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주는 구제역 확산 우려와 폭설 피해, 동굴처분방식으로 건설되고 있는 방폐장의 안정성 논란, 한수원 본사 이전부지 재논의 문제 등으로 활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지역사회 분위기는 오는 4월부터 시작되는 2011 경주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와 각종 문화예술상설공연, 축제 등 지역에 활력을 불어 넣을 행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경주시와 함께 지역현안을 풀어 나가야 할 경주시의회의 최근 행보를 보면 관심사가 과연 무엇인지 의문이다.
지난해 7월 같이 출범한 최양식 시장과 김일헌 의장 체제의 경주시의회는 그동안 지역현안을 두고 공론화된 논의보다는 불만을 애써 감추며 거리를 두고 있다.
특히 지난 연말 집행부가 방폐물 인수저장시설에 방폐물 반입을 승인하자 시의원들은 시의회와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그때 생긴 냉랭한 분위기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시의회의 불만은 집행부가 주요현안에 대해 사전에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와 같은 불만은 이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그동안 일부 시의원들은 지역 문제에 대해 ‘집행부가 보고를 제때에 안 하니 어떻게 아느냐’고 그 책임을 집행부에 돌렸다. 그리고 나중에 보고하면 임박해져 보고한다며 집행부를 몰아세우기 일쑤였다. 지역현안을 집행부가 보고를 해야 회의를 하고 문제를 지적한다는 수동적인 인식이 아직도 팽배하다.
이번에도 시의회의 태도를 보면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많다. 우선 인수저장시설에 방폐물을 반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 연유가 무엇인지 그 결과에 따른 후폭풍은 염두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자칫 인수저장시설을 아무 문제없이 방폐장을 다 지을 때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명분을 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보다 더 급한 것은 최 시장이 꺼내놓은 한수원 본사 이전부지 재논의다. 최 시장이 다시 꺼내 놓았지만 지금쯤 시의회의 공식적인 입장이 있어야 마땅하다. 껄끄럽다고 마냥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또 2011세계태권도대회를 앞두고 준비상황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또한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양새다. 이러다가 또 ‘왜 늦게 보고하느냐’는 말을 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시의회가 민의를 대변하는 민의의 전당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시의원들도 입버릇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시의회의 행보는 민의를 잘 대변하고 있는지 우려된다. 민감하면 둘러가고, 만만하면 몰아치고, 급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시의회는 집행부와 함께 지역을 이끌어가는 쌍두마차다. 서로 따로 가겠다는 수레바퀴를 달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시의회는 지금이라도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들여다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