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설계수명이 끝나는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고 지적됐다. 지난 22일 오후 3시 경주YMCA 주최로 열린 ‘방폐장 이후의 경주의 원자력 현안문제’란 주제 강연에서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월성원전 1호기의 수명연장에 대해 현행 핵발전소 수명연장 절차 및 한국과 캐나다의 핵발전소 운영절차 차이점, 발전사업자에게 유리한 원자력법의 개정 등에 대해 짚어보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간단한 문제 아니다 2012년 설계 수명이 끝나는 월성 핵발전소 1호기가 발전소의 주요 부품 가운데 하나인 압력관 교체 작업을 위해 2009년 4월1일부터 20개월 동안 가동을 멈췄다. 압력관은 핵연료 다발을 장전하는 핵발전소의 핵심 부품으로 월성 1호기는 그동안 평균 이용률이 높아 설계 수명보다 5년 일찍 수명을 다하게 된 것이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안전에 관련된 일부 부품을 교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현재 월성 1호기의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은 것으로 제기됐다. 무엇보다 현재 진행중인 압력관 교체가 사실상 발전소의 수명연장을 전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성 1호기는 1994년에도 압력관의 일부를 교체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 추진하는 압력관 교체사업은 380개에 이르는 압력관 전체와 원자로관, 냉각제 공급관 등 사실상 원자로 전체를 교체하는 작업이다. 이에 투입되는 금액만 압력관 교체 비용 3200억원, 폐압력관 보관, 설비 등 총 6000억원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새로 지어지고 있는 신고리 1호기(설비용량 기준으로 월성 1호기의 1.5배용량, 설계수명 60년)의 건설 비용이 1기당 2조4500억원 규모임을 고려할 때 상당한 금액이 투자됨을 알 수 있다. 특히 6000억원의 비용에는 20개월 동안 발전소 운영정지에 따른 손실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압력관 교체는 사실상 수명연장을 전재로한 사업으로 보인다. ■ 현행 핵발전소 수명연한의 절차 이 대표는 모든 기기가 그렇듯 핵발전소도 설계 당시 발전소가 운영될 수 있는 기간을 설정하고 이 기간을 설계수명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등 초창기에 지어진 핵발전소는 통상 30년이며 최근에 지어진 핵발전소는 60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운영허가 기간이라는 개념은 규제기간(정부)이 발전소 운영과 관련해 허가하는 기간으로 미국의 경우 운영허가를 갱신하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는 설계수명과 상관없이 규제기간의 심사내역에 따라 정해지는 내역으로 발전소를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설계수명은 자동차의 내구연한이고 운영허가 기간은 운전면허갱신으로 비유했다. 따라서 자동차가 아직 내구연한이 남았더라도 면허가 갱신되지 않으면 운전을 할수 없는 것처럼 이 두 개념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기적 안전평가(PSR)에 의해 발전소의 수명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IAEA 권고사항인 주기적인 안전성평가(PSR)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식으로 정기적으로(통상 10년) 발전소 전체의 안전성을 의미한다, 또한 운영 중인 모든 핵발전소는 10년마다 한번씩 주기적인안전성평가(PSR)를 진행하며 설계수명이 다 된 핵발소는 주기적인 안전성보고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보고서, 주요기기 안전성평가보고서를 주무부서인 교과부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 현행 핵발전소 정보공개 청구 문제점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보공개 대상 공기업에서 빠져 있어 원자력법 등에 명시되지 않은 정보를 공개할 의무를 갖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고리 1호기 수명연장 당시 현행 수명연장제도는 지역주민들의 의사수렴이나 정보공개의무가 명기되어 있지 않아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는 신규발전소 건설이나 핵폐기장 건설과정과는 분명 구분되는 것이다. 그동안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공청회, 설명회 등의 절차가 형식적으로 진행되어 이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해왔다. 특히 이같은 공개의무는 단발성 이벤트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정보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또한 수명연장 신청시 제출하도록 명기하고 있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등은 공개대상으로 명기되어 있으며 주기적안전평가보고서 등도 적절한 절차를 밟으면 열람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리 1호기 수명연장 당시 이들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원자력법에 명시되지 않았고 한수원 영업이익과 관련된 자료라며 공개를 거부해 문제가 되고 있다. ■ 한국과 캐나다 핵발전소 운영절차 차이점 우리나라 원전 안전규제요건은 대부분 규제 수요가 많은 경수로형 원전을 기반으로 정립되었다. 따라서 원자력법 시행령이나 원자로시설 등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사용목적이나 그 원리 및 설계의 특성상 특정 원자로시설에 그대로 적용하기 적합하지 않거나 적용하지 않더라도 안전상 지장이 없는 경우 일부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제의 신축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원전 규제는 미국처럼 명시적인 방식으로 수행되는 것이 관행화 되어 있으므로 규제자와 원전운영자간에 서로 중수로 원전의 특성을 감안한 설득과 이해를 추구하는 신축성 있는 규제체제에는 익숙지 못한 상황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 캐나다의 원전 규제 기준은 극히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사항만 규정하고 있으며 그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 따라서 실질적인 인허가는 캐나다원자력안전위원회(CNSC)의 기술적 판단에 의해 협의 규제방식으로 이뤄진다. CNSC 규제운영서에 명시된 규제요건들은 모두 강제요건이 아니며 요건의 면제나 대안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규제 관행은 CANDU라는 단일원전 모델과 AECL이라는 단일 설계자가 존재하는 이상은 복잡한 규제기준 명문화의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주도형으로 원자로개발을 해온 캐나다의 경우 다른 나라와 원자력 규제체계가 다르다. 이는 경수로 중심으로 발전해온 원자력 규제체계와 중수로가 맞지 않아서 생기는 것도 있지만 모든 핵발전소가 CANDU형이며 그것을 캐나다원자력이 모두 설계한 독특한 상황에 의한 것이다. ■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발전사업자에 유리한 원자력법 개정) 현행 진행되고 있는 압력관사업은 안전성검토 등에 대한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고 지역주민들의 의견 수렴 등 가장 기본적인 절차도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압력관교체사업은 즉각 중단돼야 하고 현재 발전소 상태 및 향후 운영방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여 지역주민과 관련 전문가들이 검토하는 공청회, 설명회 등의 절차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경주의 경우 건설되고 있는 신월성 1, 2호기 이후 핵발전소 계획이 없다. 새로운 건설공사가 없는 것은 1차적으로 그동안 있었던 지역경기부양효과가 끝나는 것을 의미하고 새로운 핵발전소 유치 경쟁이 시작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이 없음이 수차례 확인된 영광지역의 경우 군전체에 신규 핵발전소나 핵폐기장 건설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지만 매번 관련 기회가 나올 때 마다 유치운동이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신규 건설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항상 남아 있다는 증거로 핵발전소로 인해 분열을 반복했던 지역정서를 이후 어떻게 봉합할 수 있을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로 남는다. 다른 한편으로는 발전소 폐쇄회로 이후를 준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핵발전소는 결코 무한정 운영될 수 없다. 정해진 수명에 따라 운영되며 수명이 끝나면 해당 부지는 매우 장기간 발전소 폐쇄 절차를 밟게 된다. 아직 우리나라는 발전소 폐쇄를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일정과 방식, 절차 등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외국의 경우 짧게는 수십년 동안 폐쇄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발전소가 가동되는 동안 해당 지역의 경제·지역사회는 발전소에 의해 종속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핵발전소 지역은 발전량에 따라 지급되던 발전소 주변지역지원금과 지역개발세 등이 지역에 유입되면서 지자체에게 주요한 세수로 인식되어 왔다. 이 가운데 발전소 폐쇄 이후 발생한 다양한 민원과 줄어드는 일자리 등을 생각하면 현재 발전소가 잘 가동되고 있는 동안 폐쇄회로 이후를 준비하는 현명함도 함께 요구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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