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출신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그는 지난 30년 경찰공직자 생활동안 경주인으로서 자부심을 잃지 않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사심 없이 일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고향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고향 경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태어나고 어릴적 자란 경주는 내가 살아오는 동안 한결같은 사랑하는 마음의 고향이었다. 고향을 떠나 생활하다 경주에 들어설 때면 그 향기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어릴적 친구들과 안압지와 첨성대, 계림 등지에서 뛰어놀면서 호연지기를 길렀던 마음의 고향이 경주다. 지난 30년의 경찰생활은 신라의 향기를 맡으며 몸과 마음에 담은 화랑정신이 근간이 되었다. 그동안 공직자로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사심없이 일했으며 신의를 바탕으로 둔 경주인의 자세를 지켜왔고 고향 경주가 늘 잘되기를 바래왔다.
지난 6.2선거에서 경주시민들이 훌륭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최양식 시장은 어린 시절 같이 학교에 다녔고 공직생활을 하면서 가까이서 지켜봤다. 인품이 훌륭하고 능력이 뛰어나다. 공직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사심이 없는 사람이다. 시민들께서 잘 도와주시면 경주발전을 위해 몸을 바칠 것이라 믿는다.
-경주사회에 대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경주가 발전하려면 인물을 많이 키워야 한다. 과거 경주출신이신 이인섭 전 경찰청장님을 비서실장으로서 모신 적이 있다. 그 당시는 정부 각 부처와 군대, 학계, 금융계 등에 경주출신 중에 전국적로 부각되는 인물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와 같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많은 시민들께서 박정희 대통령이 몇 년 만 더 살아계셨다면 경주가 더 많이 발전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하신다. 나도 동감한다. 만약 경주 출신 대통령을 배출하면 더더욱 경주가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아니라도 국무총리나 경주와 관련된 정부 각 부처, 예를 들면 문화관광부 행정안전부 기획예산처장관 등이 경주출신이면 경주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경주는 대단한 자존심을 갖고 있는 신라천년의 수도이다.
신라천년의 왕도였던 그 자존심은 전국적인 아니 세계적인 인물이 많이 나오게 해서 자존심을 살려야한다. 또 그래야 경주를 발전시킬 수 있다. 정부중앙부처나 각 분야에 훌륭한 후배들이 많다. 힘있는 선배들과 우리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밀어주어야 한다.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는 경주출신들이 많으면 경주발전에 직접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한다.
최근 경주를 보면 대표성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 서로 힘을 모아도 모자라는 판에 서로 갈등하고 비난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주가 발전하려면 인재를 키우고 밀어주는데 인색해서는 안 되며 서로 싸우지 말고 모두가 잘되도록 서로 돕고 화합하고 배려하는 지역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경찰생활을 하면서 좌우명이 있었다면
경찰학교 졸업 당시 수석으로 졸업해 대통령상을 받았고 간부후보생 27기 중 나 혼자만 서울로 배치됐다. 나의 계급이 경위인데 한 계급 높은 경감 한사람 아는 사람이 없었다. 소위 말하는 돈도 빽도 없는 초임경찰간부였지만 경주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부끄럽지 않은 경찰생활을 하려고 이를 악물고 노력했다.
진급 때가 되면 때로 상대에 대한 온갖 비난과 음해를 하는 일도 있었다. 진급문제로 동료들과 경쟁을 할 때도 내가 나서서 “서로 비난하지 말고 후배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말자”고 제의했고 단 한 번도 상대에 대해 나쁜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이러한 신의와 정의로움이 우리 경주인의 올곧은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경찰생활은 이러한 경주인의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경찰 마스코트인 포돌이를 만들었다
경찰의 상징이 된 포돌이는 1999년 서울 수서경찰서장 때 만들었다. 과거 경찰은 국민들에게 딱딱하고 와일드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았다. 이러한 것을 바꾸기 위해 고민하던 중 일본 경찰대학 유학시절 일본경찰에는 마스코트가 있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게 된 것이 계기다.
귀를 크게 한 것은 국민의 목소리를 잘 듣는 경찰을 의미하고, 큰 눈은 눈을 크게 뜨고 국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의미, 웃은 모습은 친절한 경찰상을 의미한다. 그리고 경찰의 법집행은 공정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가슴에 저울을 그려 넣었다.
이러한 구상을 한 후 우리나라 최고의 만화가인 이현세 교수(출향인)에게 마스코트그림을 부탁했더니 흔쾌히 도와주어 탄생한 것이 포돌이다. 그 후 포돌이는 많은 국민들, 특히 어린이들에게 경찰에 대한 친근감을 갖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찰대학을 졸업한 한 경찰간부가 포돌이에 대해 논문을 쓴 것을 읽은 적이 있는데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5%가 포돌이가 경찰마스코트인 것을 알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고 포돌이로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고 해 많은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포돌이는 경주사람들(김석기, 이현세)의 작품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절 어려운 점이 많았다.
돌이켜보면 2008년 7월 서울경찰청장에 취임 할 당시에는 그해 5월부터 시작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로 수도 서울 도심에는 폭력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그때 나는 이러다가 나라가 무너지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수많은 시위대가 밤새도록 도로를 점거하고 청와대로 진격하면서 ‘대통령 물러가라’며 시위를 했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 수도 서울의 치안 책임자로서 이러한 불법과 무질서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바로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취임 한 달여 만에 완전히 질서를 잡았다.
지금도 당시 상황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찔한 순간들이 많았다. 만약 수많은 시위대가 청와대로 난입했다면, 과격한 불법폭력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큰불상사라도 났다면 나라가 어떻게 되었을까? 나라를 위기에서 구했다는 자부심을 가진다.
해외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해외동포들 중 애국심을 가진 분들이 많다. 조국이 잘되어야 자신도 잘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조국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다가도 국내에서 벌어지는 폭력시위나 국회폭력 모습이 TV에 나오는 것을 보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끄러운 모습 때문에 국격이 떨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용산 참사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특히 이로 인해 저에 대한 많은 걱정과 격려를 해 주신 고향분들에게 늘 고마움을 갖고 있다.
용산 참사의 분명한 본질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경찰관이 무고한 시민을 죽게 한 것이 아니라 전국철거민연합이란 단체가 불법폭력으로 자기들의 뜻을 관철 시키기 위해 이웃건물에 불을 지르고 달리던 버스와 승용차를 향하여 화염병이 날아다니고 무고한 시민이 언제 참변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인명피해가 난 것은 지금도 안타깝다. 사람의 목숨은 누구나 소중한 것이다.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일이 없었으면 한다.
경찰총수 지명 이틀 뒤에 용산참사가 났고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한 것이다. 당시 미국발 경제위기로 인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야당에서 내가 사퇴하지 않으면 국회 문을 닫겠다고 협박했다.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국회가 일을 해야 하는데 파행으로 표류하면 결국 국민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한사람의 거취문제로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고 국민들이 고통을 당하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사퇴를 결심했다.
-앞으로 행보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다
어렵고 힘든 일이었지만 30년 경찰생활을 정말 열심히 했다. 이제 새로운 인생의 길을 가야한다. 30년 경찰생활동안 경찰관으로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 했듯이 만일 기회가 된다면 나라와 고향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