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가 건국(기원전 57년)되기 몇 백 년 전인 후기청동기시대 경주에 만만찮은 세력을 갖춘 집단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초대형 구획묘(區劃墓)가 발굴돼 학계에 관심을 끌고 있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계림문화재연구원(원장 최영기)은 경주시 석장동 876-5번지 다가구주택 신축예정지 664㎡를 조사한 결과 묘역 내부에 석관묘 1곳과 화장묘로 추정되는 수혈유구(竪穴遺構. 구덩이 흔적) 1곳이 있는 청동기시대 구획묘를 찾아냈다고 18일 밝혔다.
구획묘는 시신을 매장한 무덤 주변을 따라 (타)원형, 혹은 (장)방형 석축 단을 쌓아올려 묘역을 조성한 고분을 말하며 최근 들어 한반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청동기시대 중·후기 고인돌묘 같은 데서 가끔 발견됐다.
조사 결과, 이 구획묘는 시신을 직접 매장한 석관묘를 다짐흙(성토) 상부에 만들었으며, 그 주변을 둘러 방형 석축 단을 쌓은 것으로 추정됐다.
석축 단은 조사 대상지역 밖으로 연장되는 바람에 전모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양끝이 드러난 동-서 방향 석축단만 해도 길이가 43m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구획 규모는 현재까지 발견된 청동기시대 구획묘 중 석축 구획이 56.2m, 동서 17.5m로 규모가 가장 큰 창원시 덕천리 1호 고인돌묘에 버금간다.
석장동 구획묘 내부 중심에서 서쪽으로 치우친 지점에서는 석관묘가 발견됐다. 묘광(무덤 구덩이) 평면 형태가 원형인 이 석관묘 안에서는 ‘ㅍ’자형 석관이 확인됐다.
이와 함께 석관묘에서 서쪽으로 약 2.2m 떨어진 지점에서는 극심한 파괴로 원형을 알기는 어렵지만 평면 방형으로 추정되는 수혈유구가 발견됐다. 잔존 규모는 동서 2.16m, 남북 1.75m로 이 수혈유구 깊이 10m 안팎 지점에서는 목탄(나무숯)이 동-서 방향으로 나란히 놓여 있고 그 상면에서는 인골 조각들이 발견됐다.
조사단은 “이 수혈유구에서는 나무를 깔고 주검을 그 위에 놓고 불을 피운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를 미뤄 볼때 이곳은 화장묘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주에서는 처음으로 청동기시대 초대형 구획묘가 확인되고 더구나 화장묘 흔적까지 발견됨에 따라 최근 개최된 지도위원회에서는 현장을 보존하고 이를 포함해 주변지역까지 지자체가 땅을 매입해 구획묘 전체 규모 확인을 위한 발굴조사를 실시한 다음 이 일대를 유적 공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서를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