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발생한지 60여일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는 2만5597두가 24곳에 분산되어 살처분 됐다. 추운 날씨에 전염이 빠르다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특성으로 최근 지역에서 구제역 양성 판정은 소강 상태를 보이지만 방역당국은 잠시도 긴장의 끈을 풀지 않고 있다. 두달 가까이 지속된 구제역이지만 정부와 방역당국 어디에서도 구제역 원인규명은 물론이고 오히려 확산이 지속되면서 “현재 시행되는 방역체계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구제역으로 가축들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정육점과 식당의 수량확보 부족과 함께 귀해진 소와 돼지고기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 마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어 구제역 후폭풍은 이제 사회 전반으로 깊숙이 미치고 있다. 60여일간 진행된 구제역 파동을 진단해본다. ▶방역체제 얼마나 효과가 있었나 현재 시는 도로방역과 개인 축사별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 어떤 마을은 아예 마을 진입로를 트랙트와 경운기 등 대형 농기구로 틀어 막아 놓고 외부차량과 외부인의 접촉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방역초소는 구제역 발생지역과 우려지역 부근을 중심으로 마을입구, 도로, 고속도로 나들목 등에 설치하고 소독약을 살포하거나 생석회를 도로 진입로에 뿌려 1차적인 차량 방역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지속된 한파로 소독약이 분사와 동시에 얼어 붙어 효과가 미미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시는 초소근무 인원 동원에 대한 부족문제로 주민들을 비롯한 자원봉사자까지 방역초소에 배치하면서 방역초소 근무시 철저하게 방역복과 신발싸개 등을 착용한뒤 소독에 나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공기로의 전염 가능성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구제역 발생지역 주민들이 방역활동에 나서는 현 시스템에는 다소 문제가 된다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특히 지난달 안강읍과 강동면 등 구제역 초기 전염지역에서 결국 40여km 떨어진 외동읍까지 확산되면서 지난달 24일 현재 지역내 전체 살처분 가축은 2만5597두로 한우 1111두, 돼지 2만4477두, 사슴 7, 염소 2마리가 살처분 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시는 1개반 9명(공무원 1, 공수의사 2, 장비기사 6)으로 구성된 살처분반을 편성하고 예방접종에 나섰다. 소에 대해 1차 접종 6142회에 8만7727두를 지난달 16일까지 마무리 지었고, 오는 16일까지 2차 접종도 전국적으로 백신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지만 설 전 백신을 확보함에 따라 안강과 강동을 시작으로 현재 접종을 진행중에 있다. 지역에서 가축을 매몰처리한 한 축산농가 관계자는 “최근 구제역이 시작된 안동지역에서부터 초기대응이 늦었는데 경주도 적극적인 홍보나 농가에 대한 당부가 빠른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살처분 2차 오염 예방 대책은 경황이 없이 구제역이 확산되던 지난달까지 지역에서는 양성 판정 및 예방차원에서 살처분된 소와 돼지 대부분은 농장주 개인의 논과 밭 등에 살아있는 채로 묻혔다. 이 과정에서 환경지침을 어긴 부실 매몰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살처분한 소를 자신의 마당에 묻은 경우는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 사례로 꼽히고 지하수 오염을 우려해 다량의 소를 매몰하면서 비닐을 깔았지만 소의 날카로운 뿔과 발톱에 찢겨져 구멍이 나면 가축이 부패하면서 생기는 피와 침출수가 땅속으로 번져 지하수·토양 오염과 직결된다. 정부가 내세운 매몰 지침에는 지하수층이나 하천 주변을 피해 매몰지를 선정한 다음 5m 깊이로 구덩이를 판 다음 가축 사체에서 나오는 침출수를 새지 않도록 차수막(비닐)을 덮고 그위에 1m 두께로 흙을 깐 뒤 2m 두께로 동물의 사체를 쌓아야 하고 여기서 추가로 흙 덮기와 비닐 감싸기를 마쳐야 된다는 규정을 정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축의 사체가 워낙 많고 방역 통제선 밖으로 이동이 불가능해 자신의 논과 밭 심지어 축사 인근 등 닥치는 대로 가축을 매몰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현재 지역내 24곳의 매몰지 가운데 날이 풀리면서 땅이 녹아 상당수 매몰지에서 2차 환경오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대책이 시급하다. 농촌지도자 출신인 한 현직 인사는 “현재 살처분 가축 매몰은 자신의 논과 부지 등에서 이뤄지는데 당장은 보상을 받기 때문에 손실에 고민을 하지 않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매몰지는 토양 오염 등으로 농사는 물론 땅을 팔 수도 없게돼 고스란히 재산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그는 현재 낙농 선진국 등지에서는 전기 쇼크 등으로 안락사 시킨 뒤 화장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가축의 사채가 빨리 분해되도록 잘라서 묻는 친환경 살처분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현재 시에서도 2차 오염을 막기 위해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오염 대책에 나서기로 하고 지난주부터 1차 예산 2억여원으로 2만여두를 매몰한 안강의 한 돼지 농가 등 가축 대규모 매몰지 3곳에 대해 우선적으로 정비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전문가들을 동원해 침출수 오염 방지를 최우선으로 하고 구멍이 뚫린 파이프를 매몰지에 묻어 이곳을 통해 배출된 침출수를 다시 10t 규모의 정화조에 모아 양성 판정 후 음성이 나올 경우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처리한다는 방안이다. 또 10두 미만의 소량 매몰지에 대해서는 톱밥을 두껍게 깔고 포장을 덮어 용출되는 침출수를 최소화 한다는 계획으로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점차적으로 정비한다고 밝혔다. ▶2차 오염 얼마나 심각한가 침출수에는 질소 오염 물질, 병원성 미생물, 항생제, 식중독균 등이 상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가축의 사체에 남아있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다시 전염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 구제역에 감염된 가축 매몰지의 침출수가 주변토양이나 지하수를 오염시키면 탄저병 같은 제2의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한 미생물학 전문가는 가축의 장기에는 살모넬라·캄필로박터균과 같은 세균이 있는데 일부 구제역 매몰지역에서 이같은 세균이 섞여 나올 수 있다며 세균이 있는 침출수를 사람이 먹을 경우 장티푸스,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한 입이나 직장의 출혈로 심한 패혈증을 일으키는 탄저균 같은 토양세균이 빠르게 번식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특히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과 여름에 영양분을 공급받는 세균이 갑자기 증식될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물을 끓여서 먹는 등 각자의 위생관리에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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