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엔 여벌이 없다고 그러더니 잠시잠깐 촌음까지도 자세가 흐트러짐없이 한결같은 꼿꼿함과 근면함, 이웃사랑으로 평생을 살아온 형산 이중길 선생….(형산 이중길 고희기념문집 중에서)
지난 연말 인생은 칠십부터 라며 삶의 무게를 스스로 털어내며 위로하려드는 인생 칠순 즈음의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책이 한권 선보였다.
형산강 지류인 경주 안강에서 태어나서 형산강을 마치 어머니의 젖줄같은 모성애와 애착을 갖고 자신의 호를 형산으로 붙인 형산 이중길 씨의 고희기념문집.
이 씨는 평생을 고향 안강에 머무르며 34년간의 공직생활 마감과 동시에 안강문화연구회, 안강읍장학회, 안강수해대책연구회 등 지역 문화와 숙원사업을 위한 역사의 현장에서 일궈낸 사건들을 이 문집을 통해 여과없이 쏟아냈다.
이 책에는 이씨가 인생의 무대를 누비며 느낀 감동과 역사의 현장을 재추적하며 발굴한 기록, 주민들과 함께 희노애락하며 이뤄낸 사업의 결실을 바탕으로 주변에서 이 씨를 지켜본 자식들과 지인들의 ‘우정 기고’로 버무러진 편집이 인상적이다.
총 303쪽으로 발간된 이책은 제3부로 나눠 ‘더불어 사는 세상’(축하의 글과 논문), 수필과 논단, 안강수해연구회 연혁 등을 옴니버스로 정리해 실었다. 이 책에서는 이 씨가 기술한 명문장,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이 씨 내면의 감흥을 엿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관심이 가는 것은 무엇보다 십여년 동안 이 씨 스스로가 일궈낸 형산강 유역 안강수해대책연구회의 태동과 활약상이다.
때문에 편집후기를 장식한 한 지인은 “이제 안강을 수해의 공포에서 해방시키고 나서 더 큰 미래의 꿈을 키워가기위해 오늘도 산대리 한 사무실에서 홀로 앉아 골몰한다”고 그의 일상을 대변했다.
자식 농사 잘지었기로 소문이 자자한 이 씨의 두 아들도 문집에 현재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자신들의 아버지를 생생하게 담았다.
장남은 현재 대통령 직속산하 부처 요직에, 차남은 일찍이 법조계에 몸담은 엘리트로 사회에 헌신하고 있다.
두 아들은 기고를 통해 인생의 등불인 이 씨를 지금도 든든한 버팀목으로 존경하는데 생각을 같이했다.
장남 해준씨는 이 책을 통해 아버님의 문집에 글을 쓰기가 두렵다고 하면서도 아버지의 리더쉽을 자랑스럽게 늘어놓았다.
특히 지방행정을 담당했던 그가 퇴직후에도 녹슬지 않은 노하우로 지역의 숙원사업인 수해예방을 위한 뜻있는 사업을 벌였고 넘치는 의욕과 열정으로 일궈낸 그 성과에 자식으로서 그저 숙연할 뿐이라고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치켜세웠다.
특히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풍토’라는 이씨의 논단중 “돌로 제방을 튼튼하게 쌓으려면 큰 돌과 작은 돌, 각기 다른 생김새와 크기를 가진 여러 돌들이 필요하다”며 “벽돌처럼 일정 크기의 같은 돌만 있어서는 튼튼한 둑을 쌓을 수 없다”는 교훈도 새해 강한 메시지로 던져졌다.
이 논단에는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사회양극화니 분열이니 하는 것들도 상대를 인정하고 대상을 통합적·총체적으로 보지 않고 나누어 보기로 인하여 빚어진 결과”라는 대목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