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청 본관 뒤에 있는 별관건물을 헐고 지상5층 규모의 건물을 짓는 시청사 증축 예산이 경주시의회에서 가결됐다.
경주시는 이번 시청사 증축에 119억28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내년 중에 교통영향평가, 별관 동 철거, 문화재 시굴조사 등을 거쳐 2012년 12월까지 공사를 끝내기로 했다. 그리고 이곳에 있던 일부 부서는 옛 경주여중 건물을 수리해 임시 사무실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시청사 증축은 늘어나는 행정수요에 대비하고 공무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조치라는 것이 경주시의 입장이다.
시민들은 시청사 증축과 임시 사무실 사용경비 등을 합치면 어림잡아 200억원 가량 들어갈 것이라며 예산낭비를 지적하고 있다. 또 시청사 증축을 놓고 2차례나 부결했던 시의회 해당 상임위원회가 표결에 붙여 찬성 6표, 반대 4표로 결정 난 것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을 위한 행정을 해야 하는 시나 민의를 대변해 집행부를 견제해야하는 시의회의 운영 방향은 우선 급하다고 결정하는 근시안적 처리가 아니라 얼마나 미래지향적이냐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번 시의 추진과 시의회의 가결에 대해 특히 도심권 시민들은 강한 불만을 나타내며 반대 서명운동까지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 또 다시 집단민원으로 번지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이번 시청사 증축은 지난 1995년 노동동 청사를 현 동천 청사로 통합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에도 도심경제 침체를 우려했던 주민들이 반발했지만 새로운 청사를 짓기까지는 20년 이상 걸리는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집행부와 시의회, 행정부서가 상당한 거리를 두고 분리되어 있어 업무효율에 적잖은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그러나 이번 시청사 증축 문제는 이와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선 2014년이면 현 경주역이 이전되기 때문에 4~5년 뒤부터는 이곳에 행정타운 조성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는 그동안 가용예산이 부족해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을 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이러한 시점에 불과 5년 뒤에는 상황이 바뀔지도 모르는 시청사 증축에 2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들인다는 것은 효율적인 예산사용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