 훈련을 수없이 반복하고 지진에 대한 준비 태세를 가장 잘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와 대재앙 앞에는 무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다. 재난 전문가 데니스 밀레티는 “인간이 어떻게 대비를 하든 완전히 안전할 수는 없고, 자연은 언제나 인간이 준비하는 것 이상의 사태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그럼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의 전력생산량의 34%를 차지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가 경주, 고리, 울진, 영광에 가압경수로 16기와 가압중수로 4기 등 20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에(3월 말이 되면 21기) 있고, 신고리 1~4호기, 신월성 1~2호기, 신울진 1~2호기 등 8기의 원전이 건설 중에 있다. 앞으로 2022년까지 기존 계획된 8기에 추가로 4기를 더 지어 총 12기를 추가 건설할 계획을 세워 놓고 우리나라 전체 전력생산량의 48%까지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에너지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원자력 에너지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은 절대로 안전하지 않다. 일본의 원전 사고를 계기로 우리가 살고 있는 경주는 운영중인 캔두형 중수로 월성1~4호기 원자력발전소가 4기가 가동 중에 있고, 경수로형 원자로 2기가 건설 중에 있다. 또한 월성원전 안에는 건식, 습식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이 저장되어 있고, 중저준위방폐장까지 경주에 있으니 경주는 한수원이 말하는 ‘원자력의 메카’인 셈이다.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많은 위험이 산재해 있다는 말이다.
또한 경주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월성원전 주변에는 양산 활성단층 지진대에 속해 있으며, 읍천단층 등 많은 단층과 연약지반을 갖고 있다.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하지 않는다고 내진설계 규모를 6.5에 맞춘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도 앞으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하여 내진설계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번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폭발 도미노’현상을 보면서 정부와 지자체, 한수원에 간곡히 호소한다.
첫째. ‘원자력은 안전하다.’라는 말을 홍보하거나 강조하지 말고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의 원자력 기술과 안전 대처 능력을 꼼꼼히 따져보기를 바란다. 만일의 하나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 지구촌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설마 안전(원전의 신화)과 경제력의 대강국인 일본에서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생각했을 것이다. 최악의 ‘핵분열’사태로 까지 치닫는 대재앙을 막기 위해 ‘최후의 결사대’까지 조직해 목숨을 내놓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
둘째. 지금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 확보와 정보의 공개, 재난 훈련의 투명성을 요구한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 신속한 대응과 재난 대피 훈련을 통하여 2차 피해를 줄여가야 한다. 원전의 경제성과 효율성만 너무 강조하지 말고 항상 안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원자력발전소 주변지역의 대피시설과 방독면 실태, 제염약품들을 꼼꼼히 살피고 실질적인 방제재난 대피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셋째.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제1원전 1호기)에서도 보듯이 수명연장 된 노후한 발전소가 가장 먼저 폭발했다. 정부는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포기해야 한다. 이미 수명연장한 고리1호기도 안전 점검과 함께 즉각 가동을 중지해야 한다.
넷째. 에너지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통하여 원자력에너지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통하여 세계는 원전정책의 재검토가 시작되었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탈원전 바람이 불 것이다. 우리나라도 에너지정책의 다변화를 통하여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대안에너지 발굴에 국가적인 명운을 걸어야 한다.
일본의 대지진, 쓰나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때문에 지구촌의 한 사람으로서 이웃나라 국민으로서 가슴이 답답하고, 슬픔에 빠진 일본국민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그러나 또 한 편 원자력발전소와 방폐장을 껴안고 사는 경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의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대재앙이 남의 일이 분명히 아닌 것 같다. 마음 단단히 먹고 ‘경주핵안전연대’에 가입하여 경주시민들에게 원자력은 결코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홍보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