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한 구릉지대를 연상케 하는 분지.
여기 경주慶州는 왕릉인 것만 같은 다수의 거대 고분과 함께 각급의 역사유적들이 어우러져 신비가 느껴지는 도심의 풍광을 만들고 있다.
이것이 경주의 진경인 즉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귀한 사례에 속할 것이다.
중앙동中央洞을 비롯한 황남皇南 황오皇吾 인왕仁旺 사정沙正 등의 구시가지 동네와 산업화의 기상이 표출되는 동천東川 황성隍城 용강龍江 등과 같은 신시가지와의 양립화 현상에 놓인 것이 경주가 처한 오늘의 환경이자 현주소이다.
거기다가 속도의 첨단화를 예고하는 KTX의 개통으로 하여 신경주新慶州의 역세권 개발이라는 새로운 명제와 함께 일약 뉴패션의 스타일로 모습을 바꿔가는 중이다.
이 얼마나 숨 가쁜 변화의 현상인가? 또한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황에 맞혀 시대적 기류에 편승하는 것이야 당연한 흐름이기는 해도 이와 같은 일변도의 발전만이 경주가 모색하는 완전한 성장은 아닐 것이다.
물론이지만 지금에서 내다보는 이상적인 미래상은 어떤 것이며 현실적 문제점은 또 무엇인지 한번쯤 시민 모두가 다함께 머리를 맞대고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인 줄로 안다.
이미 알고 있다시피 숙명적으로 안아야 했던 경주미래의 원론적 텍스트는 개발과 보존이라는 동시성에 있었던 만큼 더 이상의 이견이란 따로 있을 수는 없다.
때문에 지금껏 역사문화도시라는 브랜드적 라벨(Label)을 대내외에 확고히 누벼 오면서 관민이 함께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렇게 꾸준히 채질을 관리해 왔던 게 아닌가?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지, 문제가 있다면 해법은 어떤 것인지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 각도에서 우리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중대한 사항 하나가 있다.
즉 경주의 정체성을 확실히 깨닫는 일이다.
크게 전체의 테두리에서 볼 때 한국이라는 바구니에서 경주라는 품목을 빼버린다면 과연 무엇이 남겠는가?
여기에서 답은 보이듯이 경주의 브랜드적 가치가 여실하다.
고졸과 세련이, 조화와 균형이, 미관과 실리가 효과적으로 창출되는 도시 프로젝트, 그 안에서 감각과 기능이 일치되는 도시환경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시가지 내지는 관광지 주변에 설치된 갖가지 조형물에 대한 재정비가 우선 검토되어야 하는 것이 그에 대한 일환이기도 하다.
안목을 갖추지 못한 저급 수준의 행정에서 초래된 조형적 결과물들이 여기저기에 난립해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지적들은 전시 행정의 오류 탓이기도 하지만 감리와 규제에 있어 시스템의 결여로 빚어진 시행착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시가지와 관광로 주변이 그러한 축에 드는데 그중의 일례는 노동동路東洞 노서동路西洞 동부동東部洞과 같은 중심상가 일대가 주로 대상 지역이다.
장소와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불요불급의 조형물, 한편에서 보면 이는 분명 예산의 낭비와 직결되는 중대 사항이기도 하리라.
몇 가지 일례를 들면 통행로의 관문형식으로 세워진 금관 수식을 모작한 조형물이라던가 도열방식으로 세워 놓은 색형광등의 설치는 교통과 상가운용에 방해 요인이 될 뿐인즉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한 가지 더는 무단출입에 대한 금단의 경역임을 알리고 충렬과 정절의 표징으로 능원, 또는 제사의 전면에 세웠던 홍살문은 왜 또 거기에 설치된 것인지 황당하다.
어떤 이는 예전에 역사물로 그 자리에 있었던 데서 유례한 것이라고 말하는데 장소의 확실성도 근거 없거니와 방화라던가 그 비슷한 돌발 상황과 현실의 도시 분위기에서 볼 때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는 요소로 지적된다.