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11월 28일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은 경기, 충남, 강원 지방을 거쳐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 9만 여두의 한우와 13만 여두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한우 사육단지인 경주도 지난 12월 30일 안강 산대 한우 사육장에서 처음 발생, 현재까지 23농가에서 한우 1,111두, 돼지 24,477두를 살처분 하였다. 구제역은 소, 돼지, 양, 염소,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에 감염되는 질병으로 입술, 혀, 코, 발굽 사이 등에 물집이 생기며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여 죽게 되고, 전파력이 빠르고 경제피해가 매우 큰 질병이므로 우리나라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되어 있다. 감염경로는 감염동물의 침, 배설물, 우유, 공기호흡 등과의 접촉과 감염지역내 사람, 차량, 의복, 물, 사료 등에 의한 간접접촉과 공기로 전파되는 무서운 전염성 질병이다. 이번 구제역은 발생한지 3개월 만에 4,200여 지역에서 약 340여만 마리를 살처분하여 우리나라 축산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염성이 매우 강한 구제역은 발생 후 최대한 빨리 자연에서 격리시키는 것이 오염 확산을 막는 방법이므로, 발생즉시 살처분하여 매립처리 하였다. 그러나 구체적인 검토와 대책 없이 매립한 결과, 또 다른 환경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매립은 혐기성 반응에 의해 사체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침출수에 의해 지하수와 토양오염이 되지 않도록 침출수 차단 방지막을 설치하여야 하고 또 우수가 침투되지 않도록 우수 차단 시설과 우수 배제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며, 발생한 침출수는 별도의 시설에서 차집하여 위생소독을 한 후 하수처리장 등에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한 환경적 처리방법이다. 또 매립 후 수년이 지나면 혐기성 분해 반응에 의해 발생하는 매립가스인 메탄과 악취를 유발시키는 메르캅탄류의 가스 등에 의해 매립지역 주변의 악취가 대단할 것이다. 악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발생한 매립가스를 간단하게 소각하는 장치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침출수의 지하수 오염, 악취, 질병 전염 등을 지금부터 라도 전문가들에 의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는 다면 그 재앙은 세월을 두고 피해를 가중 시키는 치명적인 사태를 유발 할 것이다. 이번 경주지역의 구제역은 축산과 공무원과 수의사, 축산관련 전문인 등이 총 출동하여 밤을 세워가면서 지킨 결과 다행히 발생지역이 축소되어 축산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한 공로에 시민 모두가 열렬한 박수를 보낸다. 이번 구제역으로 축산 기반이 무너진 지역이 너무 많다. 우리나라가 가축을 사육한 역사 이래 상상 할 수 없었던 초유의 사태인 것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의 가축 사육시설의 열악한 환경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경주는 물론 우리나라 축산시설은 열악하기 짝이 없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축을 사육하고 있는 대부분의 시설은 악취와 수질오염 문제 등 위생 관념이 없는 상태이고, 특히 소규모 시설들은 그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번 초유의 구제역 사태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축산 선진국들은 농장동물을 위한 동물 복지(animal welfare)정책을 수립하여 위생적인 시설에서 사육하고 있다. 동물의 ‘5대 자유’인 ‘배고픔과 목마름으로부터의 자유, 불편으로부터의 자유, 고통과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활동을 할 자유, 공포와 불안으로부터의 자유’를 보장하는 사육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제 세계가축 시장은 꼼짝달싹 못하게 하여 사육하는 공장식 농장과 비위생적으로 단지 고기 생산만을 위한 밀집 사육을 하는 농장동물을 고발하고 있다. EU는 2006년 가축 성장촉진제와 항생제 사용을 못하게 했다. 지나치게 비좁은 닭장, 임신한 돼지가 앉았다 일어서는 것 외엔 움직일 수 없는 ‘스톨 사육’을 전면 금지시켰다.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등 국토가 좁은 나라는 가축분뇨 발생량 등을 제한해 사육두수를 조절하고 밀집사육을 억제하고 있다. 또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주도하여 사육 운송 도축 가공 등 모든 분야에 대한 동물복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EU 자유무역협정( FTA) 협상을 계기로 동물복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여, 지난해 8월 입법 예고된 동물보호법 개정안 29조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위한 조항이 생겨났고, 사육환경을 동물복지 기준에 맞춘 농장에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고자 하고 있다. 2007년 9월 브뤼셀에서 열린 한·EU FTA에서 한국 협상단에게 EU 측은 “한국의 돼지나 닭이 공장식 밀집사육으로 학대받고, 도축 과정도 불투명한 동물복지가 보장되지 않은 나라로 분류되어 축산물은 수입할 수 없다.”라고 한 전례가 있었다. 이제 동물의 복지가 사람의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도래 하였다. 2001년 구제역 사태를 겪은 유럽은 동물복지 정책을 대폭 강화하며 동물복지 정책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영국도 2001년 2월 구제역으로 소 양 돼지 600만 마리가 살처분 되어 약 10조원의 피해를 입은 후부터 축산 선진국을 변화하는 기회로 삼았다. 우리도 구제역으로 축사가 비어있는 이 시기를 축산 선진국가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농장동물을 사육하고 있는 사육장에는 소독 없이 누구도 출입 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제한해야 하고, 사료급식을 하는 주인도 방역복(위생복)을 착용하여 출입하고, 일반인들이 함부로 출입 하는 것을 제한하도록 교육하고, 또 위생적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가축을 새로 입식하기 전에 병원성 균이 없는지를 철두철미하게 확인하고 또 위생교육과 동물복지 차원의 사육시설들을 구축하여야 한다. 그리고 경주지역 현실에 적합한 질병관리체계를 구축하여 어떠한 질병이 발생하더라도 대처 할 수 있는 매뉴얼을 작성하여 정기적으로 매뉴얼에 따른 예방 훈련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즉 살 처분하여야 할 대상이 발생하면 어느 지역에 어떻게 운송하여 어떤 방법으로 위생적인 매립을 할 것인가 라는 구체적인 방법까지도 매뉴얼화 해야 한다. 또 수의사 동원 계획, 방역 시스템 계획. 가축이동제한 조치, 살처분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등을 수립하여 초동대처 실패, 허술한 방역체계, 부족한 인력, 잔인한 살처분 논란 등에 대비해야 한다. 경주는 이 기회를 발판으로 삼아 한우 사육 두수 전국 1위에서, 품질 1위의 전국적인 브랜드로 자리 매김하기 위한 동물복지 정책을 수립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의 축산과의 조직은 50-60년대의 업무 편성인 축산, 유통, 방역 등 구분하고 있어 축산 행정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축산 정책의 발전을 위해 업무 조직을 선진국형으로 개편하고, 소, 돼지, 말 등 주된 경제성 동물을 관장하는 새로운 부서를 신설하는 등으로 규모를 확대 개편하고 모든 정책에 동물복지의 개념이 도입될 때 비로소 경주 천년 한우의 브랜드가치가 명실상부하게 전국적인 자리 매김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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